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좋은 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녹색당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0/08/29 [10:58]

어린이는 좋은 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녹색당

분당신문 | 입력 : 2020/08/29 [10:58]

▲ 녹색당    

[분당신문] 미래통합당 김병욱 의원이 지난 25일 국회 교육위에서, 여가부가 일부 초등학교에 배포하는 어린이 성교육 책을 문제 삼았다. 초등학생의 ‘조기 성애화’가 우려되고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책이 아닌 의원 본인의 왜곡되고 차별적인 성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김 의원이 거론한 책을 포함한 ‘나다움 어린이책’ 시리즈는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호주,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아동 인권교육, 성교육 자료로 쓰이는 권위 있는 도서들이다. 김 의원이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하다는 책은, 덴마크에서 1971년에 출간돼 72년에 덴마크 문화부 아동도서상을 수상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가 지원하거나 추천한 도서, 최고의 아동문학 작가상 수상자의 작품,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학교에 보급되는 책 등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유아 아동용 교육 도서를 “성이 노골적으로 표현됐다” “성소수자를 미화한다”며 삐뚠 시선으로 보는 김병욱 의원이야말로 이 책들로 공부가 필요하다.

 

여가부의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은 남자다움, 여자다움이 아닌 ‘나다움’을 찾도록 돕는 내용의 어린이책을 선정해 초등학교와 공공도서관에 보급하는 사업이다.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부터 시작됐다. 더욱 확대돼야 할 양질의 정책이다.


그러나 김병욱 의원의 문제 제기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학교와 책의 비치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들에 신속히 조처하겠다”며 문제를 인정하는 답변을 했다. 이어서 26일 여가부는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에 선정된 도서 7종 10권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적 기준에 한참 떨어진 시대착오적 망발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지금의 어린이들은 스마트폰 등으로 이른 시기에 성적 콘텐츠에 노출된다. 폭력적이고 여성을 도구화하는 포르노로 왜곡된 성을 배우거나, 성적 호기심을 무조건 억누르고 수치심을 갖게 하는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성에 대한 선입견이 낮은 어린 나이에 열린 분위기에서 구체적인 성교육을 하는 것이 충동적인 성행동을 예방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성이 어둡고 금기시되는 것이 아닌 밝고 건강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라는 교육을 한국의 어린이들도 받을 권리가 있다. 세상엔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있으며 또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있다는 것, 어느 것도 편견을 갖거나 폄하해서는 안 될 삶의 형태라는 것을 우리 어린이들도 배울 권리가 있다.

 

본인의 낡고 음습한 성인식을 어린이들에게까지 강요하려는 김병욱 의원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전 사회적 충격을 주는 성폭력 사건이 있을 때마다 아동 청소년기의 내실 있는 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그런데 이제 5개 초등학교에 배포를 시작한 책을 전량 회수하는 여가부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 성에 대한 성평등한 인식과 관점, 파트너에 대한 존중과 책임을 공교육에서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 이용자의 상당수가 10대였다는 N번방 사건에서 반드시 교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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