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과 함께 100대 명산 순례’, 단양 금수산(1,016m)
[분당신문] 샘터 물소리가 맑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월악산 국립공원 산줄기, 충청도 숲은 깊고 고요하다. 상학주차장을 기점으로 첫발을 떼니, 남향으로 온몸을 치댄, 단풍나무숲이 운치 있는 오솔길.
길이 재미있는 건, 돌과 나무로 깎은 남근석 공원을 지난다. 산 전체가 여성이 누운 형상이라나. 푸른 이끼가 덮힌 바위, 만개한 야생 고사리, 야트막한 옹달샘 여러 곳이 예사롭지 않다.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숲, 칡넝쿨 그늘막이 되려 햇살 비추길 여러 차례, 쾌청한 바람이 인다. 1.2km를 알리는 표지판도 잠시, 가파른 나무계단이 나오면, 금세 정상을 보여줄 채비다.
사냥개 ‘솔’은 제 땅인 듯 휘저으며 오르다가, 막바지 계단에서 멈칫거린다. 발이 빠질 만큼 간격이 넓은 탓이다. 품에 안고 오르는 수밖에.
작은 봉우리를 넘자 정상이다. 예상치 못한 절경, 사전 지식이 없어 감흥이 더 크다. 산 밑에 흐르는 건 도대체 강이냐, 호수냐. 주변 산객에게 물으니, 충주호, 아니 단양 사람들은 청풍호라고 부른단다.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해도, 멀리 산그리메가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시야가 맑다. ‘사람이 지은 호수와 도시를 넉넉하게 품은 산’, 아니 실은 ‘사람이 지은 건 고작 그것뿐이니, 자연을 빗대지 말라’고 전하는 산. 아들 ‘산’은 민주지산 다음으로 멋있다고 칭찬이다.
왕제비꽃이 유명하다는 데 봄꽃이어서 찾기 힘들고, 가을 전령사 구절초가 정상 부근에 드문드문 화사하게 피었다. 생버섯을 한아름 딴 동네 할아버지도 뵈었는데, 행복하게 웃으시더라.
이 계절, 명산 순례 나서기 좋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