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 천일염의 寶庫, 증도에 가다

바닷물, 해풍, 햇볕이 만들어낸 ‘하얀 보석’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0/12/16 [14:49]

현장 속으로 | 천일염의 寶庫, 증도에 가다

바닷물, 해풍, 햇볕이 만들어낸 ‘하얀 보석’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0/12/16 [14:49]

백문이 불여일견.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없다. 직접 체험하고 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최근 소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천일염에 대한 우수성을 입증한 각종 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계의 소금 중에서 가장 싸면서도 미네랄 등이 우수한 우리의 천일염. 그 이면에 감춰진 염부의 생활과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넓게 펼쳐진 소금밭
프랑스 대서양 연안의 게랑드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이 우리의 천일염보다 무려 50배 정도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을 접했다. 가장 마음이 아픈 사람은 염전에 종사하는 분들이었다. 실제 미네랄 함량을 조사해 본 결과, 칼슘은 게랑스산과 국산이 각각 kg당 1493mg, 1429mg이었고, 칼륨은 1073mg, 3067mg이었고, 마그네슘은 3975mg, 9797mg으로 조사됐다. 품질이 좋은 천일염은 나라를 잘못 만나 싸구려 취급받고, 게랑드 소금은 나라를 잘 만나 명품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가슴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2008년 이전까지 우리의 천일명은 식품이 아니라, 광물로 분류돼 공업용으로 사용, 식탁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 말 그대로 가장 귀중한 소금을 만들면서도 제대로 제값도 받지 못한 이들의 현실이 잠깐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이다.

 아무리 우리 소금이 좋다고 떠들어도 소용없다. 직접 소금 생산 현장을 찾아 우리의 천일염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 소금밭을 가기 위해서 장소를 택해야 했다. 우리나라 최대 천일염 생산지로 알려진 곳은 전라남도다. 전체 생산량의 85%가 전남 서해안 갯벌에서 만들어 진다. 특히, 군 전체가 1004개 섬으로 구성된 신안군은 전국 천일염의 64%를 차지하는 국내 제일의 소금 생산지로 알려진 곳이다. 소금밭 체험을 위해 신안군 증도면에 위치한 태평염전을 찾았다. 증도는 예전에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증도대교 개통으로 지도읍을 거쳐 들어가면 수월하다. 

   
▲햇볕에 마른 소금을 대파로 모으는 작업
가는 길부터가 순탄치 않았다. 막바지 휴가를 즐기려는 많은 피서객들로 인해 고속도로는 인산인해였다. 결국 신안에 도착한 것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했다. 당일 소금 체험은 힘들고, 다음날 아침에 신안군의 협조를 받기 위해 군청을 찾았다. 군 전체가 섬이기에 군청은 목포시내에 위치해 있다. 군청 입구부터 예전에 소금을 채취하던 농부의 모습이 소금하면 신안을 생각나게 만들어 준다. 담당 공무원은 “요즘처럼 비가 오락가락 할 때 염전을 찾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귀띔한다. 신안을 찾기 전날 비가 왔으니 당연히 소금밭은 엉망이 됐으리라. 걱정이 앞선다. 먼 길을 내달려 왔더니 소금은커녕 욕만 먹고 가게 생겼으니 난감하다. 그래도 덤비기로 했다. 무작정 증도로 향했고, 드디어 말로만 듣던 염전을 구경하게 됐다. 

태평염전은 단일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연간 1만5000톤의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샛길을 중심으로 양쪽에 드넓은 염전이 새하얀 소금을 토해놓고 있었다. 이처럼 신안, 그중에서 증도의 태평염전이 유명한 것은 갯벌 천일염이기 때문이다. 서해안 갯벌에는 미네랄과 유기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 함량이 놓고, 칼륨과 마그네슘은 수입산 소금보다 3배가량 많다고 한다.

   
▲소금을 한쪽으로 모아 물을 뺀다.
염전은 흡사 논두렁과 비슷하다. 다행히도 하루 종일 날씨가 맑아 몇 몇 염전에는 하얀 소금 꽃이 피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수차를 돌려 바닷물을 공급했지만, 그나마 기계화 덕분으로 양수기를 통해 간수를 공급받는다. 유일하게 예전과 달라진 점이란다. 여기까지는 쉽다. 오전은 할 일 없이 바쁘다. 염전을 들락거리며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이미 채취한 소금을 무게에 따라 담아 놓는다던지, 이도 아니면 그늘에 앉아 수다 떠는 게 전부다. 실제로 작업은 오후 4시가 넘어서부터 시작한다.

 “그나마 소금 값을 제대로 해줄 때가 좋았지. 요즘은 도로 옛날로 돌아가는 것 같아. 60kg 담아야 4, 5만 원도 못 받아…. 한때 10만 원까지도 했었지. 그 가격에 사용료 떼이고, 몇 사람 나눠가지면 정작 손에 쥐는 것은 1, 2만 원이 전부야. 그러니 누가 이일을 하겠어.”

