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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떠난 자유여행, 시코쿠를 걷다_4봇짱열차, 봇짱시계, 봇짱경단, 봇짱비누…
정은영  |  hk5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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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7  17: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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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때론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때 같이 걷는 사람이 많으면 그들이 자신의 손에든 짐 때문에 내 짐을 들어줄 수 없을지라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는 있다. 그것의 위로다. 그로 인해 우린 버티고 다시 힘을 얻는다.

셋째 날. 쇼핑과 도고온천, 그리고 ‘도미’

   
▲ 첫날, 둘째 날, 셋째 날의 지류가 모여 강물 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분당신문] 이른 아침 꼭대기 층 노천탕에 들러 몸을 풀고, 호텔 조식으로 아침 식사를 마쳤다. 아무도 조식 메뉴 중 우동을 쳐다보지 않았으나 나는 조용히 눈치 보며 우동 한 그릇을 후르룩 마셨다. 3일째가 시작되었다. 우린 다시 기차를 타고 에히메현의 마쓰야마로 갈 것이다. 오늘의 일정은 쇼핑과 도고온천, 그리고 도미다. 토요일 점심 무렵 마쓰야마역은 다카마쓰역의 한가로움과 달리 사람들로 가득 차 무척 분주했다. 역 앞에서 마쓰야마 시내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노면전차를 탑승했다. 이 또한 레일 패스 하나면 무사통과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오카이도 미츠코시 백화점 옆에 위치한 ANA CROWNE PLAZA MATSUYAMA호텔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체크인 후 가방만 던져놓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행 준비할 때부터 꼭 가보고 싶은 로컬 음식점이다.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가정식 음식을 정갈하게 내어 논다는 평이 좋은 음식점이었다. 숙소 근처라서 바로 찾을 수 있었으나, 8명이 다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하며 あんから庵의 문을 열었다. 이미 가게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오랜 시간이라도 기다릴 마음이었으나 주인은 짐짓 놀라는 눈치였다. 손짓 발짓 다 해 설명했다. 잠시 후, 우리는 자리를 나누어 앉으며 아주 작은 가방에 들어가듯, 소형차 정원의 두 배가 승차하듯이 자리를 잡았다. 기다림 끝에 우리 앞에 놓인 음식은 보기에 평범했으나, 맛으로 치자면 그동안 몇 번의 일본여행 중 맛본 음식 가운데 가히 최고였다. 옆에서 먹던 아내는 “맛있다”를 연발했다. 일행들의 눈치를 보니 모두 만족한 표정이다. 됐다. 쇼핑하러 가자.

   
▲ 돌아오는 길은 잔뜩 산 곤약젤리 봉투를 들고 긴 고난의 행군을 무겁게 해야 했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야 마츠코시백화점을 다 사줄 듯 이야기하였으나, 현실에서의 아내는 돈키호테나 무인양품을 찾았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걷기에는 좀 먼 거리에 돈키호테 생활용품점이 위치 해 있었다. 우린 마쓰야마시역으로 가서 마침 펼쳐진 봇짱열차 돌리기 쇼를 구경하고 환승하여 도이다역까지 갔다. 도이다역은 이미 시내에서 벗어난 변두리였다. 이때 조금 심상치 않음에 고개를 갸웃했으나 워낙 쇼핑에 무뢰한이라서 말을 보태지 않았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역에서 걸어서 돈티호테까지 가는 길은 빈손에 점심도 먹었겠다 산책 삼아 갈 만했다. 그러나 우리는 찾는 상품이 없고 영어표기가 안되어 있는 상점을 눈으로 발로 돈키호테처럼 누벼야 했으며, 돌아오는 길은 잔뜩 산 곤약젤리 봉투를 들고 긴 고난의 행군을 무겁게 해야 했다.

노면전차를 타고 돌아와 곤약을 숙소에 투척하고 길 건너 커피숍에 앉았다. 쉬어줘야 한다. 아니면 낙오병이 발생할 수 있다. 주고받는 유쾌한 말로 신체의 고단함을 해소할 수 있다. 조금 상태가 좋아진 우리는 오늘 여행의 목적지인 도고온천으로 향한다.

나쓰메 소세키라는 일본 근대 소설가가 있다. 아니 아버지랄까. 일본 화폐모델이기도 하니. 몇 권의 책을 읽은 후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함께 각인된 작가다. 특히 우리가 여행하는 마쓰야마를 배경으로 쓴 <도련님 ; 봇짱>이라는 소설은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도덕성을 잃어버린 여러 인간 군상들의 나약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소세키의 소설 속 상황은 100년을 넘긴 현재에도 다르지 않다. 때론 도련님처럼 보기 좋게 한 방 날리고 떠나고 싶은 충동을 준다. 마쓰야마는 봇짱의 도시였다. 봇짱열차, 봇짱시계, 봇짱경단, 봇짱비누…. 시내 곳곳에서 봇짱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 끝에 우리 앞에 놓인 음식은 보기에 평범했으나, 맛으로 치자면 그동안 몇 번의 일본여행 중 맛본 음식 가운데 가히 최고였다.

