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한 '이은표' 퍼포먼스

자영업자의 기형적 구조 표현… 영세 상인을 위한 소리 없는 아우성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7/09/24 [21:23]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한 '이은표' 퍼포먼스

자영업자의 기형적 구조 표현… 영세 상인을 위한 소리 없는 아우성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7/09/24 [21:23]

- 대학로 ‘돼지아빠’에서 성남 상권활성화의 기수로 변신
- 정부·지방자치단체도 외면한 영세업자의 목소리 직접 내기로

   
▲ 홍대역 입구에서 야구복장을 입고 있는 모습과 자영업자의 기형적 구조를 표현하기 위한 보부상 복장에 턱시도를 입은 이은표 씨의 모습.
[분당신문]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이날은 ‘소상공인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웃는다’라는 주제로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전국 소상공인 당원보고 대회가 열린 날이다.

이날 행사도중 무대에 올라온 이가 있었으니, 그는 머리에는 보부상을 상징하는 패랭이 모자를 쓰고, 상의는 턱시도, 하의는 한복을 입고 나타났다. 또한 한 손에는 복장의 의미를 적은 ‘자영업자의 기형적 구조’라는 표시와 함께 ‘생계형 자영업자를 살리라’는 폭탄은 안고 있었다.

이날 상공인 당원을 위해 특강을 맡았던 이재명 성남시장까지 나서 쇠사슬을 끊어내는 퍼포먼스 연출에 동참했다. 이렇게 퍼포먼스를 연출한 사람은 현재 성남시 중원구 모란역 인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이은표(52) 씨였다.

   
▲ 이은표 씨는 1996년 돼지아빠라 불렸고, 2001년 종합시장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복장을 했다.
그의 엽기(?)적인 이색 퍼포먼스는 1996년 대학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조그만 도시락 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학로의 배고픈 연극배우를 위해 시작했고, 이후 가게를 알리고자 노란 야구 복장에 아기 돼지를 끌고 다니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인기가 좋았다. 덕분에 대학로에서 ‘돼지 아빠’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2000년 이후 성남으로 가게를 옮긴 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밥집’을 운영했다. 늘 학생들을 상대하다보니 다양한 이벤트를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애국가 4절까지 부르기, 생일 같은 커플 등 밥 공짜 이벤트를 벌이는가 하면, 노란 야구복장에 프라이팬을 들고 다니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왔다. 지금도 종합시장에서 그의 가게에서 밥 안 먹어 본 청춘들은 없었을 것이라는 호언장담 할 정도다.  

종합시장을 평정한 그는 2004년에는 무대를 서현역으로 옮긴다. 이때부터 서현역상점가상인회를 맡으면서 쇠퇴하는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서현역세권 간판정비 사업과 가로환경 정비 사업을 위해 투사로 변신한다. 성공사례를 확보하기 위해 부산, 포항, 대구, 군포, 서울 등지를 찾아 다녔다.

이 때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에는 ‘장사하지 말고 혁신하라’는 책을 펴냈고, 그는  또다시 무대를 대한민국의 중심 홍대역으로 옮겼다. 비록 홍대역 인근이지만 쇠퇴한 뒷골목, 그것도 2층에 위치한 초라한 밥집이었다. 그곳을 살리기 위한 그의 아이디어는 ‘싸게 먹을 수 있는 대학생들의 밥집’이었다. 이런 상황을 알리기 위해 다시 야구복을 입었다. 2층 난간에 서서 고함을 지르며 학생을 모으기에 안간힘을 기울였다. 결국, 1년이 지난 후에는 ‘UFO볶음밥’을 먹기 위해 2층 계단부터 가게 앞은 배고픈(?) 학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 8월과 9월에는 소상공인을 위한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그리고 2017년 그가 모란역에 나타났다. 점심에는 6천원 뷔페를 하고, 저녁에는 일본식 선술집으로 변신하는 곳이다. 모란은 성남의 중심지이지만, 높은 임대료 때문에 선 듯 다가서기 힘든 곳이다. 그러기에 다소 위험부담을 줄이고자, 한 지붕 두 가게 ‘숍인숍’을 택했다. 점심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찾아 점심을 먹지만, 저녁에 젊은이들 찾는 1만 원이하의 저렴한 메뉴로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변신한다.
 
다소 안정을 찾으려는 시점에서 그에게 숨겨진 끓는 피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그를 이끌어 낸 사람은 한국외식산업협회 양해록 경기광역지회장이었다. 그 역시 신흥동에서 ‘만석꾼’이라는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양 회장은 지난 8월 27일 서울 남산에서 있었던 소상공인 남산둘레길 걷기대회에 그를 초청했다. 퍼포먼스를 고민하던 차에 당일 행사가 소상공인 즉, 영세사업자를 위한 것임에 착안해 억압된 죄수 복장을 하고, 쇠사슬을 끌고 다니는 역할을 자청했다. 그리고, 소상공인들이 이를 끊어내는 퍼포먼스를 하도록 연출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 9월 20일에는 국회를 찾아 다시 기형적인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구조를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게 된 것이다.

   
▲ 한국외식산업협회 양회록 경기광역지회장과 이은표 회장.
그 스스로 ‘장사치’라고 칭하면서 대학로, 홍대, 그리고 성남의 종합시장, 서현역, 모란역을 거치는 역경은 영세자영업자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아 답답한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앞으로 계속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즐거운 퍼포먼스’를 계속할 것을 약속했다. ▲간이과세자 적용기준범위 상향,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음식업 근로시간 특례업종 재지정, ▲청탁금지법 음식물 제공 상한금액 조정 등 영세 자영업자의 목소리는 작지만 가슴에는 큰 울림으로 다가 오도록 외치고 있다.

혹시, 길을 가다가 그를 만난다면 외롭지 않도록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것도 응원하는 방법이다. 어쩌면 영세상인을 위한 우리의 작은 실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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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표 2017/09/25 [03:36] 수정 | 삭제
  • 외롭지 않도록 하이파이브 를 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죽는 날 까지 소상공인과 함께 하겠습니다. 유기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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