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성남시장이 노환인 시의원의 시정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
그의 고민은 무엇일까?
첫째로, 임기 1년여를 남긴 상황에서 그 다음을 준비하는 고민이 엿보인다. 다시 시장에 출마한다면 3선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미 두 번의 시장을 경험했기에 그의 성격으로 봤을 때 3선 시장이라는 타이틀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권 도전이라는 커다란 바다를 경험한 그에게 다시 시장에 출마하기 보다는 한 단계 또는 수직 상승을 위한 무엇가가 필요해 보인다. 행여나 문재인 정부에서 불러줄지 모른다는 ‘입각 설’도 있었지만, 현재는 물거품이다.
둘째로 그의 고민은 3대 무상복지, 시립병원 등 커다란 사업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가 고민일 것이다. 3대 무상복지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고교 무상 교복’을 내세웠지만 시의회에서 막혀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시립의료원도 성남시의회가 출연금 전액을 삭감한 상태로 이 또한 여야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개원이 어려운 상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치적으로 쌓아야 할 중요 공약들이 공염불로 되돌아 올 가능성도 크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을지 모른다.
세 번째는 이재명 시장을 이을 다음 주자가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본인이 더 큰 비상을 위해서 과감히 시장직을 버렸을 때 빈자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후보가 앉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몇 몇 후보가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써는 마땅히 마음이 가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시장이 바뀌었을 때 불어올 후폭풍은 이재명 시장이 꿈꾸는 더 큰 세상에 나아가는 일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간택(?)이 중요하다고 믿는 모양이다.
이런 고민들과 최근 상황을 압축했을 때 이재명 시장이 선택할 카드는 뻔하다. 하나는 경기도지사 출마요, 다른 하나는 성남시장 3선 도전이다. 경기도지사 출마는 이후 자신이 꿈꾸는 대권도전의 디딤돌을 만드는 중요한 기회이자, ‘변방의 장수’가 아닌 중앙 무대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성남시장 3선 도전은 그가 큰 꿈을 내려놓고, 말 그대로 청백리로 칭송을 받고자 한다면 선택할 카드다. 역대 성남시 민선 시장 중 3선에 도전한 사람은 있어도 3선 고지에 오른 인물은 없다. 어린 시절 성남의 상대원 공단에 가난한 삶을 시작했고,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90년대 사회운동, 그리고 2010년 민선5기 성남시장 당선, 그리고 2017년 뜨겁게 달궜던 대권도전까지. 그가 이뤄낸 파란만장한 일대기는 성남시의 역사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배가 고플 것이다. 처음 정치에 발을 들여놨을 때 오로지 앞만 보고 걸어왔던 그였다. 중앙 정치무대에 아무런 인연도 없었음에도 당당하게 대권후보 반열에 올랐고, 지금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성남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관심을 두고 지켜 볼 것이다.
그러나 사족처럼 말하자면 이재명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많을수록 ‘성남시정’은 깊은 나락으로 빠져 들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최근 이 시장이 보여준 모습은 대권 후보로 나섰을 때의 호기는 사라지고, 맥 빠진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고민이 자신의 정치적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성남시의 발전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