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 양곡? ‘쌀’로 표현해주길…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5/09/22 [12:20]

백미? 양곡? ‘쌀’로 표현해주길…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5/09/22 [12:20]
   
▲ 유일환 기자

[분당신문] 추석을 맞아 많은 단체와 기업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가위 불우이웃돕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성남시를 통해 기탁 또는 기부하는 물품이 대부분 ‘쌀’이다.

최근 성남시청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쌀에 대한 표현이 제각각이다. ‘성남시청 구내식당 환화호텔앤드리조트 양곡 10kg 490포(12,691천원 상당) 기탁’, ‘동부새마을금고 백미 20kg 1,000포(40,000천원 상당) 전달’, ‘에이스경암 독거노인 및 소년소녀가장 백미 4,029포(9,065만원 상당) 지원, ‘태평제일교회와 범일운수 백미 기탁‘ 등으로 나열하고 있다.


‘백미’라는 표현이 가장 많고, 21일자 보도자료에서는 제공한 사진에는 ‘백미’로 적혀 있지만, 글에는 ‘양곡’이란 말이 대신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이 두 말의 사전적 의미로 ‘백미(白米)’의 경우에는 ‘흰쌀’을 한자로 표현한 말이다. 사전에서도 ‘백미’라는 말보다 ‘흰쌀’로 ‘순화’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곡’이란 표현은 나가도 너무 나간 표현이다. 사전에서는 ‘양식으로 쓰이는 모든 곡식을 일컫는다’고 적고 있다. 쌀 뿐만 아니라, 보리, 조, 수수 등 모든 곡식을 말함인데, 사진을 보니 이 역시 ‘백미’라고 적혀 있었다.

 

옛날에야 흰쌀이 귀해 ‘백미’라 해야 남들이 “잘 먹고 사는구나”를 알아주었다. 그런데 요즘이야 쌀이 귀하지는 않은 세상이다. 이런 이유로 농림부는 쌀 장려정책을 펴고 있을 정도다. 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되면서 미국산 쌀도 들어오고, 중국산도 들어온다. 쌀로 술도 만들고, 국수도 만들어 먹는 세상이다.

 

이렇듯 흔한 게 쌀인데, 기부 또는 기탁하는 단체와 기업들이 설마 쌀이 아닌 보리, 수수, 조를 전달할리는 만무하다. 우리 말 ‘쌀’이 있는데 굳이 ‘백미’라는 생뚱맞은 말을 표현해서 달라 보일 필요는 없다. 옛날 관치시대 잘나 보이려는 공무원적 발상에서 나온 말이다.

 

얼마 전 성남시도 보도자료(8월 25일자 성남시, 권위적 행정용어 ‘순화’ 기사 참조)를 통해 권위적 행정용어를 ‘순화’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스스로 한 말에 책임지는 자세로 앞으로 ‘백미’, ‘양곡’이라는 엉뚱한 말을 쓰지 말고, 그냥 우리 말 ‘쌀’로 표현해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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