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성남의 총선 구도

지역에 오래 머물수록 공천과는 멀어져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6/03/19 [14:27]

이상한 성남의 총선 구도

지역에 오래 머물수록 공천과는 멀어져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6/03/19 [14:27]

   
▲ 유일환 기자
[분당신문] 성남지역 총선 구도가 이상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각 당의 공천 과정을 겪으면서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게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성남이 사분오열로 나눠지고, 물고 뜯는 피 말리는 전쟁으로 인해 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수정구에서는 새누리당의 공천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누가봐도 국회의원을 지낸 신영수 후보가 유리한 구도였다. 여기에 윤춘모 지역위원장, 허재안 전 경기도의회 의장 등이 3자구도로 경선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비록 성남세대이기는 하지만 뒤늦게 낙하산과도 같은 변환봉 변호사가 수정구에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밝힌 안심번호로 경선을 했을 경우 누가 가장 유리할지는 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경선도 한 번 치러보지 못한 채 변환봉으로 공천이 확정됐다. 사실상의 전략공천이었다.

중원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매우 복잡했다. 더민주는 5명의 예비후보군으로 출발했다. 이후 2명이 당적을 옮기면서 3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인 더민주는 성남 중원의 재선 의원이었던 조성준 후보를 컷오프 시켰다.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결국, 지역출신이 아닌 은수미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정치신인으로 참여한 안성욱 변호사가 여론조사 경쟁을 벌였다. 필리버스터로 전국적 관심을 받았던 은수미 후보가 이겼다.

중원구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3명은 모두 더민주 출신이다. 정환석 후보는 지난해 4.29 보궐선거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은수미 후보를 물리치고 본선 후보로 나섰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국민의당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 이전에 윤은숙 후보는 더민주를 탈당하고, 도의원까지 사퇴하면서 국민의당에 배수의 진을 쳤다. 여기에 비례 시의원이었던 박윤희 후보가 가세했다. 박 후보도 시의원을 사퇴하고 중원 더민주 후보에 참여하려 했으나, 예비심사에서 시의원 사퇴를 문제 삼자 탈당 후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사실상 3파전이었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경선이 아닌 정환석 후보 전략공천을 확정했다. 이로 인해 도의원과 시의원을 사퇴한 윤 후보와 박 후보는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분당 역시 만만치 않은 우여곡절이 일어났다. 분당갑 더민주는 조신 후보가 가장 먼저 예비후보로 등장했지만, 이후 이헌욱 변호사가 뒤늦게 나타나면서 경쟁을 벌이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 모두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됐다. 당은 김병관 비대위원을 공천했기 때문이다. 성남지역 4개 선거구 예비후보 중 가장 늦게 등장한 인물이다. 분당갑 새누리당은 현역 이종훈 의원을 낙천시키고,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을 공천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쟁하던 장정은 국회의원은 중도에 예비후보를 사퇴했고, 이범래, 장석일 후보에게는 아예 겨뤄볼 기회조차 주지도 않았다.     

분당을은 더민주 김병욱 후보가 유리해졌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실장을 지냈고, 분당을에서 3선을 역임한 임태희 후보를 제치고, 현 전하진 의원을 공천했다. 임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자신을 배제한 것은 ‘명백한 정치 보복’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새누리당 전하진 후보와 무소속 임태희 후보의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이로 인해 더민주는 2011년 4.27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물리친 이후 가장 유리한 선거구도가 만들어졌다.  

최근 발생한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일여다야’라는 여당이 유리한 구도에서 이제는 어느 누구도 당선을 확실할 수 없는 ‘안개 속 선거’로 바뀌게 됐다. 지역에 대한 배려는 처음부터 없었고, 오로지 계파 정치에 따라 자기 사람 심기에 여념 없는 중앙당의 무리수로 인해 벌어진 참극이라 말할 수 있다.

성남에서 배출하는 국회의원은 적어도 성남에서 몇 년을 살아보고 지역 공약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선거꾼들이 내려와 세팅을 하고, 중앙당 관계를 제일 중요시 여기고, 지역 유권자의 요구를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는 행태는 퇴출돼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적어도 성남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투표에 참여했으면 한다. 그래야 중앙당에서 지역을 무시 못하고, 4명의 국회의원이 오직 성남 유권자를 생각하며 4년을 보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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