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인공지능형 스마트병원 시대 열다

세계 최초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첫 선... 터치패드로 기록 열람

김생수 기자 | 기사입력 2013/04/22 [11:22]

분당서울대병원, 인공지능형 스마트병원 시대 열다

세계 최초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첫 선... 터치패드로 기록 열람

김생수 기자 | 입력 : 2013/04/22 [11:22]

[분당신문] 병원정보시스템이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다. 종이차트가 하던 일을 전자차트가 대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시스템이 필요한 데이터를 판단해 보여주고, 환자에게 위해한 상황을 걸러서 막아주거나 알려주는 것과 같이 인공지능형으로 진일보한 것이다.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통합진료실에서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환자에게 치료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환자의 혈액검사 수치가 정상범위에서 벗어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체크해 의사에게 이를 알려준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병원정보시스템이 알아차리고 ‘오늘의 할 일’을 환자에게 안내해주고, 병실에 누운 채 터치모니터로 검사 결과 및 치료 스케줄을 확인한다. 환자식 메뉴를 결정하고 입원비 정산이나 필요한 서류를 신청 또한 가능하다.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현실이다.

2003년 세계 최초로 EMR(전자의무기록) 개발에 성공해 종이·차트·필름 등이 없는 100% 디지털병원으로 오픈한 이후 의료 IT 선도병원으로 입지를 굳혀온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인공지능형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오픈했다고 22일 밝혔다.

2010년 미국 의료정보경영학회 HIMSS에서 최고 수준의 의료정보시스템으로 미국 밖에서 최초로 인증을 받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해 250억 예산을 투입하여 이지케어텍과 함께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에 도입, 1년 8개월 만에 이를 완성했다.

2003년 개원해 1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단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병원정보시스템이 있었다.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way, CP)을 병원정보시스템과 연동해 뇌졸중·심근경색과 같은 시간을 다투는 치료의 신속성을 높였다. 또, 임상의사결정시스템(CDSS)에 입력된 350여 가지 체크로직이 실시간으로 오더를 낼 때마다 처방 약물에 오류가 없는지 걸러줘 병원 내 약화사고 비율을 세계 유수병원과 비교해 수십 분의 일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복잡한 정보를 취합해 적절한 의사결정을 적시에 해야 하는 의료현장에서 정보화는 종이로 하던 일을 컴퓨터로 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가져 온 것이다.

2003년 개원하면서 개발한 전자의무기록에 대해 내부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이 단순히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수준으로는 수용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지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최신 ICT(정보통신기술) 트렌드와 병원정보시스템을 융합한 새로운 개념의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477병상 규모의 신관 건립공사가 진행 중이라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진엽 원장은 “2003년 분당서울대병원이 처음 전자의무기록(EMR)을 개발해 적용한 이후 국내 많은 대형병원들도 앞다퉈 도입했고 지난 10년간 EMR이 병원의 수많은 프로세스를 개선시키고 의료의 질을 높여 왔다”며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은 이미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스웨덴, 덴마크, 러시아 등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만큼 한국 의료를 세계에 알리는데도 큰 기여할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번한 클릭 없이 한 눈에 환자 파악
의료진의 빠른 의사결정 돕고, 환자 만족도 높여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의 가장 큰 핵심은 환자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정보들을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해 필요한 정보를 조합해 줌으로써 의료진의 빠른 의사 결정을 돕는 것이다. 이전의 시스템에서는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록들을 빈번한 클릭으로 봐야했다면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에서는 한 화면에서 한 눈에 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에 한 환자가 병원에서 지나고 있는 긴 여정을 볼 수 있다는 뜻에서 Patient Journey Map이라고 이름 붙였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내 환자가 다른 의사에게서 어떤 검사와 처방을 받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여러 진료과 협진하는 다학제 진료에 적합하다.

시스템이 환자의 정보를 잘 요약해서 보여주면 짧은 시간에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서비스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 길게 할 수 있어 질 높은 진료가 가능하다.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환자를 대면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환자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의료정보 분석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표준화
표준화 진료지침(CP : Critical Pathway) 활성화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의료인의 경험에 의존하여 다양하게 진행되던 의료서비스를 의료 정보 분석을 통해 표준화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로 개발하는 ‘표준화 진료지침(CP)’은 병원정보시스템이 개발된 이래 의료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키워드이다.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디지털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보다 고도화된 병원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총 13개의 진료과에서 146개의 표준화 진료지침(CP)을 개발, 이를 적용하고 있으며 입원 환자 중 32.5% 달하는 환자에게 표준화 진료지침(CP)을 적용하여 효율적이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로 흉강경 폐절제술을 받는 환자가 내원할 경우 입원한 순간부터 병원정보시스템에 있는 표준화 진료지침(CP)이 적용되어 일자별로 진료 순서와 수술 및 치료 과정이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은 병원정보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며 누락되거나 중복되는 오류를 막는다.

