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하는 시민을 ‘겁박’하는 성남시

스피드게이트 설치에 이어, 시민을 고발하겠다고 엄포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9/06/20 [07:47]

시위하는 시민을 ‘겁박’하는 성남시

스피드게이트 설치에 이어, 시민을 고발하겠다고 엄포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9/06/20 [07:47]

[분당신문] 성남시(시장 은수미)는 19일 “잇단 시위와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자체회의를 열어 불법·과격 시위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정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보상이나 사전 협의, 검토가 이미 종료된 사항 임에도, 대부분의 시위가 개인 요구사항의 무리한 관철을 위해 불법 및 과격으로 일어나고 있어 이를 법의 잣대로 차단하려는 조처”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성남시의 이런 ‘보도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이란 말을 보면서 80년 군사 정권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던졌던 말과 오버랩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성남시청사 1층 로비에서 시위자들과 공무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하고 있다.

또한, 성남시 ‘보도자료’를 보면 시청 로비는 연일 각종 시위가 끊이질 않아야 하고, 시청 앞에는 커다란 확성기에 장송곡을 틀고, 이를 막기 위해 방음벽을 설치하고, 시위대로 인해 행사가 마비될 정도의 상황이어야 한다. 

과연, 현재의 성남시 상황이 마치 계엄령을 선포할 정도로 ‘불법·과격 시위’가 난무하고 있어 ‘법과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공공의 조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말인가? 

1995년 민선 자치시대 출범이후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시민과 공공의 충돌은 수없이 있어왔다. 김병량 시장은 시위대를 시청 대회의실로 이끌어 격양된 시민과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10여 시간 동안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심지어, 이대엽 시장 때는 공사 때문에 조망권을 침해 받는다고 항의하는 시민이 수일 동안 시장실을 점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성남하남광주 통합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시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장도 시민을 상대로 겁박을 한 적은 없다. 그러나 민선 7기는 시위를 막겠다고 시청 1층 로비에 ‘스피드 게이트’를 설치하더니,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시민을 ‘관련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겠다고 엄포하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한 민원과는 타협할 수 없어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됐다’는 등 시민을 상대로 겁을 주고 있다. 

그런데 성남시가 밝힌 ‘불법·과격 시위’라고 표현한 상황은 ‘최근 6개월간 성남시청사 안팎에서는 판교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관련 갈등, 2030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의 재개발 순위 조정 및 지정 요구, 모란시장 운영 관련 갈등 등으로 인해 수십여 건의 크고 작은 시위와 집회’였다. 

   
▲ 시위대의 시장실 접근을 막기 위해 올해 초 1층 에스컬레이터 앞에 설치된 스피드 게이트.

‘마치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려 준 것’처럼 성남시는 “무엇보다 청사를 이용하는 대다수 시민들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불법 시위에 대한 엄정대응 방침을 결정하게 되었다”라고 선언해 버렸다.

과연, 시민은 ‘수십여 건의 크고 작은 시위와 집회’ 때문에, 성남시가 말한 ‘시민들의 안전할 권리’가 심각할 정도로 침해 받고 있었을까. 올해 성남시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 올라온 민원 2천388건을 살펴봤더니, 단 한 건도 시청 집회와 시위에 대해 시민들은 불편하다거나, 해결해 달라고 의견을 올린 적이 없다. 

시민 불편이 아니라, 성남시는 시청사 내부까지 진입해 무단 점거 농성하는 행위(건조물 침입죄), 공무원들에 대한 폭력(공무집행방해죄), 시설 훼손행위(재물손괴죄) 등의 죄명을 열거하면서, 공무원 또는 은수미 시장이 불편해 하고 있음을 호소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성남시는 ‘불법 시위 과정에서 고성을 지르고, 심지어 시청사에서 노숙을 하고, 시설물을 파손하는 등 시위자들의 행태가 점점 과격해져 더 이상은 용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며 시민 탓으로 돌리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민선 5기와 6기를 거친 이재명 시장은 ‘시민이 주인이고, 공무원과 시장 자신은 시민의 녹을 먹는 머슴’이라고 칭했다.  민선 7기 은수미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시민이 시장’이라고 아예 시장직을 시민에게 양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철저하게 시청사를 꽁꽁 틀어막고, 시민에게 ‘공무집행방해죄’, ‘건조물 침입죄’, ‘재물손괴죄’ 등을 뒤집어 씌워 범죄인 취급까지 하려는 언어도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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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뼉다구 2019/06/25 [15:48] 수정 | 삭제
  • 사람 만나는것을 싫어하고 귀찮아 하는건가! 겉으로만 시민이 시장인 성남인게야!
  • 은쟁반 2019/06/24 [16:50] 수정 | 삭제
  • '공무원 또는 은수미 시장이 불편해 하고 있음을 호소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대목에서 알수 있듯이 은수미 시장은 성남시민을 겁내거나 혹은 상대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이럴꺼면 성남시장은 왜 했는지 궁긍할 따름입니다.
  • 뗏목지기 2019/06/20 [23:47] 수정 | 삭제
  • 왜 이런 기사를 쓰는 기자가 없나 했습니다. 그나마 유일환 기자가 성남에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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