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선수, 만남의광장에서 자살했을까?

윤기원 사망사건 6… 의문투성이 경찰 수사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5/10/03 [14:07]

윤 선수, 만남의광장에서 자살했을까?

윤기원 사망사건 6… 의문투성이 경찰 수사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5/10/03 [14:07]

   
▲ 윤기원 선수는 정말 만남의광장에서 자살했을까?
[분당신문] 고 윤기원 선수 사망사건 최대 미스터리 중의 하나가 서울 ‘만남의광장’이다. 윤 선수는 2011년 5월 6일 오전 11시50분쯤 서울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하행선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실종 2일 만이다.

당시 윤 선수는 승용차 운전석의 의자가 뒤로 힌 상태에서 몸은 창문 쪽을 향해 틀어 반쯤 옆으로 누워있었다. 조수석에는 3분의 1쯤 타다 남은 번개탄과 그 밑을 화로가 받히고 있었다. 윤 선수는 정말 만남의광장에서 자살했을까?

   
▲ 윤기원 선수 경찰 수사 상황 보고서.
필자는 윤기원 선수 사건을 취재하면서 이런 의문을 갖게 됐다. 윤 선수의 시신이 만남의광장에서 발견되기는 했으나, 이곳을 ‘사망 장소’로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 발표는 여러 곳에서 모순이 있고, 실제 만남의광장 현장 취재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됐다.

윤 선수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만남의광장 주차관리원 김모(당시 56세)씨다. 2011년 5월 18일 서초경찰서 형사과장이 서장에게 보고한 ‘수사보고(CCTV 및 번개탄 등 구입여부 수사)’를 보면 윤 선수의 승용차가 만남의광장에 도착한 것은 5월 4일 오후 11시 2분이다.

   
▲ 휴게소 건물 앞에서 보면 광장 주차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주차관리원들이 수시로 주차단속을 하고 있다.
윤 선수는 5분 후인 11시 7분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차량에서 내린 후 1분 후인 11시 8분에 승차하는 장면이 만남의광장 CCTV에 녹화됐다고 적고 있다. 경찰 기록을 보면 만남의광장 주차 관리원 김씨가 윤 선수의 차량을 처음 발견한 것은 6일 오전 9시 36분이었다.

여기서 시간을 잘 봐야 한다. 경찰기록과 대비하면 윤 선수 차량이 광장에 34시간(1일10시간) 동안이나 주차돼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도 주차 관리원은 윤 선수 차량을 발견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경찰 자료를 보면 같은 날 11시 38분쯤에 주차 관리원이 재차 윤 선수의 차량을 자세히 들여다봤고, 11시 43분 조수석에 번개탄과 화로가 있는 것을 보고는 11시 49분쯤 119가 도착했다. 11시 53분쯤 윤 선수의 차량 문을 열었고, 오후 12시 9분쯤 서초경찰서 직원들이 도착하는 장면이 CCTV에 녹화됐다고 밝히고 있다.

   
▲ 누구라도 승용차 안의 타다만 번개탄과 쓰러져 있는 윤 선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경찰 발표를 그대로 믿기에는 모순이 너무 많다. 이미 결과를 정해놓고 그쪽으로 몰아가며, 짜 맞추기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필자가 보기에 윤 선수는 만남의광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자살’이 아닌 ‘타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윤 선수가 만남의광장에서 죽지 않았다는 근거 6가지는 아래와 같다.

1. 34시간 주차,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윤기원 선수 차량이 만남의광장에 34시간 동안 있었다면 광장 주차관리원의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 필자가 만남의광장을 취재해보니 광장 휴게소 건물의 길이는 약 50m 정도 된다. 또 휴게소 건물 중앙에서 주차장 화단까지 직선거리로 20m가 되지 않는다.

