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시의회 파행과 ‘보이지 않는 손’

양산박의 세상만사(10)

양산박 객원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3/01/04 [10:46]

[칼럼]시의회 파행과 ‘보이지 않는 손’

양산박의 세상만사(10)

양산박 객원논설위원 | 입력 : 2013/01/04 [10:46]

애덤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시장을 통제한다고 이야기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자율성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쪽이 아닌 정치 쪽에 이 용어를 가져다 사용할 때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바뀐다. 같은 말이지만 정치가 개입되면 어딘가 모르게 음습한 분위기의 색채가 묻어난다.

자신의 실체는 드러내지 않은 채 베일 뒤에서 리모컨으로 조종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검은 선글라스’의 사나이를 연상하게 한다. 떳떳하지 못한 방법임은 자명하다. 그래서 환영받지 못하고 발각되면 지탄받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같은 ‘보이지 않는 손’이 정치 쪽에서는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그 쪽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의 전언이고 보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지만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이것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거의 없어 실체를 밝혀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단지 '설(說)'로써 회자되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그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게 보통이다. 어쩌면 투명인간 같은 '보이지 않는 손'은 소위 권력을 가진 쪽에서 전가보도(傳家寶刀)처럼 사용해 목적을 달성하는 비열한 수법의 전형이라는 해석에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필자는 위에서 언급한 정치 쪽의 '보이지 않는 손'과 성남의 준예산 사태를 빗대어 생각해 보고 교훈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먼저 새해 벽두부터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성남시의 준예산 사태 발생과 관련해 그 진행 과정에서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고 느끼는 시민대중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국 최초라는 성남시의 준예산 사태가 시의회의 파행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렇게 준예산 사태까지 오게 된 배경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 모두 최악의 준예산 사태만은 피해보기 위해 구랍 31일 소집된 임시회의 본회의가 정회된 상황에서 장시간동안 협상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차례에 걸친 '밀고 당기는(밀당)' 협상 결과 양당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도시개발공사 설립안은 6대 시의회에서 처리하지 않는다'는데 합의하고 문안작성까지 마쳤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 합의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측에서 합의안 문구 수정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이상기류가 형성되더니, 결국에는 합의안이 파기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자 새누리당측의 본회의 등원 거부라는 카드가 현실화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고 간에 민주정치를 하겠다고 민의의 전당인 의사당에 모인 의원들이 상대방을 파트너로 삼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작성한 합의안에 대해 금방 휴지조각처럼 파기하는 모습을 보는 유권자인 시민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러면 왜 마라톤처럼 길고 지루한 협상 끝에 나온 합의문이 파기됐을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설이 불거지면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 내용을 들어보면 '합의문이 모처에 보고되니 그곳에서 양당 합의안에 대해 거부하면서 도시공사 설립을 계속 밀어붙여 통과시켜야 된다는 주문이 나왔다'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지만 일견 그럴 듯한 상황구성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준예산 사태 발생이후 성남시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아직도 '보이지 않는 손'이 계속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공무원들이 총동원된 것처럼 느껴지는 가운데 인터넷상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한 대규모 여론전이 전개되면서 특정 정당을 몰아붙이는 형국이 필살기(必殺技)를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칠 정도다.

지방자치제라는 테두리 안에서 집행부와 지방의회는 미우나 고우나 같이 가야할 동반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의 집행부 쪽 대응 방식을 보면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오로지 상대방을 굴복시켜 빼앗아 오겠다는 타도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어 답답한 심정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손의 속성상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다'는 것이겠지만 이 같은 카더라 통신은 그래서 그런지 더 확대재생산 되면서 전파되는 양상이다. 항간에서는 'CC-TV와 스마트폰은 알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고 있다는 후문이다.

