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골 남서문 '왕갈비탕' VS 목포 명신식당 '떡갈비탕'

큼직한 왕갈비와 갈빗살과 등심을 다져 만든 떡갈비의 진수를 보여줘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21/06/01 [14:11]

왕골 남서문 '왕갈비탕' VS 목포 명신식당 '떡갈비탕'

큼직한 왕갈비와 갈빗살과 등심을 다져 만든 떡갈비의 진수를 보여줘

유일환 기자 | 입력 : 2021/06/01 [14:11]

▲ 왕골 남서문의 왕갈비탕

 

[분당신문] 예전에 갈비탕은 잔칫날 음식이었다. 고기가 귀했기 때문에 특별식 중의 특별식이었다. 특히, 고기를 푹고운 맑은 육수는 진하다 못해 전율마저 흐르는 맛의 정수를 보여준다. 밤새 고았을 주인장의 정성마저 그대로 녹아 있으니 갈비탕 한 그릇이야 말로 고된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이라도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처럼 귀한 갈비탕은 흔히 알고 있는 갈비탕과 다르게  성남시 수정구 태평역 인근 '왕골 남서문'의 갈비탕은 통크게 뼈째 그대도 올리는 왕갈비탕이며, 목포시 목포근대역사관 인근 '명신식당'에서 맛 본 떡갈비탕은 비교할 만 하다.  

 

▲ 떡갈비와 곰탕 국물이 만나서 맛을 낸 떡갈비탕.

 

'왕골남서문'의 갈비탕은 부글 부글 끓고 있는 뚝배기에 묵직한 갈빗대 3개가 떡하니 놓여 있다.  푹 끓인 탓에 뼈에 붙어 있는 살코기가 이미 야들야들해져서 먹음직스럽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갈비탕과 어울리는 반찬은 두 가지다. 배춧잎 흰 속을 고춧가루와 그대로 버무려 아삭함이 살아 있는 겉저리와 약간 신듯하지만 무의 달달함이 그대로 살이 있어 아삭한 깎두기,  그리고 이 집만의 특별 반찬으로 씻어낸 무와 배추를 식용유에 볶아낸 볶음김치와 아삭함이 오이 씹히는 맛이 난다는 아삭오이까지. 혹시 매운 맛을 좋아한다면 청양고추도 있으니 챙기면 된다. 

 

▲ 태평역 인근에 위치해 어르신이 많이 찾는 곳이다.ㅏ

 

밑반찬과 뜨거운 왕갈비탕이 나왔으니 본격적인 먹방을 하면 된다.  갈비탕을 먹는 방법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큼직한 갈빗대를 들고 터프하게 고깃살을 발라내는 타입부터,  접시에 올려놓고 가위와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내는 타입, 그리고, 뜨거운 갈비가 식을 때까지 기다린 뒤 식을 갈비살을 한점씩 뜯어내 국물과 섞어 진정한 갈비탕을 만들어 내는 방식도 있다. 

 

어느 정도 고기를 맛봤다면 다음 순서는 밥과 고깃국물을 말아 먹을 때다. 일찌감치 파를 듬뿍 넣고, 식성에 따라 후추 한번 뿌리고,  공깃밥을 통째로 넣던지, 맛있는 겉저리와 깍두기, 볶음김치에 몇 숟갈 먹은 다음 남은 밥을 말던지, 먹는 사람 맘대로다.

 

▲ 1979년부터 떡갈비탕을 선보였다는 명신식당.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얼굴이 뚝배기에 빠지도록 들어 마시는 단계다. 비로소 "캬, 잘먹었다"라는 탄성과 함께 왕갈비탕과 함께한 시간은 마무리 된다. 

 

이와는 달리 '명신식당' 떡갈비탕은 약간 탁한 육수에 댤걀을 풀어 놓고 여기에 떡갈비가 몇 덩이 들어가 있다.

 

▲ 왕골 남서문은 갈비탕, 우거지탕, 가마솥곰탕 등이 주요 메뉴다.

 

밑반찬은 평범하지 않다. 목포 맛집답게 묵은 김치와 묵은 깎두기 퍼레이드다.  그리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소개됐던 '파절이'가 나온다. 갈비탕에 풀어 넣으면 신기하게 얼큰한 맛이 난다. 전라도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갈치속젓도 아주 조금 서비스로 나온다. 

 

처음에 떡갈비라고 해서 갈비탕에 떡이 들어가는 줄 알았다. 모르면 물어보라고 했다. 주인장에게 떡갈비 먹는 법을 전수 받았다. 

 

메뉴에 두번째 칸에 곰탕과 내장탕이 있는 만큼, 육수 베이스는 푹 고아낸 곰탕 국물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맑은탕이 아니라 약간 탁했던 모양이다. 수육과 내어내면 곰탕이고, 떡갈비를 넣으면 떡갈비탕이 된다.

 

▲ 명신식당은 떡갈비탕, 곰탕, 내장탕 등이 주요 메뉴다.

 

본격적으로 떡갈비탕을 시식할 때다. 밥을 말아도 되지만 나중에 생각하고, 먼저 떡갈비를 풀여야 한다. 떡갈비는 국내산 육우 갈빗살과 등심을 다져서 뭉친 후 하루 정도 숙성시켜 사용한다고 한다. 

 

잘 풀어진 떡갈비라서 밥을 말지 않을 수가 없다. 밥과 풀어진 갈비가 진한 육수와 섞이면서 새로운 갈비탕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1979년부터 문을 열었다고 하니 명성은 이미 널리 알려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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