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합격하려면, 재수가 필수? … 주요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정시 합격자 격차 확대

김생수 기자 | 기사입력 2020/06/23 [08:37]

정시 합격하려면, 재수가 필수? … 주요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정시 합격자 격차 확대

김생수 기자 | 입력 : 2020/06/23 [08:37]

- 정시는 재학생보다 3배나 많이 합격한 대학도 속출
- 재수, 삼수가 필수라면 교육 불평등과 교육격차 심화

 

▲ 열린민주당 강민정 국회의원   

 

[분당신문] 해를 거듭할수록 수능으로 대학을 가려면 재수가 기본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정시가 불평등 교육을 더 심화시키고 있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정시’가 공정하다는 사회 통념과 대비되는 것으로 정시 확대 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2018년 8월 입시 공론화 결과 발표된 정시 40% 확대와 대학 재정 지원을 연계한 바 있다. 이에 상당수의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은 올 4월 29일, 2022학년도 정시 비율을 4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육부가 정시 40%확대 2022년 조기달성을 정책목표로 하고, 특히 정시확대 비중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시켜 정부 재정지원 여부가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강제성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올해 정시비율 확대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는 미세하지만 2021년 입시에서 정시비중이 높아진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고교 재학생들의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수시는 물론 정시에서도 불이익이 예상되어 전체적으로 각 대학의 재학생, 재수생 입학 현황을 조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시가 사실상 재수생을 위한 전형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고교학점제는 2023년 경기도교육청이 전면 실시할 예정이고, 2025년 전국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는 수능 정시 확대와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는 고교학점제를 현장에 정착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수능 정시 확대 정책을 서둘러 철회해야 한다.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강민정 의원실에서 교육부를 통해 받은 “최근 5년간 재학생과 졸업생 최종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요 12개 대학의 재학생 대비 졸업생의 합격 비율이 2016학년도 48.2 대 51.8 (등록자 수 6천234명 대 6천919명)에서 4년이 지난 2020학년도 34.4 대 65.6(등록자 수 3천592명 대 7천127명)으로 약 2배 가깝게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2016학년도 수능 정시 전형 합격자 중 재학생이 55.7%(512명)을 차지했으나 2020학년도에는 43.4%(374명)으로 줄었다. 반면 재수생 이상의 졸업생은 2016학년도 44.3%(407명)에서 2020학년도에는 56.6%(488명) 증가했다.

 

연세대 2016학년도 수능 정시 전형 합격자 중 재학생이 49.3%(609명), 재수생 이상 졸업생이 50.7%(626명)로 비슷했다. 하지만, 2020학년도에는 재학생이 31.3%(386명), 졸업생이 68.7%(847명)으로 재학생보다 2배 이상 많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요 12개 대학 수능 위주 전형 입학 통계 그래프  

 

수능 정시 전형에서 재수생 이상 졸업생의 강세는 다른 학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건국대 수능 정시 전형 2016학년도 합격자는 재학생이 45.6%(639명), 재수생이 54.4%(762명)로 큰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4년 후인 2020학년도에는 재학생이 26.4%(283명), 재수생이 73.6%(791명)로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3배 가까이 많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여대는 2016학년도 수능 위주 전형 합격자 중 재학생이 55.5%(328명), 졸업생이 44.5%(263명)로 재학생이 더 많이 합격했으나, 2020학년도에는 재학생이 45.9%(282명), 졸업생이 54.1%(333명)를 차지, 재수생 이상 졸업생 합격자가 재학생 합격자 수를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수능 정시 전형의 합격생 비율 변화는, 수능시험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정시 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보다 공정하고 약자에게 유리하다는 세간의 통념과 반대되는 것이다.

 

강민정 의원은 “재수는 부유한 가정이 수년 동안 값비싼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가능하다”라며 “수능은 사회 통념과 달리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지난 5년간의 대학 입시 결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시 확대는 사교육 조장 정책이고, 교육격차 확대 정책인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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