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에서 배워야 할 한국 검찰

안성욱(법률사무소 성문 대표변호사)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17/12/15 [20:23]

미국 검찰에서 배워야 할 한국 검찰

안성욱(법률사무소 성문 대표변호사)

분당신문 | 입력 : 2017/12/15 [20:23]

   
▲ 안성욱 변호사
[분당신문] 2006년 7월 10일 보스턴 남단 소재 빅딕(Big Dig) 터널 천장에서 시멘트 타일이 주행 중이던 자동차 위로 떨어져 운전자 1명이 다치고 조수석에 동승한 남미계 여성 1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빅딕은 2010년에 개봉한 톰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나잇 앤 데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오토바이를 타고 보스턴 시내를 질주할 때 나오는 그 터널이다. 필자는 당시 보스턴 경영대학원에서 법무부 검사 연수중이었는데 한국 검사라는 직업적 관점에서 미국에서는 그와 같은 안전사고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몇 개월 동안 추적한 적이 있다.

메사추세츠 검찰총장 마샤 콜크리는 사고 다음 날 사고 장소를 범죄현장으로 지정하여 폐쇄하고 주 관내에 사고 터널과 같은 공법으로 건립된 모든 터널에 일제 조사하겠다고 발표하였고 국립교통안전위원회의 사고 원인 조사와 병행하여 2007년 3월 2일 사고책임자 규명을 위하여 전직 메사추세츠 검찰총장 출신 폴 웨어 주니어를 특별검사로 임명하였다.

특별검사 폴 웨어 주니어는 약 4개월에 대한 수사 끝에 터널 시멘트 타일을 고정하는 접착제 불량이 사고원인을 찾아내고 그 접착제가 싱가포르 건설현장 등에서 치명적 하자가 있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자재회사는 시공사에 공급한 것이 드러나 자재회사 관계자들을 살인혐의로 기소하였고, 메사추세츠 검찰은 주 정부를 대리하여 터널공사에 참여한 대기업 베첼 등 15개 회사에 대하여 총 1억5천만 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본래 검찰 제도는 유럽에서 프랑스 대혁명 등을 거쳐 왕의 변호사에서 시민의 변호사로 그 역할이 바뀌면서 공익적 관점에서 시민의 권리와 재산을 지키는 변호사로 출발한 제도이다. 검찰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검찰이 그동안 수사 활동에만 매진하므로 그동안 그들의 역할을 스스로 제한해 왔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한참인 지금 우리나라 검찰이 시민의 변호사인 검찰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첫 출발지가 박근혜 정부 시절 대규모로 추진된 4대강 사업 비리 수사를 하다가 실패한 곳에서 미국 검찰을 본받아 부실시공, 감리, 감독 등으로 수조원에 이르는 시민들 혈세가 낭비되게 한 업체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사 활동일 수도 있다. 필요하면 국회에서 특별검사도 임명할 수 있다. 그동안 정치적 사건에만 특별검사를 임명하였지만 민생사건을 위한 특별검사가 나올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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