방과후학교에 대한 차별적 운영을 중지하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김생수 기자 | 기사입력 2020/05/12 [07:33]

방과후학교에 대한 차별적 운영을 중지하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김생수 기자 | 입력 : 2020/05/12 [07:33]

- ‘방과후학교만 연기, 미운영’, 방과후 강사는 학교의 봉인가?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분당신문]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개학연기로 방과후학교 강사는 그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아왔다. 1, 2월의 겨울방학에 이어 5월까지 무려 5개월을 무급 상태로 지내야 한다는 것이 어떤 고통인지는 겪어본 자만이 안다.

 

소득이 없다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정한 현실이다. 학교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자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교육부도 교육청도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소득절벽에 대해 어떤 직접적인 보상도 지원도 하지 못했다. 다만 정부와 고용노동부에서 하는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 특고·프리랜서 지원’에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포함되도록 한 점, 학교의 온라인 수업에 보조인력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등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역할을 했을 뿐이다.

 

코로나19의 ‘심각’ 단계가 아직 진행중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등교개학이 다가왔다. 학교에서의 수업이 이루어지면 방역과 안전에 만전을 기하며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모든 이들이 온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교육공동체 모두의 집단지성과 그동안 쌓아온 역량으로 빠른 시간에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12만 방과후학교 강사들도 당연히 이렇게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방과후학교 미운영·연기’는 명백한 차별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방과후학교와 강사들을 폄훼하고 차별적인 운영을 공공연하게 부추기는 주장들이 있어 안타깝다. 일부 교사들, 단체들과 교육 관계자들은 “이 와중에 방과후학교까지 해야 하나”, “방과후학교 강사에 대한 대책까지 왜 학교에서 찾아야 하나” 등 어이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학을 한 이후에도 방과후학교만 미운영하거나 한두달씩 더 미루도록 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 2017년 포항 지진, 2018년 제주 식중독, 그리고 매년마다 찾아오는 태풍 등 무슨 사건과 사고, 재난이 있을 때마다 많은 학교들은 이렇게 툭하면 ‘방과후학교만 휴업’ 하는 일이 당연시되어왔고, 그때마다 수강료도 환불하여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큰 손해를 입어왔다. 학교도 교육청도 당연히 그런 것으로 여기고, 여기에 대해 누구 하나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았다.

 

노조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여 많이 없어지긴 했어도 툭하면 ‘방과후학교만 없애면 된다’는 차별의 정서는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몇 달씩 개학이 미뤄지고 소득이 없어진 상황에서 누구도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 대한 책임도 보상도 없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개학과 수업이 이루어지는 마당에 이렇게 또다시 폄훼하고 차별을 해서야 되겠는가. 교육의 전문가라는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히고 답답할 지경이다.

 

몇 가지 질문을 해 보자. ▶ 같은 학교 같은 건물에서 수업을 하는 데 교과수업은 안전하고 방과후학교 수업만이 위험한가? ▶ 방과후학교만 줄이는 것으로 전염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가? ▶ 아이들이 교사들과 함께 있는 것은 안전한 것이고, 방과후학교 강사들과 함께 있는 것은 위험한 것인가? ▶ 위생과 방역에 신경을 쓸 일이 많다며 방과후학교를 없애고 줄이는 것이 적절한 대책이고 정당한 요구라고 할 수 있는가? 위 질문들에 어느 하나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위생·방역’과 ‘방과후학교 미운영·연기’는 아무 관련성이 없다.

 

위생과 방역을 이유로 방과후학교를 없애고 줄이는 것은 아무 정당성도 없고 이유도 되지 않는다. 교과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방과후학교 수업도 못할 이유가 없다. 위생과 방역을 이유로 방과후학교를 하지 못할 것이라면 마찬가지 이유로 교과수업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정상적인 생각과 상식으로도 이게 맞다. 위생과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할 교사들의 업무가 힘들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그것이 함께 일하는 또다른 동료 교육자를 일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이는 더더욱 비도덕적인 일이고 명백한 차별이다. 모든 것이 정의롭고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방과후학교 수업은 대면접촉이 많으니…”,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여러 학교를 다니며 수업을 하니…”라는 주장까지 들린다. 이 역시 아무 근거도 통계도 없고 편견과 혐오까지 배인 말이다. 교과수업 종료 전까지는 아이들이 접촉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도 근거도 없고, 교사들은 학교 외에 다른 곳에는 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교육부와 각 교육청의 방과후학교 가이드라인·길라잡이에도 ‘단위학교는 방과후학교 연간운영계획을 수립하여 학교교육계획에 반영하며, 학년 초 수업 시작과 동시에 방과후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다. 개학 이후에도 한참을 더 미뤄 방과후학교를 시작하는 것은 이 조항을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방과후학교 역시 학교교육의 일부이며, 교육적인 가치를 소홀히 하지 말고, 차별적인 운영을 하지 말라는 취지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가능한 폭넓은 교육의 기회를 주고 강사들에게도 가능한 수업시수를 보장해주기 위한 취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취지가 위생과 방역이라는 이유로 퇴색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재난 시기에 더욱 어려운 약자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재난을 기회로 힘을 가진 자들은 하고 싶은 것을 밀어붙여 관철시킨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닥치자 지난 3월 경총은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무려 40개나 되는 입법 요구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법인세 인하, 상속세 인하,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 등이 있다. 코로나와 상속세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별 상관없는 것이라도 평소 원하던 것을 위기상황에 밀어부쳐 관철시키자는 것이다. 또 코로나19의 대응에 공공의료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도 재계에선 ‘이참에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며 의료민영화를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생과 방역을 이유로 방과후학교를 밀어내고자 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 아니겠는가. 학교의 관리자들은 늘 방과후학교 관리 업무를 부담스러워했다. 교사들의 업무를 경감하자는 데는 누구든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그 방식으로 많은 학교에서는 업체위탁이라는 간접고용방식을 들여오거나, 외부기관이나 지자체에 맡기는 용역 방식을 선택하여 강사들의 처지를 더욱 힘들게 하고 교육의 질도 떨어지게 하였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공교육 정상화‘라는 말로 포장하여 왔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교육자의 처우를 불안하게 만들면서 이것이 정상화라니, 늦어진 개학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방과후학교 업무를 기피해 왔던 관리자들이 위생과 방역을 이유로 아무 관련성도 연결고리도 없는 ’방과후학교 미운영, 연기‘를 주장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 아닌가.

 

정말 교육을 생각한다면 무엇보다 방과후학교 역시 학교의 교육이고, 강사들도 학교의 교육자이자 함께 일하는 동료라고 생각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강사들도 바보가 아니다.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고, 늘 교육을 생각하고 아이들을 생각한다. 학교의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면 교육도 좋아지고 업무도 잘 되고 위생과 방역도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다.

 

그동안 척박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우리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를 믿고, 교육청을 믿고, 학생과 학부모들과 서로 신뢰하며 자리매김을 해왔다. 우리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이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교과교육과 함께하는 공교육의 한 축이라는 큰 자부심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방과후학교 업무를 가능한 회피하려 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며, 방과후학교 강사를 사교육업자, 학원강사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만연한다.

 

재난시 휴업하는 관행도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를 낮잡아보는 시각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지금부터라도 방과후학교는 교과교육과 양립하는 공교육의 한 축임을 인식하고 방과후학교 강사들을 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가족과 같은 노동자로 간주하여 책임있는 운영과 합당한 대우를 할 것을 요구한다. 강사들에게 적절한 처우가 이루어질 때 교육의 질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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