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시의회 본회의 5분발언을 통해 쓴소리를 내뱉은 정용한, 이덕수 의원. |
그러는 동안 밖에서는 평소에는 존재감도 없었던 사람들이 시민단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의회 개원을 압박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하는 등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난산(難産) 과정을 거쳐 시의회는 지난 20일 오랜만에 의사당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본회의를 개최하는 감격스런(?) 순간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간 시의회 파행의 단초를 제공했던 당사자들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과는 끝내 없었다. ‘내탓’보다는 ‘네탓’으로 돌리는 우리 사회의 속성이 시의회에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다만 시장의 시정연설이 끝난 뒤 이어진 새누리당 정용한 의원(단대·신흥2·3동)과 이덕수 의원(신흥1·수진1·2동)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성남시의 현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이번 시의회 개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정 의원은 성남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 내정과 독도 문제를 연관시켜 시장의 애국심에 빗대어 이율배반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정 의원은 성남시 산하기관의 고위인사들의 비전문성과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시민 혈세로 지원되는 시 산하기관 고위임원의 자리가 지방선거의 논공행상 차원에서 자리나눔의 마당으로 둔갑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이 제기한 조만간 임기가 만료돼 신임 사장을 맞이할 성남문화재단의 대표이사 내정에 대한 날선 비판은 듣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성남시는 시장의 독도 방문 이후 현재 애국심을 함양한다며, 일본이 영유권 침탈을 기도하고 있는 독도에 대해 시 본청은 물론 각 구청에 독도에 대한 현장을 CCTV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재명 시장에게 독도지킴이라는 그럴듯한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을 많은 시민들은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그런 시장이 수장인 성남시가 시의회에 임명 동의를 올린 차기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이름 석자가 독도 문제와 연상작용을 일으키며 도마에 올랐다.
차기 대표이사로 낙점된 인사가 36년 일제 강점기 동안 친일파로 행세했던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09년 11월 친일 인명사전에 올라있는 신아무개씨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100만 성남시민들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담당해야 할 성남문화재단의 후임 수장에 친일파의 후손이 임명되기 위해 시의회의 동의절차를 밟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일 수 있는 상황을 정 의원이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과거시대의 연좌제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애국심 고취와 항일정신으로 자라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24시간 연중무휴로 독도의 실상황을 보여주면서 독도지킴이를 자부하고 있는 이 시장의 이율배반적인 국가관과 정체성을 묻고자 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발언 배경을 밝히면서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는 역사의 퇴행”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성남시민들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여기에 같은 당 이덕수 의원도 가세했다. 이 의원은 “정치행정은 다수의 시민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소수의 밥벌이를 챙겨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고 나왔다. 이재명 시장이 관직에 없을 때 행했던 발언이라고 소개하면서 시장의 정치적 낙하산 인사문제를 꺼냈다. 성남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경우 학력위조가 들통나 17대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고 감옥까지 갔다왔던 사람을 임명토록 한 것은 시민을 기만하고 수치스럽게 만든‘보은(報恩)인사’의 극치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는 “지방계약직 공무원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는 하나 대변인, SNS 홍보관, 의전담당, 갈등조정관, 아나운서, 공동주택관리사, 수행비서 1명을 방만하게 계약직을 채용했다”며 “시장은 직업소개소 소장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두 의원들의 발언을 요약하자면 성남시정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의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를 꼬집으며, 시민들을 대신해 시장에게 시정(是正)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장의 입장에서는 ‘진의가 왜곡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릇 정치인은 설령 오비이락(烏飛梨落)일지라도 괜히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범주이다. 더욱이 일구이언(一口二言), 표리부동(表裏不同)은 정치인의 금기덕목으로 진정성(眞情性)을 구분하는 척도이다.
원래 ‘이율배반(二律背反)’이라는 말은 철학에서 ‘똑같이 정당하게 보이는 2개의 원리나 결론 사이에 실제로든 겉으로든 존재하는 모순을 가리키는 것’으로 비판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마누엘 칸트가 사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 의원이나 이 의원이 지적한 대로라면 차라리 ‘이율배반’보다는 ‘자가당착’이라는 말이 더 빠르고 쉽게 다가온다. ‘한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않고 모순되는 것’이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한 인간의 진정성(眞情性)은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때만이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