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방과후 강사발 코로나 확산’ 오보에 춤추는 학교들…방과후학교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거두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1/04/02 [09:59]

세종시 ‘방과후 강사발 코로나 확산’ 오보에 춤추는 학교들…방과후학교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거두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분당신문 | 입력 : 2021/04/02 [09:59]

▲ 언론들이 보도한 확진의 시작은 사실 방과후학교 강사가 아닌 스포츠강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신문] 지난 3월 30~31일 세종시 초등학교의 코로나19 확산세는 4월 1일까지 20여명이 확진판정을 받는 등 큰 우려를 낳았다. 확진자가 발생한 세종시 4개 초등학교가 등교를 중지했다. 언론들은 ‘방과후학교 교사 발 확산’이라는 제목을 큼직하게 뽑아 불안감을 키웠고, 이를 본 세종시의 여러 학교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지했다.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고, 애꿎은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졸지에 실직자 신세가 되었다.

 

오보로 시작된 방과후학교 줄줄이 중단, 졸지에 강사들은 실직자 처지


언론들이 보도한 확진의 시작은 사실 방과후학교 강사가 아닌 스포츠강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후 방과후 시간과 토요일 학교수업을 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수익자부담의 방과후학교 강사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상황에 이해가 짧은 방역당국의 발표를 받아쓴 언론들의 오보이다. 이에 일부 언론사는 이미 게시한 인터넷판 기사의 제목을 뒤늦게 수정하기도 했다.

 

스포츠강사라서 다행이라는 건 아니다. 방과후학교 강사든 스포츠강사든 모두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가족의 일원이다. 그런데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방과후학교 교사 발 확산’이라는 기사 제목만으로 막연한 불신을 가진 학교들이 일제히 방과후학교 운영을 중단했으니,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이를 이끄는 강사들이 지게 되었다.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에서 학교 전체를 휴업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아무 관련없는 학교에서 교과수업도 돌봄교실도 원래대로 운영하고 있는데 방과후학교만 중단을 한 것이다.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있는가. 심지어는 세종시도 아닌 다른 지역 학교들에서도 방과후학교 운영 중단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누구 말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5G 전파를 타고 확산되기라도 한단 말인까. 21세기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는 주홍글씨라도 되는 것인가.

 

교과수업도 돌봄교실도 하는데 방과후학교만 중단?

 

세종 참샘초등학교는 3월 31일 오후에 강사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2주간 방과후학교를 연기한다‘고 알렸다. 강사들은 메시지 하나로 졸지에 실직자가 되었다. 확진자나 접촉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 학교 교감은 ’방과후학교만 특별히 더 위험하다고 볼 근거가 있느냐‘는 노조의 질문에 아무 답을 하지 못한다. 언론보도를 보고 막연한 불신과 불안감으로 교과수업도 돌봄교실도 그대로 하면서 방과후학교만을 중단한 것이다.

 

또 세종 아름초등학교는 무려 4월 한달간 방과후학교를 미운영한다고 통보했다. 이 과정에 정작 당사자인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의견을 들은 적은 없다. 정황을 따져묻는 노조와의 통화도 무시하고 급히 끊는 등 강사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했다. 방과후학교 강사들 역시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고 교육자이고 아이들의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을까.

 

학교들이 말하는 이유들은 하나같다. 언론보도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며 민원이 늘고, 감염 위험 차단, 안전을 위해서라고 한다. 방과후학교는 무엇이든 위험한 것이고, 방과후학교 강사는 위험인물이라고 보는 것이다. 21세기에 이런 마녀사냥이 또 있는가. 이것을 차별이 아니라고, 혐오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참샘초와 아름초는 아직 뚜렷한 답변도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대평초등학교는 신속한 대책을 내놓았다. 마찬가지로 ’2주간 방과후학교 휴업‘을 발표했다가 강사들과 노조의 항의를 받고 성급한 결정에 대해 강사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냈고, 휴업기간에 해당하는 보강기간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강사들 역시 학교 공동체의 일원이자 아이들의 선생님이고, 방과후학교 역시 존중받아야 할 학교의 교육활동이라고 생각한 결과이다.

 

툭하면 방과후학교만 없애면 된다?


