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문] 이재명 성남시장이 4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2016년을 시원하게 ‘3대 무상복지정책 전면시행’이란 말로 시작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면시행’이 아니다. ‘무상’이라 하면 (사전적 의미로)어떤 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어야 한다고 했는데, 중앙정부의 ‘독자 복지사업 추진 시 재정 페널티 부과’라는 시행령 때문에 ‘절반’만 시행하는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전면 시행’으로 둔갑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3대 무상복지를 시행키로 했다. |
이렇게 쓰이는 예산이 총 194억 원 중 98억3천500만원이다. 올 한 해 성남시민 증 만 24세 청년 1만1천300명, 중학교 신입생 학부모 8천900명, 산모 약 9천명 등 3만 명 정도에게 15만 원, 25만 원, 50만 원씩 지급된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나타나 묻거나 따지지 않고 해당되는 시민에게 현금과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축복이다.
그렇다면 올해 책정한 예산 194억 원 중 98억3천500만 원을 쓰고 나머지 95억6천500만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재명 시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 돈은 현재 성남시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한 탓에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복지정책 집행유보금’으로 남겨둬야 한다. 즉, 쓰지 못하는 돈이다. 성남시가 중앙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성남시의회를 통해 무상 복지정책에 대한 조례를 만들고, 예산으로 194억 원을 세웠다. 이런 탓에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돈은 있지만 쓰지 못하는 집행 유보금이 생겨난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무상복지를 시행하면 중앙정부는 성남시에게 ‘재정 페널티’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성남시는 교부금 불교부 단체로 2019년까지 보통 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대신, ‘분권 교부세’라는 명목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액수가 2016년에만 87억 원이다. 따라서 이재명 시장이 중앙정부와 계속 긴장 관계를 유지한다면 성남시는 ‘재정 페널티’로 2019년까지 매년 87억 원 정도를 받지 못하게 된다. 당장 써야 할 돈(성남시의회는 2016년도 예산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 이미 승인해 준 상태다)이 없어져 87억 원에 해당하는 다른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올해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받지 못한다고 했을 때 4년간 348억 원이라는 예산이 차질을 빚는 것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매년 받는 ‘분권 교부세’를 받지 못하면 87억 원이라는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까? 이재명 시장 말대로 부정부패, 예산낭비, 세금탈루 막아 3대 무상복지 정책을 힘들게 만들었는데, 막상 시행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재정 페널티’로 인해 또 다시 87억 원이라는 예산을 더 만들어야 한다. 분권 교부세 대부분이 사회복지 예산으로 쓰이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또 다른 복지사각지대가 만들어 질지 모르는 일이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 사업을 줄이거나, 다른 사업에서 빼서 막아야 할 예산이 매년 87억 원이 추가되는 셈이다. 이 또한 4년 동안 집행해야 할 경우 348억 원에 달한다.
이제부터는 아주 간단한 산수 문제 풀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3대 무상복지 절반만 시행하는 탓에 성남시가 묶이거나, 딴 곳에 써야 할 예산을 쓰지 못하는 총액은 얼마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성남시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한 탓에 ‘복지정책 집행유보금’으로 남겨둬야 하는 95억6천500만원. ‘재정 페널티’로 인해 받지 못하는 분권교부세 87억 원. 들어와야 할 분권교부세가 없으니, 이를 대신 충당할 예산이 87억 원이다. 이를 전부 더하면 성남시는 3대 무상 복지정책 절반 시행으로 매년 270억 원 가량을 쓰지 못하고, 2019년까지 길게 가면 4년 동안 총 1천100억 원 가량이 묶이는 셈이다.
이재명 시장 말대로 재판에 이겨 교부세를 받고, 집행유보금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당장 써야 할 돈을 못 쓰고 버텨야 하는 ‘불쌍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 조차도 재판에서 지면 집행유보금을 ‘재정 페널티’로 인해 받지 못한 교부세로 충당한다니 걱정이다. 연일 유명세로 이름을 알리는 ‘전국구’ 시장을 모셔야 하는 시민들과 성남시 재정의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는 공무원들은 오늘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