도고온천역에 내리니, 여행 중 처음으로 관광지에 왔다는 인상이 든다. 도고온천으로 가는 길가 양편으로 상가들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손님을 맞고 있었으며,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 상품들을 진열하고 있었다. 고난의 행군을 마친 터라 배가 고팠다. 진입로 사잇길로 빠져 양조장과 음식점을 겸하는 고풍스러운 음식점을 찾았으나, 예약하지 않은 관계로 보기 좋게 까였다. 그럼 ‘시원한 맥주 한 잔 할까?’ 하고 찾은 도고맥주관은 사람들의 줄이 만만치 않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모험’의 모티브가 된 도고온천 본관 앞에서 사진 몇 장 찍어주고 뒤편의 おいでん家 道後店 2층에 자리했다. 순전히 도미회를 먹기 위하여~.

내일이면 돌아가야 한다. 튀김 탑에 이어 일행은
도미회 접시탑을 쌓기 시작했다.
주문을 받은 후 돌아서는 점원에게 이어지는
“스미마셍~”의 향연.
8명 테이블에 3명의 점원이 달라붙어
서빙을 해야 할 정도로 우리는
“스미마셍~”을 외치고 외쳤다. 

젊은 시절부터 회라면 내가 우동 마시는 것처럼 씹지 않고 마시던 총무의 주머니는 아직 두둑했다. 총무의 아내도 “오이시~”를 외치며 호기롭게 주문을 도왔다. 술잔은 돌고 돌고 돌았다. 이미 1차에서 끝장을 보자 작정을 한 듯 먹고 마셨다. 도미 활어회는 먹을 만 했다. 아마도 도미가 부추긴 술잔에 우리가 침수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것은 ‘30대 후라이 클럽’ 4명의 테이블에서만 벌어진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쪽 테이블은 어제 피똥을 싼 친구와 술을 못하는 친구의 아내, 그리고 여행 시작 날부터 눈에 다래끼가 나서 퉁퉁 부은 눈이 최정점에 달한 나와 술 좀 하는 나의 아내가 자리했다. 20대에 열렬한 긴 연애 후 결혼한 커플이다. ‘30대 후라이클럽?’ 그 어원은 모르겠으나, 추측컨대 30대가 되어서 아내를 만나 결혼한 친구들이 술잔이 겹치며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닐까. 계란 한판에 30개니 후라이? 단순하지만 명료하다. 이후 술자리는 30대후라이클럽의 좌장격인 “야. 야. 내가 딱 한마디만 할게”를 줄 창 외치던 열 마디 하는 친구와 술 좀 하는 아내가 이끌었다.

도고 온천을 벗어나며 우리는 기념품을 몇 가지 쓸어 담았으며, 총무인 친구는 마치 우동 먹방을 복수하듯, 이번 여행 가이드를 하느라 수고했다고 치하하며 우동면을 선물로 주었다. 난 기뻤다. 또 우린 도고온천 에코백을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봇짱 시계탑 밑에서 양말을 벗고 족욕을 했다. 취기와 어우러져 좋았다. 밤하늘을 보며 소설 ‘도련님’의 주인공 생각이 났다. 노면전차를 타고 오카이도의 숙소 근처로 이동한다.

토요일 저녁, 시내 핫플레이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술은 취했으나 모두의 정신은 멀쩡했고 무리에 섞여 숙소 주변을 거닐었다. 2차는 사람 물결에 밀려 고급스러운 게요리집에 안착했다. 회와 고기가 물리기도 했고, 8명의 자리는 흔치 않았다. 떠들썩한 2차 자리가 무르익어갔다. 마지막 날 저녁의 2차는 시간이 길어짐에 상관없이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 갔다. 한 친구는 이번 여행의 1등 공신으로 아내들의 유쾌함을 꼽았다. 그랬다. 3명 모두 피곤한 기색 없이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었다. 특별히 술을 못하는 가운데, 또 건강이 잘 회복되어 시종일관 모두를 챙겨준 제수씨들께 고맙다. 12시가 가까울 무렵, 우린 자리를 떴다.

편의점에 들러 생수를 사고 이제 호텔에 들어가야 하는가? 노~!라고 외치는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술 좀 하는 아내다. 30대 후라이클럽 좌장이 아직도 할 이야기가 남았는지 “오케이!”를 외쳤다. 문제는 음식점들이 끝나가는 시간이다. 여러 집을 들른 끝에 영업시간을 1시간 더 연장해 주겠다는 음식점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실로 진일보한 신공을 발휘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사장, 점원, 음식, 특히 서비스로 먹어보라고 내어준 김치는 한국의 보쌈 김치맛을 꼭 닮아 감탄을 자아냈다. 이제 우리는 음식에 적당한 양념을 매콤 담백한 요리를 손수 만들어 먹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마지막 날 밤이 첫날밤처럼 흘렀다. 첫날, 둘째 날, 셋째 날의 지류가 모여 강물 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그렇게 여행은 정리되고 있었고, 우리는 차분히 다음날을 맞을 준비가 되어갔다. 고난의 행군도 밀도 있게 섞여가는 말들 속에 까마득히 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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