코로나 이전에도 재난을 이유로 방과후학교만 차별하는 사례는 자주 있었다.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 2017년 포항 지진, 2018년 제주 식중독, 그리고 매년마다 찾아오는 태풍 등 사건과 사고, 재난이 있을 때마다 많은 학교들은 이렇게 툭하면 ‘방과후학교만 휴업’하는 일을 당연시했고, 수강료도 환불하여 강사들은 큰 손해를 입어왔다. 심지어 미세먼지가 짙다고, 학교의 재량휴업일이라고 휴업하고 환불까지 하는 관행도 많았고, 여기에 대해 누구 하나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았다. 노조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여 많이 없어지긴 했어도 툭하면 ‘방과후학교만 없애면 된다’는 차별의 정서는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 세종 참샘초등학교는 3월 31일 오후에 강사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2주간 방과후학교를 연기한다‘고 알렸다

 

몇가지 따져보자. ▶같은 학교, 같은 건물, 같은 교실에서 같은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데 교과수업은 안전하고 방과후 수업만이 위험한가? ▶방과후 수업은 교과수업보다 거리두기, 비말전파, 밀접접촉 등에서 위험한 것이라고 볼 근거가 있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 교과수업에서인지 방과후 수업에서인지 알 수 있는가? ▶방과후 수업을 제한하는 것으로 감염병 확산을 줄일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어느 하나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마디로 ’안전, 방역‘과 방과후학교 미운영은 아무 관련이 없다.

 

특히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여러 학교에 수업하러 다니니 확산이 잘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것이 정말 확실한 근거인가. 방역이 그나마 철저한 학교보다 허술할 수 있는 학원이나 찜질방을 다니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말 이것이 이유라면 교과수업도 돌봄교실도 모두 중단해야 하고, 학교에서 화장실도 가지 말라고 해야 하고, 급식도 하지 말아야 하고, 교실에서 숨도 쉬지 말라고 해야 하고, 교직원들도 학교에서 격리 합숙 생활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근거없는 막연한 불신으로 방과후학교에만 엄한 잣대를 들이대고, 모든 책임을 강사들에게 전가하며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학부모들의 불안을 핑계로 방과후학교 강사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면피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모든 것이 공정하고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에서, 공동체의 누군가를 위험인물로 낙인찍고, 교육권과 평등권, 노동권과 생존권을 박탈하였다는데 우리 강사들과 노조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강사들의 이야기도 들어라!


강사들도 바보가 아니다. 학교가 정말 방과후학교 수업을 안전하게 잘 하고자 한다면 이들의 의견부터 묻고 의논했어야 한다. 수업을 안전하게 잘 할 수 있는지, 방역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안전을 위해 적절한 인원은 어느 정도인지 등은 강사들이 가장 잘 안다. 강사들은 학교와 계약한 직접적인 당사자이고,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자이고, 방과후학교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고, 아이들의 선생님이고, 대부분 아이들을 둔 학부모이기도 하고, 교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방과후학교에서도 방역을 잘 하며 수업을 할 역량은 충분하다.

 

수수방관하는 교육당국의 태도도 문제이다. 교육청은 늘 방과후학교 문제와 관련하여 ‘학교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할 문제’라며 선을 긋는다. 운영과 관련해서는 늘 ‘교육공동체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라고는 하지만, 그 ‘공동체’ 안에 방과후학교 강사가 포함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학교가 ‘횡포’라고 할 만큼 차별적이고 불공정한 대우를 강사들에게 해도 교육청은 늘 어떤 제재도 하지 않는다. 운영의 모든 근거를 교육청의 지침과 학교의 판단에 종속되어 따르고 있는데, 학교에서 임의로 중단해도 어떤 보상조차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동안 척박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우리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를 믿고, 교육청을 믿고, 학생과 학부모들과 서로 신뢰하며 자리매김을 해왔다. 우리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이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교과교육과 함께 공교육의 한 축을 이끈다는 큰 자부심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방과후학교 업무를 가능한 회피하려 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며, 방과후학교 강사를 사교육업자, 학원강사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만연한다. 툭하면 운영 중단을 하는 관행도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를 낮잡아보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지금부터라도 방과후학교는 교과교육과 양립하는 공교육의 한 축임을 인식하고 방과후학교 강사들을 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가족과 같은 노동자로 간주하여 책임있는 운영과 합당한 대우를 할 것을 요구한다. 강사들에게 적절한 처우가 이루어질 때 교육의 질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는 최근 있었던 세종시의 '방과후학교 강사발 코로나19 확산' 언론 오보와 이로 인한 학교들의 일방적인 방과후학교 운영 중단, 학생들과 강사들의 피해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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