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쇼(show)와 진정성

양산박의 세상만사(5)

양산박 객원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2/12/06 [17:35]

[칼럼]쇼(show)와 진정성

양산박의 세상만사(5)

양산박 객원논설위원 | 입력 : 2012/12/06 [17:35]

언젠가 어느 대학교수가 우리나라 여자 스포츠 스타의 교생실습 장면을 빗대어 ‘쇼일뿐’이라며 비난을 가했던 적이 있다. 그후 네티즌들 사이에서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굴 정도로 논란이 벌어졌던 것을 기억한다.

흔히 사람들은 진심이 들어가지 않은 채 무언가 하는 듯한 형식적인 제스추어나 행동을 취해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것을 두고 ‘쇼하고 있다!’라는 비아냥조의 말을 내뱉곤 한다. 주로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행사 등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데, 그래서 정치가 아직까지 국민들로부터 불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기자회견 등을 포함해 일반대중들에게 보여주는 효과인 ‘쇼(show)’라고 해서 진정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심도 포장 상태로 안에만 쳐박혀 있으면 어느 누가 알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쇼’라는 행위에 들어 있는 알맹이 즉 진정성(眞情性)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행위자에 대한 평소 인식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는 단지 일과성 쇼로 비쳐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수십년만에 중부지방에 폭설이 내린 5일 서울시장의 현장 확인행정 행위에 대해 쇼라고 폄하하는 서울시민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서울시장과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들은 쇼라고 깍아내렸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서울시민은 그렇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서울시장이 평소에 보여왔던 행동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려는 진지한 자세와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천에서 서울시장의 행위가 쇼로 비쳐지지 않고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고 본다.

폭설이 내린 같은 날 거의 같은 시각, 성남에서는 제설대책과는 상관없는 ‘성남시장이 시의회 새누리당 대표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는 대변인의 발표가 있었다. 그 발표에 의하면 시정현안에 대해 형식, 인원 등에 제한을 두지 말고 공개토론을 하자며 제안했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민선5기가 시작되자마자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전격 선언했던 ‘성남시장 스타일’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앞서 성남시장은 SNS인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새누리당이 성남시 주요사업을 당론으로 반대하고, 당론관철을 위해 등원거부로 본회의를 못하는중..’이라며 공개 방송 토론을 제의해 이영희 새누리당 대표와 공방을 벌였다는 내용이 지역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적절했었는지 등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많다. 시의회가 현재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회기중인 상황에서 갑작스런 공개토론 제안은 오는 18일로 예정된 시의회 본회의 개회를 앞두고 새누리당에 대한 압박용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개발공사 설립, 정자동 공용청사 매각, 위례신도시아파트 분양사업 추진 등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쟁점사안들에 대해 이번 회기중 시의회 본회의 통과를 겨냥한 고도의 전술적 차원에서 마련된 기습제안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남시장의 의도는 좌절되는 형국이다. 상대방인 새누리당 대표가 ‘정중히 사양한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남시장과 새누리당 시의원들 간에 민의의 전당이라는 시의회 의사당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행태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의사당 삿대질 사건, 수행비서의 막말 파동 등 집행부 수장과 새누리당 시의원들간에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처럼 비쳐졌던 숱한 사건들이 떠오른다.

이번 성남시장의 공개토론 제안은 상호존중과 신뢰감이 바탕에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 한쪽 당사자의 일방적 액션은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행위가 ‘쇼(show)’라는 상대방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평소 보여지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진정성(眞情性)’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면 아무리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어떤 행위를 시도해도 상대방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옛말에 잡초처럼 무성해지는 것이 교만이라고 했고,‘복(福)은 근심하고 조심할 때 오고 화(禍)는 기고만장하고 자만할 때 온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고 한다. 진정성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정치인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자신의 본심에서 우러난 행위를 단지 ‘쇼’로 매도한다고 남들을 탓할게 아니라 먼저 자신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을 통해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네탓이야’가 아니라 ‘내탓이오’부터 자신의 마음속에 외쳐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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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아 사랑 2013/07/26 [18:54] 수정 | 삭제
  • 초코땡과 8만 회원은 분노한다.
  • 은반요정 김연아 팬 2013/07/23 [19:15] 수정 | 삭제
  • 감히 연아 누님을 씹다니...
  • 흑구자 2013/07/22 [22:03] 수정 | 삭제
  • 성남시장의 '지칠 줄 모르는 트위터 사용'은 유별나지 않습니까? 그리고 거기엔 사용의 일정한 패턴도 보입니다. 언론에서 다면적으로 생각해볼 만하지 않습니까? 물론 그 점검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분명한 테마가 있어야 하겠지요. 한 가지 예를 들면 '자신에 관해 많은 말을 함으로써 자신을 감출 수도 있다'(니체, "선악의 피안")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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