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여전한 초등학교 교과서

박경미 의원, 2015개정 초등교과서 1~2학년 교과서 성인지분석 결과발표

김종환 교육전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7/10/11 [12:04]

성차별 여전한 초등학교 교과서

박경미 의원, 2015개정 초등교과서 1~2학년 교과서 성인지분석 결과발표

김종환 교육전문 논설위원 | 입력 : 2017/10/11 [12:04]

[분당신문] 학교교육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교과서가 변화된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담기는커녕, 여전히 성역할 고정관념, 정상가족과 한민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위원)은,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교육부로부터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첫 개정교과서가 적용된 초등학교 1~2학년 1학기 교과서 총 16권을 입수,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보고서를 정책자료집으로 펴냈다.

총 16권 : 봄1-1, 여름1-1, 수학1-1, 수학익힘1-1, 안전한생활1, 국어활동1-1, 국어1-1가, 국어1-1나, 국어2-1가, 국어2-1나, 국어활동2-1, 봄2-1, 안전한생활2, 수학2-1,수학익힘2-1

   
▲ 아픈 아이를 간호하거나 아이의 병원진료를 돕는 것도 여성으로 그려졌고, 보건실의 양호 선생님은 모두 여성이었다.
16권의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총 7가지로 범주화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남녀 성비 불균형이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또 직업에 대한 성 고정관념이 엿보였다. 선생님, 승무원, 기상캐스터 등의 직업은 여성으로 더 많이 그려졌으며, 은행원, 돌봄노동자, 사서, 급식배식원은 예외 없이 모두 여성으로 그려졌다. 반면, 기관사, 해양구조원, 과학자, 기자 등은 모두 남성으로만 그려졌다.

문학작품과 역사적 인물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등장했는데, 특히 역사 속 인물은 모두 남성으로, 모두 위인의 모습이었다(세종대와, 장기려 의사). 문학작품 속에서 남성은 의사, 상인, 농부, 나무꾼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슬기로운 인물’로 그려졌다. 반면, 여성은 ‘콩쥐’, ‘신데렐라’, ‘인어공주’, 주인공의 어머니나 누이, 딸로 등장했다.

둘째, 성 역할 고정관념이다. 여성은 머리가 길거나 장신구를 하고, 분홍색과 같은 밝은 색의 치마 옷차림 경우가 많은 반면, 남성은 짧은 머리에 짙은 바지차림이었다. 성 역할에 있어서도, 남녀 모두 집안일을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생계부양자는 남성으로만 그려졌다. 아픈 아이를 간호하거나 아이의 병원진료를 돕는 것도 여성으로 그려졌고, 보건실의 양호 선생님은 모두 여성이었다.

   
▲ 남아가 활동을 주도하고, 여아가 참여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셋째, 성별에 따른 학습참여활동의 차이이다. 남아와 여아 모두 축구공놀이, 줄넘기, 미끄럼틀 타기 등 동적인 활동과 책읽기 등 정적인 활동을 고루 하는 모습이었지만, 남아가 활동을 주도하고, 여아가 참여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넷째, 가족형태와 관련된 것으로, 교과서 전반에 걸쳐 정상가족을 전제하는 경향성이 보였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로 구성된 가족의 등장이 두드러졌다. 연구자는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비혼가구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함으로서 아이들에게 정상가족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섯째, 인종과 민족다양성으로, 교과서에 여러 인종과 민족이 등장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등장인물들은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 살구색 피부의 외모로 표현되었다. 드물게 갈색 피부나 노란 머리, 푸른색 눈으로 표현된 등장인물도 있었으나 극히 소수였고, 역할 역시 수동적인 모습이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괴롭힘 당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 성별에 따른 장애인의 묘사이다. 교과서에 나타난 장애인의 모습은 단 6회(할머니 1회, 아동 5회)로 모두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그려졌다.
여섯째, 성별에 따른 장애인의 묘사이다. 교과서에 나타난 장애인의 모습은 단 6회(할머니 1회, 아동 5회)로 모두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그려졌다. 특이한 것은 장애여아는 단 1회 수업을 듣는 뒷모습으로 등장한 반면, 장애남아는 여름 교과 표지에 정면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는 교과서에서조차 장애여아는 이중적 차별상황에 놓인 것은 아닌지 민감하게 살펴볼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일곱째, 폭력방지를 위한 대응방안이다. 교과목 ‘안전한생활’ 1과 2에서 아이들은 성폭력(성희롱)과 유괴 등 폭력범죄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 길을 잃었을 때 등 범죄와 위험상황 대한 대응방법을 알려주는데 과연 적절한 내용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 가족형태와 관련된 것으로, 교과서 전반에 걸쳐 정상가족을 전제하는 경향성이 보였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로 구성된 가족의 등장이 두드러졌다.
교과서에서는 주로 야외에서 남성어른으로 그려지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폭력이나 유괴 등을 당하는 상황을 설정하고, 아동으로 하여금 ‘안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외치도록 일러주고 있으나, 실제 아동학대 가해자의 79.8%가 부모, 약 12.2%가 대리양육자, 약 4.8%가 친인척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경미 의원은 “오히려 딸을 선호하는 시대가 되었는데도 올해 첫 적용되는 2015 개정 초등교과서에서 성차별적인 요소가 발견될 줄은 몰랐다”면서 “성차별뿐 아니라, 장애, 다문화 등 다각도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 인종과 민족다양성으로, 교과서에 여러 인종과 민족이 등장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박 의원은 이어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교과서가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이 시기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정보를 받아들인다”면서 “교과서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면서도 나아가야할 지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초등교과서 성인지분석 결과보고서는 지난 9월 15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의원실과 연구자의 결과보고와 국회입법조사처, 초등학교 현직교사,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와 여성가족부 성별영향분석평가과 관계자들의 토론을 거쳐 최종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으로 발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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