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정맥폐쇄, 임신이 위험요인?

고위험 임산부만 해당…일반 임산부는 발생률 낮아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6/02/23 [14:52]

망막정맥폐쇄, 임신이 위험요인?

고위험 임산부만 해당…일반 임산부는 발생률 낮아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6/02/23 [14:52]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박상준(좌), 우세준 교수팀.
[분당신문] 안구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망막은 혈관들이 그물 모양으로 복잡하게 퍼져 있는 중요한 신경 조직이다. 이 망막에 퍼져있는 혈관 중 정맥이 막혀 출혈과 부종 등이 일어나는 질환을 망막정맥폐쇄(Retinal Vein Occlusion)라 하는데 이는 시력손상, 심하면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하는 질환 중 하나다.

이전까지 안과 교과서 등에서는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등과 더불어 임신 시 발생하는 응고항진상태(혈액응고능력이 높아져 피 덩어리 같은 혈전이 만들어지기 쉽게 된 상태) 때문에 임신을 망막정맥폐쇄의 위험요인으로 간주하고 있었는데 사실상 이는 일부의 사례보고에 근거하고 있을 뿐, 직접적으로 임신과 망막정맥폐쇄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적은 없었다.

이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박상준, 우세준 교수팀은 임신과 망막정맥폐쇄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등록된 한국인 전체 건강 자료를 활용하여 임신과 망막정맥폐쇄 연관성에 대한 대규모 인구집단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 일반 여성 대비 임산부 및 고위험 임산부 망막정맥폐쇄 발생률 비교표.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심평원에 등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망막정맥폐쇄를 진단받은 환자 중 여성을 선별, 이들 중 임신 및 출산을 경험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실시했다. 표준화발생비(SIR, Standardized Incidence Ratio)를 이용하여 같은 연령 여성에서의 망막 정맥폐쇄 발생률과 임산부의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을 비교해본 결과, 임산부는 같은 연령의 일반 여성대비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이 0.29배로 오히려 훨씬 낮았던 반면, 흔히 임신 중독증으로 알려져 있는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 및 자간증을 경험한 고위험 임산부로 한정할 경우에는 일반 여성 대비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이 67.5배로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의 경우, 산전 검사를 시행하는 등 평소보다 건강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위험인자들에 대한 통제가 이뤄져 있어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이 일반 여성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전자간증 또는 자간증을 경험한 임산부의 경우에는 혈압이 오르는 등 여러 복합적인 상태가 나타나 임산부의 세동맥(미세순환에 관여하는 혈관)이 좁아지고 망막출혈이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이전까지 기존 안과 교과서 등에서 임신이 망막정맥폐쇄의 위험 요인이라고 당연하게 기술하던 사실과 반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동시에, 임신 자체가 지금까지의 통설과 달리 망막정맥폐쇄의 위험인자가 아닐 수 있으며, 오히려 보호 요인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를 주도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박상준 교수는 “그동안 임신과 망막정맥폐쇄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과거의 문헌들은 대부분 몇몇 사례보고들로만 이뤄져 있어 의학적인 증거로서의 가치가 높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는 의료영역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신과 망막정맥폐쇄의 관련성에 대한 새로운 의학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며 “임신과 망막정맥폐쇄에 대한 확실한 관련성을 알기 위해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서 우리 연구결과들이 반복 확인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연구의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더해 박교수는 “망막정맥폐쇄 발생률이 높은 전자간증 및 자간증을 경험한 고위험 임산부는 정기적인 안저검사를 포함한 정밀 안과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꼭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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