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참여를 외치는 詩人 양 호

문학은 “사회현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다”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5/08/06 [09:09]

사회 참여를 외치는 詩人 양 호

문학은 “사회현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다”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5/08/06 [09:09]

[분당신문] 글을 쓰는 것은 산고의 고통과 같이 비교된다. 어렵다는 말이다. 평생 한 권의 책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더욱 동감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시를 쓰는 사람은 어떨까. 몇 부작, 몇 권의 책을 엮어가는 작가와 달리, 단 한 마디, 시 몇 줄에 삼라만상을 표현해야 하는 시는 피 말리는 작업이다. 그런 일을 30년 넘게 해 왔다면, 그런 와중에 사회 운동까지 접했다면 그를 어떻게 바라 봐야 하는가?

   
▲ 시인 양호.
2008년 7월 시인 양 호(58)가 네 번째 시집을 냈을 때 지역 사회에서 적잖이 놀랐다. 그를 잘 몰랐던 사람들은 그가 시인인줄 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30여년 가까이 시인으로 활동했지만 이를 숨기고 사회 활동가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10년 전 분당과 인연을 맺으면서 처음에는 문인협회 일을 맡아 왔지만, 어느새 그는 성남의제21 공동 대표, 운영위원장 및 도시환경분과 위원장, 그린스타트 운영위원장, 사회복지협의회 문화체육위원장, 의료생협 부이사장, 서현역 상점가 활성화 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성남 지역 현안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 왔다. 그 이전에도 안산 반월공단 등지에서 소위 ‘노동운동’을 하면서 20년 넘도록 현장 생활을 해온 인물이다.

그렇다면 시인으로써의 남다른 삶은 어떠했는지 궁금해진다. 정작 본인은 “얘기하자면 길어진다”고 손사래 친다. 하지만 차분히 그의 과거를 밝혀 나가기로 했다. 시작은 그가 첫 시집을 냈던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경남 진주 출생으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진주’자가 들어가는 학교만 다녔다. 대학시절 어린 마음과 청춘을 담아 첫 시집 <읽어버린 사랑을 찾아서>를 출간한다. 젊기도 하지만, 천상병 시인 등에게 사사 받으며 시인이란 문턱에 들어선 첫 작품이란 의미가 컸다. 그리고 본격적인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1980년 두 번째 시집 <추억 여행>을 내놓았다. 다소 서정적이면서도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앓았던 사랑 병이 도진게다. 사랑이 추억으로 변해가면서 그의 방랑생활이 시작된다. 이때 그는 잠시 펜을 놓았다.

시인+사회운동을 겸하다
이후 인연을 맺은 것이 분당이었다.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2002년 세 번째 시집 <한잔의 꿈>을 완성했다. 시인으로 인정받아 국제 펜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문인협회, 경기문인협회 , 한국문학세상, 성남예총 등에서 활동하게 된다. 또 이런 활동 덕분에  ‘문학공간’ 신인상, 성남문학상 우수상, 경기문학상 공로상, 시도시인대상 본상 등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런 속에서 그가 눈을 돌린 곳은 시민 사회 운동이었다. 남모르게 숨겨진 ‘ 골’기질이 꿈틀거려 참지 못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사회복지협의회, 초림초등학교 운영위원회, 의제21, 그린스타트, 의료생협 등 한꺼번에 많은 곳에서 자신의 ‘끼’를 발휘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0여 편의 시를 쓰고, 기고하면서 성향도 변했다. 초창기 감성적 이미지에서 사회참여 의식이 강한 ‘개념 시’로 잡혀가고 있었다. 조국의 분단과 암울한 사회  생활을 표현한  ‘새벽이 오면’, ‘아버지’와 같은 시가 대표적이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와 그 사회의 변화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됐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직책을 떠나 소위 지식인들이 해야 할 일들을 모티브 삼았고, 그 활동 속에서 느꼈던 감정을 시에 표현했습니다. 누구에게 읽혀지기를 원해서 썼다거나, 작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서 써 내려간 시가 아니란 말이죠. 말 그대로 본인의 열정을, 품고자 했던 생각을 풀어 나가는 행동이 내가 썼던 시였다고 봅니다.” 

이런 열정 탓으로 이래저래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2008년 어느 날 그가 시집 한 권을 들고 나타났다. 펜을 놓은 줄 알고 있을 무렵, 이를 과감히 거부하듯 그가 새롭게 4번째 시집을 들고 나타났다. 그가 들려주는 시집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는 지난 6년간 행적을 말없이 들려주는, 어쩌면 마음 속 독백과도 같은 내뱉음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삶, 그 공간 속에서’ 밝힌 18편의 시는 지극히 자서전적 경향이 많다. ‘아버지’, ‘숙련된 초보’, ‘새벽이 오면’ 등을 통해 자기가 사회활동가로 살아오면서 하고 싶은 말을 시로 표현해 나갔다.

그리고 두 번째로 그가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을  ‘사랑, 그 순수의 그늘에서’ 등 14편의 시를 통해 자신이 서정적 시인임을 여전히 밝혀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상대를 위한 ‘아내의 생일’, ‘내 아버지’, 심지어 ‘비오는 날’과 ‘한 여름 밤’, 그리고 ‘비’, ‘장미’, ‘목련’까지도 사랑했노라고 외친다. 하지만 결국, 시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애를 쓴다.  ‘일상, 그 그림자를 보며’ 등 15편의 시는 여전히 그가 가지고 있는 방랑 끼를,  ‘이탈을 꿈꾸며’ 에서는 더 멀리 내다보는 그의 미래를 그려 보기도 했다.

“남들은 왜, 시집을 내놓고 널리 알리지 않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글을 쓰는, 글을 써가야 하는 정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히, 내가 몇 권의 시집을 완성했노라고 떠들 수 있는 단계는 아니란 말이죠. 적어도 예순은 넘겨, 그때 출판 기념회 등을 하는 것이 문학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수년 남은 기간이지만, 시인 본연의 임무를 속이지 않기 때문에 그때쯤 통합 시집 한 권 출판할까 생각합니다. 아직은 새파란 놈이니, 그리 재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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