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성남시장이 2012년을 맞아 연두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
말 그대로 연두 기자 회견은 1년간 시정을 어떻게 펼칠지를 언론과 시민 앞에서 알리는 ‘선포하는’ 의미가 강하다. 이 때문에 다양한 언론이 취재 경쟁을 하고, 여기에 나온 내용을 알기 위해 시민들은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1년간 시정에 미칠 영향과 최고 수장인 시장의 시정 마인드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에 관심이 높다.
그러나 이번 연두 기자 회견은 처음 서너장을 제외하고는 전부 시의회에 대한 비판이었다. “시청 및 구청사 관리를 시민주주기업에 맡기거나 시설관리공단에 넘겨 정규직화 하려던 것이 시의회 반대로 좌절된 것이 매우 가슴 아프다”를 시작으로 “위례신도시 사업이 시의회의 반대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본시가지 순환재개발이 시의회의 예산전액 삭감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정자동 부지매각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부결하였다” 등 온통 예산 삭감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심지어 현재 논란과 고소 고발로 이어지고 있는 시장과 수행비서에 대한 본회의장 항의와 폭언을 거론하기도 했고, 금새 예산 삭감 내역을 조목 조목 반박하는 것으로 원위치 했다. 그리고 끝으로 시의회에게 “이번 예산사태에 대해 무제한적 공개토론을 요청”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연두 기자 회견 어디를 보더라도 올해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할 것이고, 시정은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이라는 내용은 단 한 줄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정도의 내용이라면 따로 ‘시의회에 대한 성남시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해도 무방했을 것이다. 굳이 2012년을 시작하는 귀중한 시점에 ‘연두 기자 회견’이라는 명목을 빌어 시의회와의 갈등을 표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오히려 뒤늦게 배포한 ‘신년사’가 연두 기자 회견에서 읽혀야 할 내용이었다.
새해 첫머리 기자 회견에서 그동안 지겹도록 시의회와의 대립을 보이면서 정작 피해의 당사자인 100만 시민에게는 사과 한마디도 없다는 것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준예산 사태'에 대해 발생할 때마다 시민들은 그저 잠자코 있어야 한다는 말인지.
경제가 어렵고,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나라 안팎으로 떠들썩한 일이 많을 때이기에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대립과 정쟁이 아닌 시민을 위한,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위민 행정’을 펼쳐 보일 때가 바로 요즘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각 구청을 돌 연두 방문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난다면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