특히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개발된 표준화 진료지침(CP) 시스템은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진료 전 과정에 대한 처치가 간단히 이루어지며 시스템 이용 중에도 환자 개인 특성 및 경과에 따라 일부 조정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하여 의료진의 실질적인 참여를 대폭 늘렸다. 실제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표준화 진료지침(CP) 활용 건수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분량이며 그 안전성 및 효용성 또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실에서 환자가 스마트 시스템을 이용해 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검사와 처방정보 조회 ․ 침대에 누워 입원비 정산
손끝으로 해결하는 스마트병원 현장

병원의 정보화가 그동안 내부사용자(의료진)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실제로 환자가 체감하는 서비스는 부족했었다.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개발하면서는 환자가 직접 의료정보시스템을 사용함으로써 의료서비스가 좋아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오게 되는 병원은 환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환자 정보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가지고 있는 평등하지 못한 정보의 흐름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병원이 정보화 되면서 환자의 질병정보와 의무기록들이 잘 보관되어 있긴 하지만 그동안은 그 정보들이 환자가 잘 소화할 수 있도록 가공해서 제공하지는 못했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병원에 축척된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환자 개개인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골라 제공하는 시스템을 헬스커넥트와 함께 개발해 국내는 물론 세계 처음으로 선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베스트가이드’다. 진료실 및 검사실 길안내와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안내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스마트폰에 전용앱을 설치해 두면 환자가 병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블루투스로 인식해 ‘000님, 환영합니다.’ 라는 메시지를 띄워준다. 앱을 열면 진료가 예약된 관절센터 위치를 선명한 지도를 통해 내가 서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알려준다. 간호사실에서 접수를 하면 접수완료라고 안내해 주고, 접수완료/진료대기/진료완료 단계별로 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진료 후에는 새롭게 추가된 검사 일정이 업데이트 된다. 오늘은 심전도와 운동부하검사를 받기로 했고 3일 후에 초음파 검사가 예약됐다. 각 검사 방법에 대한 안내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고, 지도를 통해 검사실 위치도 알려 준다. 병원에서 해야 할 복잡한 프로세스를 순서대로 알려주니 병원 이용이 한결 편해졌다. 단계별로 프로세스 완료여부가 체크되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빠뜨릴 염려가 없다. 구석구석 검사실을 안내하는 지도도 보기에 편리하다.

베스트가이드가 외래 환자를 위한 것이라면 스마트베드는 입원 환자를 위한 시스템이다. 침상에 설치된 터치패드를 이용하면 시트교체, 청소요청, 병실이동 등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고 외래기록이나 입원기록과 같은 제증명 신청도 가능하다. 내가 오늘 받을 검사의 종류와 검사 방법, 먹고 있는 약물의 종류와 복용법에 대한 정보도 나온다. 입원비 정산도 침상에서 해결한다. 회진 오는 의사에게 묻고 싶은 내용을 기록해두거나 전달할 수도 있고, 회진 스케줄도 안내 받는다. 뿐만 아니라 TV, 인터넷 등 입원 생활에 꼭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가 터치패드로 해결 가능해 차별화된 입원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 진료실 및 검사실 길안내와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안내해주는 어플리케이션 캡처.
병원 밖에서도 나의 건강 정보 조회 및 관리 가능
본격적인 환자건강정보(Personal Health Record) 시대가 열렸다! ‘Health4U’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고객이라면 누구나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App)의 ‘Health4U’ 기능을 이용해 병원에서 검사한 기록이나 처방받은 약물정보를 조회할 수 있고 앞으로의 치료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같지만 그간 병원 정보는 환자에게 쉽게 공개되지도 설명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간단한 진료 기록이라도 조회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방문해야하고 어려운 의학 용어로 적혀진 불친절한 의무기록을 신청해야하는 불편함을 벗어나 누구나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또한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단히 접근할 수 있는 신개념 환자건강정보 시스템 ‘Health4U’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의 진료 기록이나 검사 기록 조회는 물론이고 처방받은 약물정보는 사진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혈액검사는 검사결과와 기준치를 함께 보여줘 내 결과가 정상범위인지 기준치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알 수 있다. 영상검사, 기능검사, 병리검사는 검사 이력 정보를 제공한다. 처방이나 검사 정보는 타병원에서 진료를 볼 경우 중복검사나 중복처방을 막을 수 있다. 투약시간도 알려준다. 하루 2번 먹는 약이라면 아침 9시, 저녁 9시에 알려주는 식이다. 사용자가 본인의 상황에 맞게 시간을 조정해 두면 그 시간에 알림 메시지를 보내준다.

또한 당뇨, 고혈압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가정에서 관리하고 있는 운동량, 혈당, 혈압 정보 등을 직접 입력하면 병원정보시스템과 연동되어 담당 의료진에게 내용이 전달된다. 외래 진료를 보지 않아도 담당 의료진의 적절한 조언이 환자 개인에게 메시지로 전달되어 일방적인 정보 조회뿐만 아닌 의료진과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진료실 밖에서도 담당 의료진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차별화된 고객서비스 제공으로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백롱민 진료부원장은 “새로운 시스템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입원환자와 내원객들도 스마트병원 시스템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며 “시스템이 필요한 데이터를 판단해 보여주고, 환자에게 위해한 상황을 걸러서 막아주거나 알려주는 것과 같은 인공지능형 시스템은 분당서울대울대병원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만큼 앞으로 의료계는 물론이고 정보통신 업계에서의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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