   
▲ 만남의광장 주차장에는 '장기주차금지' 표지판 3개가 세워져 있다.
휴게소 건물 중앙에서 보면 주차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필자가 주차관리원에게 물어보니 이곳 주차장을 관리하는 주차 관리원은 모두 세 명이다. 필자가 광장에 갔을 때는 2명이 수시로 차량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주차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차장에 떨어진 쓰레기 등도 수시로 쓸어 담으며 차량 사이를 오고 갔다. 때문에 34시간 동안 윤 선수의 차량이 만남의광장 주차장에 있었다면 투명 망토를 덮고 있지 않는 한 발견되지 않을 확률은 ‘0’에 가깝다.

2. 윤 선수 차량 노출되기 쉬운 곳에 있었다

둘째, 윤기원 선수 승용차가 주차된 곳은 광장의 후미진 곳도 아니었다. 휴게소 건물 길이로 따지면 3분의 2가 조금 넘는 지점에서 차량 앞부분이 주유소 쪽을 보고 있었다.

경찰은 유족들에게 "발견 당시 앞뒤에 화물차가 주차돼 있었다"고 했으나, 이를 확인할 증거는 없다. 화물차량이 막고 있었다면 최초 현장에 갔을 때 촬영을 했어야 하는데 경찰이 촬영한 사진은 화물차가 빠진 상태였다. 설사 화물차가 앞뒤로 막고 있었다고 해도 조수석 쪽은 훤히 노출돼 있다. 조수석에는 타다만 번개탄과 석쇠화로가 있었고, 그쪽에서 봐도 차량 안의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윤 선수 차량 밖에서도, 운전자와 조수석을 한 눈에 훤히 알아볼 수 있다.
때문에 누구라도 승용차 안의 타다만 번개탄과 쓰러져 있는 윤 선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윤 선수의 차량을 주차 관리원이 34시간 동안 발견하지 않았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이유다. 주차관리원이 아니더라도 만남의광장을 찾은 차량운전자나 보행자 등에게 발견되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이것을 좀 더 확인해 보기로 했다. 현재 윤 선수가 타던 차량은 아버지가 운행하고 있다. 윤 선수의 차량 안이 얼마나 식별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윤 선수 아버지를 통해 승용차 운전석과 조수석을 외부에서 각각 촬영해 봤다.

그랬더니 차량 밖에서도 운전자와 조수석을 한 눈에 훤히 알아볼 수 있었다. 누구든지 차량 안의 번개탄을 볼 수 있었고, 이것을 봤다면 운전자가 옆으로 쓰러진 상태에서 이상하게 여기고 신고했을 것이다.

3. 장기주차 단속 스티커가 한 장도 없다 

셋째,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는 경부고속도로상에 위치한 부산 방향으로 향하는 첫 번째 고속도로 휴게소다. ‘만남의광장’이라는 타이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휴게소는 장거리 운전에 따른 피로 회복보다는 경부고속도로를 거치는 장거리 여행에서 일행과 합류하거나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을 챙기는 준비 단계를 위한 목적이 강하다.

   
▲ 1시간 이상 장기주차 차량에는 '주차 위반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때문에 이곳에 장기 주차하는 차량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 필자가 광장에 가서 지켜보니 수시로 차량이 빠지고 있어 주차장에 빼곡하게 차량이 들어찬 적은 없었다. 휴게소인 만큼 최대 주차 시간을 1시간으로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광장 주차장에는 ‘1시간 이상 장기주차를 금한다’며 ‘1시간 이상 주차 시 스티커를 부착한다’는 경고판이 3개가 세워져 있다.

장기 주차 차량이 많을수록 휴게소를 찾는 운전자들이 적고 그러면 판매 수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 주차 차량’은 휴게소에게는 애물단지다. 또 만남의 광장에서 ‘장기 주차’를 하려거든 진입로 쪽에 있는 ‘장기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 만남의광장에는 '장기유료주차장'이 따로 있다.
만약 주차장 장기주차 차량을 단속하지 않으면 유료 주차장 수입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차관리원들이 수시로 단속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차 관리원에 따르면 ‘장기 주차 차량’은 주로 ‘골프 족’들이다. 밤에 여러 명이 만남의광장까지 차를 몰고 와서는 차 한 대로 골프장을 가는 얌체 골프 족들이 장기 주차 주범들이라고 한다. 주차 관리원에 따르면 경고판에는 ‘1시간 이상시 스티커 부착’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오전과 오후에 한 장씩 스티커를 부착한다고 했다.