어찌됐건 만일 이번 준예산 사태를 촉발하게 된 시의회 파행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면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에 하나 카더라 통신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지방의회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집행부를 견제해야할 정당이 자신들의 합의문 내용을 모처(?)에 보고한 뒤 지침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닌가. 단지 떠도는 낭설(浪說)이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이 있듯이 이런 시나리오까지 만들어져 떠도는 것은 그동안 시의회가 얼마나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가에 대한 반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당과 야당으로 편이 갈려 여당은 자당 소속 시장의 집행부에 대해 무비판적인 감싸기에 주저하지 않고, 야당의 경우도 건설적 대안 제시보다는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맛을 들인 경향도 적지 않았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중에 떠도는 시나리오대로라면 시민의 대의기구인 지방의회를 상생의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고 경시하는 검은 선글라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할 수 있게 만드는 여지를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본다. 차제에라도 이런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뒤흔들며 장난질을 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지방의원들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결국에는 유권자인 시민들이 선거에서 깨어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잔꾀 부리지 않는 공직후보자를 자신들의 대리인으로 뽑아 민의의 전당인 의사당에 내보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보이지 않는 손'과 권력의 장난질에 회유되지 않고, 돈맛에 눈멀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들을 의사당으로 보내준 유권자인 시민들만을 생각하며 정의(正義)와 양심(良心)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성남시의 준예산 사태를 통해 유권자인 시민들이 얻어야할 교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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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을비우면풀림 2013/01/09 [10:14] 수정 | 삭제
  • 콕 찝어주었군요. 조종자가 있기는 있는데 누군지. 각자 맡은데서 죄선다해야지 다른 영역까지 넘보아서 참견하면 안됩니다.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됩니다. 시장도 시의회. 새누리당도
  • 촌철살인 2013/01/06 [14:56] 수정 | 삭제
  • 이런 칼람이 필요하다. 보도자료만 전달하는 신문은 필요없다. 화이팅!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보게하는 눈을 가지게해 줍니다. 힘내세요
  • 하나가문제 2013/01/06 [13:59] 수정 | 삭제
  • 칼람 잘 보고 있습니다. 시의 적절한 평입니다. 시의원들의 일에 검은 선그라스가 끼어서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됩니다. 시의원들은 거기에 놀아나서는 더욱 안되지요. 앞으로도 기대하겟습니다. 준예산이다 해서 스끄러운 성남이 조용해지길 기다립니다. 하나가 문제인 성남이라는 생각입니다.
  • 修身과 계급장 2013/01/05 [17:30] 수정 | 삭제
  • 원래 뒤가 구린 사람이 그것을 덮기 위해 엄한 짓을 하는 법이죠. 맞죠?
    그저 훌훌 털면 갱생의 기회가 주어쥘 수 있을 텐데요.
    참 불쌍한 중생입니다.

    재명이는 왜 맨날 쌈박질만 할까요?
    그게 성남시민을 대표하고 집행부를 대표하겠다고 시장 선서한 자의 도리일까요?
    허구헌날 쌈박질만 하는 근원적인 이유가 있지요. 알죠?

    '修身'

    시장이란 계급장은 전혀 중요하지 않지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재명이와 손 잡은 자들에게 이 좋은 말이 '금기어'라는 사실도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 이재명 만세 2013/01/05 [11:13] 수정 | 삭제
  • 독선과 오기, 위선의 시장에 대해
    그것을 똑똑히 알게 된 시민들의 견제심리를,
    그것을 대변하는 의원들의 힘겨운 견제를

    재명이는 참여정부, 노무현의 이미지를 반복하면서
    반대로 새누리당의 사악한 이미지를 가공해서
    사정 모르는 시민들을 호도한다.

