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소방대원과 연기자는 비슷한 운명일까?

양광호 센터장(성남소방서 신흥119안전센터)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1/03/17 [10:20]

119 소방대원과 연기자는 비슷한 운명일까?

양광호 센터장(성남소방서 신흥119안전센터)

분당신문 | 입력 : 2021/03/17 [10:20]

▲ 성남소방서 신흥119안전센터 양광호 센터장   

[분당신문] 연기자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어서 먼 길을 오가며 연극관람도 여러 번 했고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모습도 긴 세월 지켜봤다. 친구의 연기를 바라보면서 연기자들의 놀라운 변신 능력에 대하여 감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악역을 맡아서 연기할 때는 한없이 증오의 대상이 되고, 선한 역할을 할 때는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존재로 보인다. 또한 그 사람들은 노인, 중년, 청년 등 다양한 연령대를 넘나들면서 선생님, 경찰관, 운전기사, 강도, 사기꾼, 사극에서의 장군 혹은 머슴 등 매우 많은 배역을 소화한다.

 

각각의 역할을 잘 연기하기 위하여 맡은 배역에 몰입하여야 하며 배역과 관련하여 사전에 많은 공부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신약성서에 예수의 설교 중에 탤런트의 비유가 등장한다. 주인이 세 명의 종에게 각각 한 탤런트, 세 탤런트, 다섯 탤런트를 맡기고 나중에 정산하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탤런트는 그 당시에는 금액이 매우 큰 화폐의 단위였다고 한다. 탤런트(talent)의 고전적인 의미는 재능, 인재의 의미였으나 현재에는 TV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들은 대본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연기를 하면서 작품마다 맡겨지는 역할이 달라진다. 예수가 종들에게 맡겼던 탤런트는 그 사람들의 능력이나 소질 등을 고려하여 책정되었을 것이다. 누구는 주어진 조건 이상으로 실적을 내기도 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고유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연기자는 우리 119 소방대원의 숙명과도 어느 정도는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에 소방의 역할은 ‘화재진압’을 주로 하였기 때문에 겨울철만 잘 지내면 다소 여유로운 시기도 있었다. 그러던 과정에서 붕괴, 침수, 추락 등 대형재난이 발생하면서 소방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각종 재난에 특화된 조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사시사철 눈코 뜰 새 없는 조직이 되었다.

 

화염에 휩싸여 숨 막히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가느다란 한 가닥 로프에 목숨을 의지하고 아슬아슬한 곡예를 부리기도 한다. 대본에서 주어진다면 그 어떤 역할도 연기하는 탤런트는 자신이 원치 않는 모습으로 왜곡된 변신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시민이 부르는 장소는 어디든 가야 하고 원하는 역할은 무엇이든 감내해야 하는 119는 탤런트와 비슷한 운명일까?

 

우리에게 주어지는 방화복, 헬멧 등을 착용하고 거기에 각종 장비를 휴대한 우리의 모습은 외견상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다. 게다가 오랜 시간 화염과 사투를 벌이고 나온 후의 소방대원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우 처참한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그 소임을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이다.

 

연기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배역만을 맡아서 연기할 수 없듯이 119도 좋아하는 복장과 환경만을 요구하고 누릴 수 없다. 이 순간에도 애타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원할는지 모르지만 그저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119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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