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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죽였는데, 징역 3년이라니요?”재판부, "앞길 창창한 젊은이고, 죽을 줄 모르고 때렸다" 판결
유일환 기자  |  presslov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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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02  1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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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신문] 길 가던 사람을 때려 죽였다. 그런데 술에 취했다고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이런 거짓말 같은 판결이 실제로 있었다. 지난 11월 27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301호 법정.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23)씨와 또다른 공범 김모(21)씨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재판장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지나가던 행인을 마구 때려죽인 살인자들에게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형량이 내려진 것일까. 

   
▲ 길 가던 사람을 때려 죽였다. 그런데 술에 취했다고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이런 거짓말 같은 판결이 실제로 있었다.
먼저 이 사건이 일어난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 5월 23일 토요일, 피해자인 박준호(당시 32세)씨는 부산 사하구 하단2동의 한 노래방에서 새벽까지 후배 2명과 술을 마신 후 나왔다. 술이 많이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준호씨는 길을 가다 5명의 다른 일행과 마주쳤다. 이 중 가해자 2명이 “쳐다봤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면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피를 흘리고 있는 상태인데도 계속 머리를 찼다. 당시 현장에 있던 CCTV를 보면 가해자 중 한 명이 먼저 무릎으로 폭행했고, 준호씨가 바닥에 쓰러지자 얼굴과 머리를 또 다른 가해자가가 사정없이 발로 차 버린다.

얼마나 심하게 찼던지, CCTV를 본 경찰이 “무자비하게 찼다”고 표현 할 정도였다. 머리를 폭행당한 준호씨의 두개골은 함몰됐다. 비록 가해자들이 술을 마셨다고는 하나 이 정도로 사람을 폭행한 것은 죽이려고 작정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준호씨가 대학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겉잡을 수 없었다. 머리를 촬영해보니 뇌의 주요 부위가 괴사(생체 세포·조직의 일부가 죽거나 죽어가는 상태) 돼 뇌사상태가 됐다.

담당 의사는 준호씨를 보고 안타깝다며 혀를 찼다. “단순하게 주먹으로 맞은 게 아니라 망치나 몽둥이, 쇠뭉치 이런 걸로 때리면 모르겠지만, 머리에 금이 저렇게 갈 정도로 심한 충격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의 폭행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뇌사상태에 있을 때의 고 박준호씨.
병원에서 8일 간의 소생 노력을 했지만, 준호씨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5월 31일 오후 9시쯤 가족들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떠났다. 향년 32세. 세상에 태어나 제대로 꿈도 펼치지 못한 나이였다. 준호씨는 마지막 순간 가족들과의 이별을 말없이 눈물로 대신했다. 정말 어이없고 참담한 죽음이었다. 

가족들은 예고 없는 슬픔에 망연자실했다. 6월 3일 준호씨의 장례식이 치러졌는데, 화장장에는 눈물바다가 됐다. 아들의 시신이 담긴 관이 화장장으로 옮겨지자 어머니는 “준호야, 준호야”를 외쳤다. 마지막 가는 아들의 관을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오열했다. 

준호씨의 유해는 송도 앞 바다가 잘 보이는 암남공원 산책로에 뿌려졌다. 형제 중 맏이었던 준호씨의 갑작스런 죽음. 가족들은 마른하늘에 날 벼락을 맞았다. 당장 가족의 생계 문제도 닥쳤다. 형의 빈자리는 동생이 채우려고 하지만 힘에 겹다. 동생 신욱씨가 낮에 직장 다니는 것으로 부족해서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들을 잃은 부모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지금도 매일 매일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잘 정도다. 동생 신욱씨는 “지금도 어머니는 밤마다 준호야, 준호야를 부른다”고 말한다. 낮이 되면 부모님은 암남공원에 간다. 이곳에서 또 다시 아들의 이름을 목메어 부른다. 신욱씨는 “어머니는 형을 만나기 위해 늘 공원을 찾고 있다. 그리고는 저렇게 울고 계신다”고 전했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길거리에서 맞아 죽었는데, 어느 부모가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래도 준호씨 부모는 아들을 죽인 살인자들이 처벌받는 것을 똑똑히 봐야했다. 이런 일념 하나로 지난 6개월 동안 피눈물을 쏟았다.

