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고향의 품 ‘화성 은행나무 마을’

수제치즈 만들기, 지경다지기, 짚공예 체험 가득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5/09/16 [08:20]

푸근한 고향의 품 ‘화성 은행나무 마을’

수제치즈 만들기, 지경다지기, 짚공예 체험 가득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5/09/16 [08:20]

화성 은행나무마을에 도착하면 마을을 지켜온 커다란 은행나무와 풋풋한 풀내음이 반겨준다. 그리고 그곳엔 외갓집처럼 푸근한 인심과 마을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하다. 옛날 추억을 더듬으며 마을 담장에 실컷 낙서도 해보고, 내 손으로 직접 치즈도 만들어 보는 유쾌한 하루가 기다린다.

   
▲ 화성은행나무마을에 도착하면 마을을 지켜온 커다란 은행나무와 풋풋한 풀내음이 반겨준다.
[분당신문] 은행나무 하면 떠오르는 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은 커다란 존재감. 그리고 그 밑에 널따랗게 자리 잡고 있는 평상에 삼삼오오 모여 새끼 꼬는 모습, 옆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풍경이다. 이제 도심 속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조금만 발품을 팔아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 요당리 ‘은행나무 마을’을 찾으면 만나볼 수 있는 추억의 장면이다.

   
▲ 고난도 솜씨가 필요한 제품보다는 새끼 꼬기 수준의 실력만 있으면 가능한 ‘뱀 만들기’에 돌입했다.
   
▲ 낡은 담벼락에 누가 봐도 낙서하기 좋은 장소다.
마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사슴들의 울음소리다. 동화책에서 나무꾼이 구해주던 어여쁜 ‘꽃사슴’을 기대했다면 약간 실망스럽다. 생각보다 더 커다란 사슴이 울음소리도 우렁차 쉽게 다가서기 곤란할 정도다. 하지만 아이들의 동심을 알아보았는지, 서서히 사슴들은 아이들이 내미는 풀잎을 받아먹는다. 사슴은 암놈은 뿔이 나지 않지만, 수놈의 경우 내년 봄이면 녹용에 쓸 뿔을 자른다고 한다. 이를 안 자르고 그냥 놔두면 단단한 각질로 변해 값어치가 떨어지는 ‘녹각’이 된다. 보통 뿔을 자른 후 70일 정도 지난 녹용이 가치가 있다.

낙서하기 좋은 낡은 담벼락
은행나무 마을은 특이하게 사과, 감, 대추, 배 등 각종 유실수를 한꺼번에 감상하도록 심었다. 체험단에게 “사과, 배는 2년생으로 가지를 꺾으면 2년 이상 있어야 열매가 열리지만, 대추, 감 등은 새순에서 자라기 때문에 장대로 따거나 꺾어줘야 열매가 맺힌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특히, 은행나무 마을답게 은행나무는 암수가 마주봐야 은행이 열린다는 비법(?)도 전해주었다. 그리고 이 마을이 예전에 마을 앞이 바닷가였고, 이를 막자 곳곳에 연못이 생겨 ‘요당’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지금은 내방객들에게 마을의 유래를 알리고자 ‘요당 못’을 만들어 보존하고 있다.

   
▲ 떡메로 내리치는 쾌감은 쌓였던 스트레스를 다 날려 버릴 정도다.
안내를 따라 자리를 옮긴 곳은 흡사 ‘농업 박물관’ 같다. 예전에 마을에서 직접 사용했던 농기구들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 쟁기, 제초기, 절구, 그리고 똥 장군까지. 그리고 소가 돌리던 연자방아. 물을 이용해 방아를 찧던 물레방아에 이어 이 마을에는 2~3명의 사람들이 발로 방아를 찧던 디딜방아가 있다. 주로 벼와 보리를 빻았고, 한쪽에서는 끼로 까불려 ‘현미’를 만들었다고 전하고 있다. 아이들은 직접 디딜방아를 밟아보면서 옛적 어른들의 고충을 어렴풋이 이해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농기구를 구경하고 뒤로 돌아보면 커다란 벽이 나온다. 낡은 담벼락에 누가 봐도 낙서하기 좋은 장소다. 매직을 나눠주기 무섭게 아이들이 솜씨(?)를 발휘한다. 얌전하게 자기 이름을 적는 아이부터, 신나게 자신이 다녀갔음을 각인시켜주는 글귀까지…. 덩달아 신난 것은 아이들을 따라온 부모들이다. 어릴 적 동심이 발동한 듯, 아이들 코치해주다가 본인들이 직접 나섰다. 한바탕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로 담벼락이 적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 찰싹 찰싹 묻어나는 찹쌀의 끈적임은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한다.
이제 마을 안쪽 길로 들어섰다. ‘공주댁’ 푯말이 어여쁜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목화밭이 꾸며져 있기도 하다. 그 길을 지나 넓은 신작로에 나서니, 저 멀리 큼지막한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450년을 살아왔다니 마을을 대표할 만하다. 가지가 옆으로 뻗어 있는 것을 보니 숫나무가 분명했고, 예전에 은행나무에 그네를 띄우기도 했지만 몇 해 전 은행나무가 벼락을 맞아 한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는데, 지금은 메웠단다.

