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페스티벌, 남한산성, 그리고 광주대단지

성남이 전국 최초였음에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7/08/29 [19:42]

코미디 페스티벌, 남한산성, 그리고 광주대단지

성남이 전국 최초였음에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7/08/29 [19:42]

   
▲ 유일환 기자
[분당신문] 지금 부산은 웃음바다로 변하고 있다. 제5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8월 26일 시작해 오는 9월 3일까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인들을 위한 축제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부산은 희극인들의 웃음을 주제로 또 하나의 국제적 명성을 이어가는 좋은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2013년 제1회 부산바다웃음바다'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해 매년 더욱 강력해진 웃음과 코미디로 국내 유명 코미디언과 세계적인 해외 코미디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공연을 10일간 즐길 수 있는 특혜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미디페스티벌의 원조는 부산이 아니라는 것을 성남시민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부산이 2013년 코미디페스티벌을 열기 훨씬 전인 2009년 10월 25일 성남에서 가장 먼저 제1회 희극인의 날이 열린 것이다. 당시 코미디언 이용식이 주축이 돼 원로 코미디언인 구봉서 씨부터 송해, 엄용수, 이용식, 유재석, 이휘재, 남희석, 박미선 씨와 신인 개그맨까지 전국 유명 희극인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최초로 '희극인의 날'을 제정했다.

‘the smile! 성남시민!’을 슬로건으로 한 이번 행사는 국내 최초의 코미디언 레드카펫 행사를 시작으로 남한산성 입구 인도에 ‘웃음의 거리’를 설치, 유명 코미디언의 핸드 프린팅을 남겼다. 또 코미디언과 개그맨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상식도 열렸고, 성남시는 매년 ‘희극인의 날’ 행사가 성남시에서 개최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체성 결여’라는 이유로 제2회 희극인의 날 예산을 열리지 못했고, 더 이상의 ‘희극인의 날’을 개최될 수 없었다.

두 번째로 성남으로써는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 더 있다. 9월 개봉을 앞둔 영화 ‘남한산성’ 이야기다. 최명길 역에 이병헌, 김상헌 역에 김윤석, 인조 역에 박해일, 이시백 역의 박희순 등 초호화 캐스팅과 숨 막히도록 강렬한 최명길과 김상헌의 뜨거운 논쟁은 언론의 극찬을 받고 있을 정도다. 

   
▲ 2009년 성남이 최초로 희극인의 날을 지정, 페스티벌을 개최했음에도 지금은 부산으로 옮겨 부산영화제에 이어 커다란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이 또한 성남과 무관하지 않다. 뮤지컬 ‘남한산성’이 오버랩 되면서 저절로 탄식이 나온다. 영화 남한산성이 나오기 훨씬 이전에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바탕으로 창작뮤지컬로 만들어졌고,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9년 10월 14일부터 11월 4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됐던 작품이다.

공연기간 중 2주 연속 인터넷 예매순위 1위, 월간 예매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으며,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대작이라 우리나라 공연예술계의 큰 주목을 받은데 이어 수원 경기도 문화의 전당 투어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업 추진 부적정’으로 30억 원을 들인 대작이 다시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2017년 9월 성남의 뿌리와도 같은 ‘광주대단지 사건’을 재조명하는 연극이 마련됐다.  1971년 8월 10일 광주대단지 사건을 연극적 언어로 구성해 만든 세미 뮤지컬 ‘황무지’(부제: 잊혀진 시대 1971810)가 성남의 자랑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연 시설물로 알려진 성남아트센터가 아니라 50석 규모의 자그마한 대학로 ‘아트시어터 문’이라는 소극장에서 9월 1일부터 3일까지 공연을 한다. 성남의 역사를 성남에서 볼 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 30억 원의 거대한 뮤지컬을 제작해놓고 명성을 이어가기는 커녕, 이제는 영화 남한산성을 보며 안타까워 해야 하는 처지다.
기껏 거액을 들여 자체 제작했던 뮤지컬 ‘남한산성’과 전국에서 처음으로 희극인의 날을 제정했던 것을 무시했던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남의 역사를 찾고자 하는 일들에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를 포장하듯 성남은 이주민의 도시로 바뀌어가고 있다. 분당이 그랬고, 판교가, 위례가 그렇게 변하고 있다. 심지어 기존시가지조차 재개발의 영향으로 비싼 아파트 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토박이들이 광주, 여주, 이천 등지로 떠나고 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세계가 부러워하는 문화공간인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성남시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무식, 성남시민의 날 기념식, 노인의 날 등의 행사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버젓이 벌이고 있다.  이제는 문화재단이 처음 생겨났을 때로 되돌아가서 성남의 문화를 되짚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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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대단지 2017/09/12 [18:14] 수정 | 삭제
  • 황무지 성남 공연은 언제쯤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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