윤기원 선수가 만남의 광장에 34시간 동안 주차돼 있었다면, 윤 선수의 차량에는 불법 주차 스티커가 최소 3장은 붙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 장의 스티커도 붙어있지 않았다. 주차관리원이 일부러 봐주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을 보면 윤 선수가 경찰 발표와는 달리 주차관리원에게 발견되기 직전에 만남의광장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은 따로 자세하게 다루기로 한다. 현재 윤 선수를 처음 발견한 주차관리원 김00씨는 현재는 퇴사하고 없는 상태다.

4. 번개탄을 피우면 금방 발견된다

넷째, 만남의광장에서 번개탄에 불을 붙였다면 금방 노출된다. 번개탄에 불을 붙이면 톱밥과 섞인 화학물질이 타면서 약 30초~1분 정도는 커다란 불꽃을 내뿜는다. 불꽃놀이용 스파클라에 불을 붙이면 1분간 타내려가면서 불꽃을 연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 윤기원 선수가 변사체로 발견된 후 경찰이 승용차를 촬영한 사진. 장기주차단속 스티커가 한 장도 붙어있지 않다.
번개탄은 불꽃이 일면서 매캐한 흰색 연기(유독가스)를 내 내뿜는다. 때문에 윤 선수가 한밤중에 차 안에서 번개탄에 불을 붙였다면 금방 눈에 띨 수밖에 없다. 낮에 번개탄에 불을 붙여도 마찬가지다. 밀폐된 차 안에서 불을 붙이면 불꽃이 일고, 그로 인해 차 안은 연기로 가득 차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윤 선수는 사망하기 전에 발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 휴게소 CCTV, 차량 사람 판별 안 된다

다섯째, 경찰은 윤 선수가 만남의광장에 진입한 사실과 시간을 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필자가 확인해보니 만남의광장 휴게소 건물 옥상에는 총 3대의 CCTV가 주차장 쪽을 보고 있었다. 모두 돔형이다. 장애인 주차구역, 입구쪽 그리고 출구쪽을 비추고 있다. 부산 방향 쪽에는 주유소 쪽을 비추는 블릿형 CCTV 한 대가 설치돼 있었다.

만남의광장에 들어오기 전에는 도로공사에서 설치한 CCTV가 있는데, 2011년에도 설치되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경찰이 유력한 증거로 언급한 CCTV를 만남의광장 직원과 함께 확인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휴게소를 마주 본 상태에서 진입로와 가장 가까운 입구쪽 CCTV를 가리키는 것이다. 옥상에 설치된 돔형은 휴게소 외곽을 위해서가 아니라 휴게소 건물 주변 관찰을 위한 CCTV다. 그러다보니 촬영거리가 멀지 않다.

경찰은 정말 CCTV를 통해 윤 선수의 차량과 검은 봉지를 들고 내렸다 타는 것을 확인한 것일까. 경찰이 밝힌 윤 선수가 광장에 진입한 것은 한 밤중인 11시가 넘어서다. 지난해 SBS ‘궁금한이야기 Y’에서 윤 선수 사건을 다뤘다. 당시 제작진은 윤 선수의 차량이 진입했다는 비슷한 시간대에 휴게소 CCTV가 차종과 차량을 식별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는데, 전혀 알아 볼 수 없었다.
 
