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와 국제사회의 책임을 저버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은 위헌이다

녹색당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1/10/13 [08:42]

시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와 국제사회의 책임을 저버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은 위헌이다

녹색당

분당신문 | 입력 : 2021/10/13 [08:42]

[분당신문] 국회는 지난 8월 30일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성장법)을 본회의에서 의결하였고, 정부는 지난 9월24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했다. 그런데 이 법은 제정 당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탄소성장법의 제8조 제1항은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목표는 과학이 가리키는 진실과 국제사회가 합의한 기준을 무시한 자의적이며 무책임한 수치다.

 

또한 탄소성장법은 ‘녹색성장’이라는 이름하에 기술과 시장에 대한 근거없는 낙관으로 가득한 수단들을 법률에 담고 있는 탓에, 기후재난 앞에 놓인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기업의 이익을 지키기에 급급한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탄소성장법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법이며, 국민의 현재와 미래를 보호할 수 없는 목표다. 

 

▲ 기후위기를 최전선에서 겪고 있는 당사자들과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대표 약 130여 명이 헌법소원의 청구인으로 참여한다.

 

헌법은 제10조에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 규정을 두고 있으며, 국가는 국민의 건강권, 생명권, 환경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미 그리고 앞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위협할 기후위기에 실질적인 대응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탄소성장법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방기한 위헌적인 법률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각국의 법률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부적합하고 국가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기후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 2015년에 네덜란드 환경단체 우르헨다 재단과 886명의 시민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이 승소했고, 올해 2월에는 프랑스 파리행정법원이 피고인 정부의 파리협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원고인 환경단체들이 청구한 1유로를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이제 기후소송은 상징적이거나 정치적인 의미를 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에 불충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같은 매우 구체적인 이유로 위헌성을 판결받고 개정 또는 보상의 필요성이 있음이 인정되고 있다. 일례로, 올해 4월 29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이 미래세대의 권리를 제한하므로 기후보호법의 해당 조항을 헌법적 요구에 맞는 내용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기후위기가 격화되고 그것이 기존 법 체계와 체제의 관성을 넘는 대응을 요구하는 만큼, 이런 소송 사례들은 세계적으로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3월, 청소년기후행동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소극적으로 규정한 저탄소녹생성장기본법이 청소년의 생명권과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지난 8월 탄소성장법으로 사실상 개정된 상황에서 이 법의 위헌성은 다시 따져져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글래스고우 COP26을 앞두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및 더욱 철저한 이행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과연 이 법이 헌법에 부합하고 우리를 지킬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과 정당들이 공동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기후위기를 최전선에서 겪고 있는 당사자들과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대표 약 130여 명이 헌법소원의 청구인으로 참여한다.  또한 많은 시민들은 헌법소원 지지 서명으로 함께 하게 된다.

 

오늘 제출하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는 탄소성장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청구인들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자유권 및 평등권을 보호하기에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의 조사 및 발표 내용들을 따르더라도, 지구 기온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먼 나라나 먼 장래의 일이거나 추상적인 지구 전체의 일이 아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펼쳐질 결과이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들의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침해하고 있고, 향후에 그 침해의 정도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이러한 근거에서 우리는 탄소성장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결정을 헌법재판서에 요청하는 바이다. 

 

우리는 이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한국의 입법부와 행정부도 추상적인 문구와 숫자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미몽에서 깨어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또한 매우 광범위한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난이라는 위험 앞에서 필요한 수많은 사전적 조치와 새로운 사회적 규범을 위해, 법률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역할에 대하여 이 헌법소원 청구가 의미있는 논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전에라도 국회는 탄소성장법의 미흡함과 부적절성을 인정하며 개정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부도 이런 탄소성장법에 근거하여 미온적인 NDC 목표를 고수하는 태도를 거두고,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고 국제사회의 책임에 부합하는 전향적인 감축목표 상향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 이 글은 2021년 10월 12일 기후위기비상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환경회의/ 기본소득당, 노동당, 녹색당, 미래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 진보당 등이 발표한 성명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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