 소금 일은 1년 내내 못한다. 해가 짧아지면 하질 못하기 때문이다. 3월부터 9월 중순경이면 끝이다. 일조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속에 잠겨있는 시간이 적을수록 가수 함량이 낮아 소금 맛이 달고, 갓 넣은 해수를 증발시키면 소금 색이 맑고 하얗다. 장마후인 8월 염전에서 생산한 소금이 최고의 소금을 평가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즉, 겨울 동안에는 바닥 손질 등을 하면서 다음 해를 기다린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력을 구하기 힘들고, 염부 대부분이 자신을 밝히기 꺼려한다. 촬영 자체가 힘들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멀리서도 손사래를 친다. 이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다. 신문.방송에서 우리 천일염이 좋다고 찾아와서 그들에 대한 초상권 등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솔직히 이 일이 남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잖아요. 보세요. 윗옷 벗고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밀대를 밀고 있잖아요. 노동 중에서 상노동이란 말예요. 가족이라도 보면 어떻겠어요. 이런 상황을 기자 양반이 이해 좀 해줘.”

 절대로 다른 분들은 촬영 않겠다는 다짐에 다짐을 하고, 체험에 들어갔다. 바닷물이 서서히 증발하면서 희한할 정도로 바닥에 하얀 결정체가 생기기 시작한다. 예전 같으면 진흙 바닥이었지만, 지금은 장판을 깔아 검은 바닥에 하얀 빛이 더해져 눈이 부실 정도다. 바닷물과 햇볕과 바람이 만나면서 입자들이 서서히 뭉쳐 소금이 되어간다. 물 위에 뜬 소금 씨알을 보고 염부들은 ‘꽃이 폈다’라고 한다. 갓 피어난 뜬 소금은 계속 햇볕과 바람을 머금으며 몸집을 키우고, 가라앉는다. 물속에서 바닷물을 빨아들이며 점점 살이 찐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 천일염이다. 꽃이 필 때면 염전 주변으로 차도 몰지 않는다. 뿌옇게 날리는 흙먼지도 나쁘지만, 요란한 소리와 진동에 소금이 놀라기 때문이다.

해가 서서히 질 때면 염부들이 바빠질 시간이다. 소금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되면 굵어지고, 굳어져 상품성이 떨어진다. 되도록 빨리 작업을 해야 한다. 작업은 두 분야로 나눠진다. 한 사람은 대파(소금을 긁어모으는 고무래)를 가지고 염전에 퍼져 있는 소금을 한 곳으로 모은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둘레부터 훑어 와야 한다는 것. 그 다음은 모을 곳을 정해놓고 여러 방향을 반복해서 긁어모은다. 처음에는 수월했지만 점차 소금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렇게 모은 것이 약 60kg정도란다. 어느새 밭마다 소금 봉우리가 하나씩 솟는다. 

   
채염한 소금을 창고로 이동시키기 위해 외발 수레를 사용한다.
채염한 소금의 물기가 빠지기를 기다린 후 소금을 창고로 옮겨야 한다. 외발 수레가 용이하다. 하지만 운전은 쉽지 않다. 울퉁불퉁한 논두렁을 지나야 하고, 무거운 소금에 중심까지 잡아야 하기 때문에 온 몸에 땀이 난다. 어깨도 뻐근하고, 다리에 쥐가 날 정도다. 이는 예전에 강고(소금을 져 나르는 질통)로 나르는 것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 것이란다. 창고 앞에서는 순간 파워가 필요하다. 발판을 통해 약간 오르다. 컨베이어 앞에서 수레를 엎어야 하기 때문이다. 컨베이어를 타고 소금은 창고 한 가운데로 모아져 커다란 소금 산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소금, 보통 식염이라고 하며 바닷물에 약 2.8%가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염의 구성 요소는 염화나트륨을 주성분으로 수분,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이다. 우리 몸에 소금이 없다면 당장 쓰러질지 모른다. 생산 또한 소중하다. 바닷물과 바람, 그리고 햇볕이 만들어 주는 ‘하얀 보석’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소중한 소금이기에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변치 말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하늘이 준 선물에 대해 해야 할 일이다.

tip 소금 나라 ‘증도’
전남 신안군의 보물섬 ‘증도’는 옛날부터 물이 귀한 곳이라 하여 시리(시루)섬으로 불리었고, 전증도와 후증도가 하나의 섬으로 합해지면서 증도라 부르게 되었다.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섬으로 2007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되었다. 증도에 들어서면 소금 생산지인 태평염전을 마주하게 되는데 1953년 전증도와 후증도를 막아 형성되었으며, 국내 단일 염전으로 최대 규모(140만평)다. 그 앞에는 예전의 석조 소금창고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소금박물관과 염전 체험장이 있다. 또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로 알려진 화도와 우전리 방향에 갯벌생태전시관, 짱둥어다리, 한반도 해송 숲 등을 볼 수가 있다. 이밖에 마치 지중해에 와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우전 해수욕장도 있다. 숙박은 최근에 오픈한 엘도라도 리조트 및 민박이 전부다. 061-240-8355(신안군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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