사건 이후 가해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부산 사하경찰서는 폭행 하루만인 5월 24일 새벽 가해자 2명을 긴급체포했고,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나머지 일행 3명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폭행 가해자 2명을 중상해 혐의로 구속수사한 뒤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 준호씨가 사망함에 따라 검찰은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드디어 지난 11월 27일 준호씨를 죽인 살인자들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렸다. 그리고 재판장이 피고들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방청석에서 고함소리가 터졌다. 준호씨의 어머니였다. “이 사람들아, 빵을 훔쳐도 3년은 더 살더라. 사람이 죽었다. 우리 아들이 죽었다”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 거의 매일 아들의 유해를 뿌린 공원을 찾아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법정 경위들이 쏜살 같이 달려와 준호씨 어머니를 제지했지만, 차마 법정 밖으로 끌어내지는 못했다. 그사이 재판부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어머니는 오열하다 끝내 실신하고 말았다. 유족들은 법정 바닥에 눈물을 떨어뜨리며 “말도 안 된다”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이날 재판장이 선고한 ‘징역 3년’은 ‘상해치사죄’의 최저 형량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술에 취했었고,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고, 죽을 줄 모르고 때렸기 때문"이라며 판결이유를 밝혔다. 한 마디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죽일 의도로 때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앞길을 염려해 ‘3년 형’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검사 구형(각각 징역 9년, 8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었다. 검사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항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모두 감경의 사유가 될까? 이에 대해 임방글 변호사는 지난 6월 5일 MBC <생방송 오늘의 아침>에 출연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술 마시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법정에서는 절대 안 통한다. 형법 10조에서는 어떤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면 형을 감경한다고 되어 있지만 심신미약은 술 마신 상태에서는 거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정신병이 있거나 이런 정도를 의미한다”며 “술을 마신 경우에 정말 명백하게 실수를 했구나 하는 경우엔 형을 약간 감형해주는 이 정도만 있지 술을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감형은 절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가해자들에게 선고된 형량은 나올 수가 없다. 이들의 폭행을 보면 “무자비 하다”고 할 정도였고, 여기에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가담했다. 이것을 술 마시고 실수했다고 볼 수도 없을뿐더러, 심신미약으로 감경할 사유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판사는 왜 이들에게 ‘징역 3년’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일까? 유족들은 여기에 분개한다. 빵을 훔쳐도 3년은 사는데, 하물며 사람이 죽었는데 3년이라니…. 

실제 조 아무개씨는 2010년 전남 보성군의 한 배추밭에서 배추 2포기를 뽑다 마을주민에게 들켰다. 이후 도망치는 과정에서 주변에 나뭇가지로 자신을 붙잡고 있는 마을주민을 수회 때린 혐의(강도상해)로 기소돼 징역 3년6월의 실형에 처해졌다. 제자에게 인분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한 이른바 ‘인분교수’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이런 것에 비하면 박준호씨를 죽인 가해자들의 형량은 대다수 국민들의 법 감정을 배신한 것이다. 

그런데도 가해자 측은 ‘징역 3년이 무겁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에 묻는다. 살인자들에게 ‘앞길이 창창하다’며 솜방망이 처벌하면, 그들이 죽인 32세의 젊은 청년과 가족들은 어디에서 보상을 받아야 할까? 만약 재판장이 피해자의 아버지라면 이런 처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식의 판결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술 마시고 사람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

※ 이 기사는 정락인 기자가 운영하는 1인미디어 '정락인닷컴'(jeongrakin.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협약에 의해 게재한 것으로  기사의 저작권은 정락인닷컴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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