   
▲ 만남의광장 휴게소 건물 옥상에는 총3대의 CCTV가 주차장쪽을 보고 있다.
차량의 색상도 알 수 없을 정도의 화질이었으니 차량 번호판도 알 수 없다. 차종, 차량 색상, 번호판이 확인되지 않는데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가 탔다고 해도 더더욱 누구인지 알 수 없다. 필자가 직접 휴게소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CCTV는 화질이 좋지 않고, 차종과 차량판별이 어렵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지금의 CCTV 화질로도 판독이 안 되는데, 약 5년 전에는 말할 것도 없다. 휴게소 관계자도 “저녁에 해가 없을 때는 아예 안 나온다. 안 보인다. 깜깜해서…”라고 말한다. 더욱이 윤 선수의 승용차가 주차된 곳은 CCTV의 사각지대였다.

주차장 쪽을 비추고 있는 돔형 CCTV에는 윤 선수의 차량이 있는 곳은 아예 잡히지도 않았다. 경찰은 도대체 뭘 보고 윤 선수 차량과 윤 선수를 지목했을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차량 내부의 상황도 이상한 점이 발견되는데 이 부분은 따로 집중 다루겠다.

6. CCTV 실체, 스스로 인정한 경찰

여섯째, 윤기원 선수의 부모는 사건 이후 경찰에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찍혔다는 CCTV 영상 공개를 강하게 요구했다. 영상 공개가 어렵다면 영상을 캡처해서 인쇄한 것이라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경찰은 계속해서 공개를 거부했고, 나중에는 폐기해서 없다고 했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광장 휴게소가 비밀을 요구하는 보안구역도 아니고 군사구역은 더더욱 아니다. 부모가 아들의 모습이 담긴 모습을 보겠다는 건 당연하고, 경찰도 못 보여줄 것이 없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CCTV를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이것도 문제지만 자살의 유력한 증거물이라는 것을 폐기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경찰의 이상한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 윤기원 선수 부모는 아들의 사망관련 사건기록을 열람하기 위해 검찰에 갔다. 그랬더니 검찰은 “내사 종결돼서 경찰서로 넘어간 거 같다”며 “모든 수사 자료가 경찰에 있다”고 했다.

서초경찰서 측의 말은 더 황당하다. 윤 선수 부모에게 “CCTV가 이제는 존재하지 않아서 비공개 결정이 났다. 증거자료로 사용되면 검찰에 무조건 저장돼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이게 애매했다. 그때 당시에는 수사결과에 영향이 없기 때문에 폐기됐다”는 것이다.

   
▲ 담당 형사는 뭐가 두려워 자신이 수사한 내용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을까.(방송화면 캡쳐)
윤기원 선수가 만남의광장에서 자살한 유력 증거물이라고 수사기록에 적으면서, “수사결과에 영향이 없어 폐기했다”고 하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

궁금한이야기Y와 통화한 담당형사는 “CCTV가 있어도 안 보인다. CCTV 상으로는 멀리 있다. 차가 엄청 상상하는 거량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 “까만 봉지를 들고 차에 오른 적 있었다고 하던데 그거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니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뭐가 두려워 자신이 수사한 내용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을까.

담당형사는 얼덜결에 두 가지 진실을 말했다. 하나는 수사기록에 CCTV가 유력 증거물이라고 해 놓고 "CCTV가 있어도 안 보인다"며 스스로의 수사내용을 부정했다. 또 한 가지는 '검은 봉지' 부분인데, 지금까지의 사실들을 종합하면 윤 선수가 '검은봉지'를 들고 내렸다 탔다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다. 경찰이 만들어낸 상황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찰이 유력증거물이라고 했던 CCTV는 윤 선수가 만남의광장으로 진입한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물이 되지 않았다. 경찰이 끝까지 보여주지 않고 폐기한 것도 마찬가지이유였다.

이런 것을 종합하면 윤 선수는 만남의광장에서 자살했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윤 선수 사건을 ‘자살’로 종결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경찰은 왜 많은 의문점을 수사하지 않고, 증거력이 없는 CCTV를 유력증거물로 삼아 윤 선수 사건을 ‘자살’로 종결했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  이 기사는 정락인 기자가 운영하는 1인미디어 '정락인닷컴'(jeongrakin.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윤기원 선수 사망사건」연재기사의 저작권리는 정락인닷컴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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