똬리, 밀짚모자, 소꼴을 베어 담던 꼴망태
   
▲ 은행나무 밑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은행나무 밑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마을 어르신이 뒷짐을 지고 넉넉한 웃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 마을을 대표해서 짚공예를 담당할 류강수 할아버지시다. 농사를 짓고 나면 쌓이게 마련인 짚, 그 짚을 가지고 우리네 선조들은 많은 생활용품을 만들어냈다. 초가집 위에 씌우던 ‘용구쇠’는 초가의 수명을 연장시켜주었단다. 비올 때 입는 짚 옷 우장, 물을 길어올 때 물 항아리에 받치던 똬리, 밀짚모자, 소꼴을 베어 담던 꼴망태, 짚신 등 못 만드는 게 없을 정도로 짚은 우리 생활에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꼴망태를 본 할아버지가 옛 생각이 났는지 노래 한 자락 불러 세운다. “골망태 걸머지고 소를 모는 저 목동, 고삐 뚝뚝치며 콧노래 부르다가, 이랴~ 쩌이 쩌이 어서가자”

참가자들은 고난이 솜씨가 필요한 제품보다는 새끼 꼬기 수준의 실력만 있으면 가능한 ‘뱀 만들기’에 돌입했다. 쉽다고 얕볼 일은 아니다. 새끼라는 것을 꼬아 본 적이 없는 어른이나  아이에게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손바닥에 침을 뱉어 몇 가락 길게 이은 짚을 비비어 서로 고차 시키면 된다. 초보자에게 호락호락할 짚이 아니다. 모양은 엉망이지만 스스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만족감을 얻는 시간이었다. 비록 제대로 된 뱀 모양은 아니었지만.  

“에이~여~어라 지경이여~”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다시 은행나무 밑으로 모였다. 마을 어르신들도 천천히 걸어 나오신다. 일행이 향하는 곳은 마을 뒷산인 ‘주산봉’으로 향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서해대교까지 시야가 확보돼는 산으로, 일행은 중턱에 이르러 가져온 북을 내려놓는다. 여기서 ‘지경다지기’체험이 있을 예정이다. 지경다지기는 집을 짓기 전에 땅을 다지는 놀이로 특별한 건축 장비가 없던 옛날에 커다란 돌덩어리를 밧줄에 묶어 여러 명이 들어 올렸다 내려놓는 방식으로 땅을 다진다. 밧줄에 묶는 돌을 ‘지경돌’이라고 하는데 무게가 수백 킬로그램에 달했고, 인원이 모자르면 인근 마을까지 합새해 집짓기를 도왔다고 한다. 이때 북잽이가 노래를 부르면 지경줄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에이~여~어라 지경이여~”를 외쳤다고 한다.

깜작 이벤트, 떡메치기
한바탕 힘을 쓴 일행은 다시 마을로 내려와 오늘의 하이라이트 ‘수제치즈 만들기’에 도전한다. 목장에서 생산된 원유 10킬로그램으로 치즈를 만들면 수분이 다 빠져 10분의 1로 줄어든 양만큼의 치즈가 생긴다.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유(10kg), 구연산(20g), 겐네시(0.4g) 등을 넣어 골고루 섞어 준다. 이때 온도는 32도를 유지해야 한다. 온도를 잴 때 온도계를 바닥까지 넣으면 안된다. 중간쯤의 온도가 실제 온도다.

약 40분 정도 지나면 우유는 순두부처럼 입자가 만들어 진다. 이때 다시 온도를 높여 42도까지 올리면서 눌지 않게 주걱으로 잘 저어준다. 다시 뚜껑을 덮어 식힌 후 수분을 빼고 뜨거운 물에서 식지 않도록 하면서 끈적 끈적 할 때까지 반죽을 한다. 이때 물의 온도가 72~80도 정도가 되기 때문에 손이 뜨거워 데는 걸 조심해야 한다. 일반 가정집에서 만들 수는 있지만 대부분 고온살균 우유라 구하기 힘들고, 설상 구하더라고 가격 때문에 쉽게 도전할 만한 과정은 아니다.

실제로 시중에 시판되는 치즈 역시 원유로 만든 것이 아니라 대부분 수입한 탈지분유로 만든 것이라고 귀뜸해 준다. 또 수제 치즈는 가염(소금)처리를 하지 않아 맛이 없어 샐러드용이나 빈대떡, 피자치즈 등으로 사용한다.

   
▲ 아이들은 직접 디딜방아를 밟아보면서 옛적 어른들의 고충을 어렴풋이 이해하기도 한다.
치즈가 만들어지는 중간에 깜작 이벤트가 벌어졌다. 오늘 행사를 마련한 KG Farm에서 참석자들을 위해 떡메치기 체험을 준비했다. 김이 모락 모락 올라오는 찹쌀에 찬물을 묻혀가며 커다란 떡메로 내리치는 쾌감은 쌓였던 스트레스를 다 날려 버릴 정도다. 찰싹 찰싹 묻어나는 찹쌀의 끈적임은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한다. 참석자 모두가 몇 번씩 내리친 뒤 여기에 콩고물을 묻히자 인절미로 변신한다. 칼도 필요 없다. 접시 옆 날로 툭툭 잘라 고물 가득한 인절미 한 덩이를 입에 넣으니 꿀맛이다. 약간은 따뜻하면서도 질겅거림이 더 없는 맛의 향수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오래전 잊었던 바로 그 맛을 찾는 순간이었다. 

오늘 체험은 얻은 것이 많다. 넉넉한 시골 마을의 인심을 얻었고, 짚 공예체험에서는 직접 만들 짚을 얻었고, 치즈 만들기와 인절미 떡메 체험에서는 치즈와 인절미를 얻었다. 이처럼 농촌체험에서의 백미는 뭔가 손에 들고 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찾아가는 길
서울(경부고속도로)-평택, 음성간 고속도로-청북IC-수원방향 200m 우회전-덕지사 방향 직진-은행나무 마을

서해안고속도로 발안IC-수원방향으로 좌회전-발안에서 양감 방향으로 우회전-양감소재지에서 안중방향으로 1km

예약문의: 031.352.0972 http://yodang.go2vi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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