    시민단체?
    명백한 준예산에 대한 집행부와 의회의 공동책임을
    오로지 의원들에게만 전가하며 사태를 호도하고 있다.
    이재명 빨대짓에 불과하다.
    이들이 빨대짓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런 행태 때문에 한 때 재명이의 선거를 지원한 지역의 한 원로가
    성남에는 시민운동이 죽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시민 우선이나 시민주권이니 하는 헛구호 아래 자행되고 있다.
    재명이 만세인 민선5기....
  • 선글라스의추억 2013/01/04 [21:54] 수정 | 삭제
  • 이거는 의원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듯 하군요
    보이지 않는 손 정말 잘 지적했다. 검은 선글라스도.
    옛날 중앙정보부원 같은 냄새가, 공작정치의 대가 같은 냄새다.
    그런 소문 나도 듣고 정말일까 하고 궁금했었지.
    굴뚝에서 연기나는것은 다 이유가 있다.
    시장 권력에게 아부하는 의원들은 00띠어버려야 한다.
    이글을 보면 시의원들이 반성에 반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시의회가 제기능을 할 것 같다.
    부디 의원들은 시민대표자라는 자존심을 살려서
    시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좀제대로 잘해라.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해야 의원이다.
    맞아. 이제 내년 선거에서 잘뽑아야지. 그게 젤로 올은 소리다.
  • 의워림들새겨들어삼 2013/01/04 [15:19] 수정 | 삭제
  • 의원들 명심해야겠어요. 내용대로라면은요. 의원님들이 휘둘리지않아야지요. 그런데 카더라시나리오가 전혀 헛소문만은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가정이지만 이런일이 있으면 안되겠지요. 시의원님들 새겨들어야겠습니다. 시의원나리님들 들으라는 쓴소리같으네요.
  • 좀 어이있음 2013/01/04 [12:54] 수정 | 삭제
  • 좀 어이없음님이 컬럼 써서 기고 해보세요~ 연초부터 왜케 시끄럽다냐... 일반시민은 관심없다는 사실. 또 쌈박질로 판단할수 밖에. 여기저기 발단된 원인 찾아보니, 누구때문인지는 대충 알겠네. 그사람 아직도 여전하네.
  • 신방과출신 2013/01/04 [12:06] 수정 | 삭제
  • 그런 말들이 성남에 돌아다닌다는 것을 가지고 쓰신거 같은데요? 칼럼은 글쓴이의 의견이라고 알고있습니다. 어떤사회현상이나 소문이 무성하다면 그것을가지고 평을 할수 잏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기사가 정확한 사실관계에 바탕을 두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던데요. 아닌가요? 자기 마음에 안들면 나쁘다고 보는 시각이 문제가아닌가 하네요. 세상에는 여러 의견들이 있다는 다양성을 인정하는데서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않을까요? 성남시가 하루빨리 진정되었으면 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고 웃는 시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매도하지 말라 2013/01/04 [12:05] 수정 | 삭제
  • 이 칼럼은 어떤 사실과 그에 기초한 해석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실을 벗어난 영역'에 관한 생각을 담고 있다.
    다른 것이다. 착각해선 안 된다. 착각하면 바보다.
    더우기 '카더라'로 매도해선 안 된다. 매도하는 것은 악의가 있기 때문이다.
    '좀 어이없음'이라는 사람이 오히려 넘 어이가 없다.
  • 흐르는 시간 2013/01/04 [11:57] 수정 | 삭제
  • "대의기구인 지방의회를 상생의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고 경시하는 검은 선글라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 칼럼의 '키 워드'로 이해해도 되겠지요?
    그러하다면
    이 키 워드는 '이성에 대한 불신'으로 치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성의 주체는 국가도, 지방자치도, 당파도, 이념화된 시민(?)도 아닙니다.
    (나아가 대의기구도 아닙니다)
    오로지 자기통치력을 가진 개인이죠,
    최선이 불가능할 때, 최소의 선택이 가능한 개인 말입니다.
    이 개인은 한국사회, 특히 지역 단위에서의 한국사회가
    거의 배우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로지 반새누리당이라는 당파주의 하나로 버티고 있는 수준 이하의 지자체장의 행태는
    시간이, 변화로서의 시간이 답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 세 명의 성남의 지자체장의 최후는 그 역사적인 증거이지요.
    그러므로 숨겨둔 이익으로 부화뇌동하는 민주당 시의원들,
    즉자적 무리로서만 출현하는 이재명 지지자들의 행태는
    별 얘기거리도 되지 않습니다.
  • 좀 어이없음 2013/01/04 [11:44] 수정 | 삭제
  • 칼럼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쓰는게 기본 아닌가요? 어디서 주워듣고 카더라..로 쓰지 마시길...
  • 아니오라고말하는시의원 2013/01/04 [11:33] 수정 | 삭제
  • 시중에 돌아다니는 말들은 그냥 돌아다니지 않죠. 칼럼 내용에 나오는 그런소리가 많이들립니다. 많이 돌아다녀요. 정말 아니땐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는법이죠. 여당이라는 시의원들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리 같은당이라지만 아닌것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야 같은당 시장을 진정으로 돕는 것인데요. 그거를 알아야될것입니다. 결구에는 시의원들이 정신을 차려야될것 아닌가요. 이렇게 하면 아니되오라고 시장에게 소신있게 말하는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모습을 보고잡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희망이 없단은 생각이드네요.매일 쌈박질이 일어나는거는 당연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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