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슬픈 이유

왜 그들은 입양가족의 언어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느냐

김지영 작가 | 기사입력 2018/01/24 [11:47]

내가 슬픈 이유

왜 그들은 입양가족의 언어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느냐

김지영 작가 | 입력 : 2018/01/24 [11:47]

   
▲ 김지영 작가
[분당신문] 몇 번 같은 말을 하지만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다. 학습으로 형성된 논리적 구성이 실제 현장에 가면 순식간에 무너지는 느낌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피부에 와 닿는다,는 표현이 무시로 등장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남인순 의원의 입양특례법전부개정안이 지닌 본질적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입양가족들과의 형식적인 만남 말고 실제 경험이 있는 대상과의 깊은 토론이 전무했다.

무엇을 하든 경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일방적 경험주의도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입양에 대한 ‘피부에 와 닿는’ 경험이 전혀 없는 전문가 그룹이 자기 경험과 무관한 법안을 만들고자 하려면 기본적으로 해당 그룹의 의견을 진지하고 진정성 있게 청취하려는 노력은 보였어야 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좌파다. 그리고 이번 법안을 주도적으로 만든 법무법인 공감 소라미 변호사의 과거 궤적 역시 좌파로서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법안 발의의 주체인 남인순의원도 문재인 정부의 총애를 받는 여성의원이자 좌파로서의 명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나로서는 존경할 만한 구석이 굉장히 많은 인권운동가다.

지금 이 문제가 아니었으면 어쩌면 우리는, 정치적으로 혹은 보편과 상식이 통하는 궁극적인 사회 지향의 끄트머리를 향하여 언제든 마음을 나누고 고민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였다.

그러니 내가 슬픈 것이다.

왜 그들은 정말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입양가족의 언어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다른 누구보다도 입양에 대해서 피부에 와 닿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입양가족이 아니면 누구였겠냐는 것이다.

내가 정말 슬픈 이유는 그 법을 만든 사람들 중에 입양가족은 단 한명도 없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우면서 위험천만한 예단을 감히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로부터 꾸준하게 좌파였고 지금도 좌파인 나는, 슬프고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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