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사회복지사이다”

양송이(양영초 학교사회복지사)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1/05/25 [23:46]

“나는 학교사회복지사이다”

양송이(양영초 학교사회복지사)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1/05/25 [23:46]

학교사회복지활성화 및 조원에 관한 조례
성남시는 아동.청소년들의 학교 적응력 향상.복지증진 및 사회문제 해결(비행, 가출 등)에 기여하고자 2009년 성남시 학교사회복지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학교사회복지사업이란 학교사회복지활성화 및 조원에 관한 조례 제2조 제2항에 의하면 “아동과 청소년들이 학교생활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심리.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여주고 교육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사회복지의 전문실천분야로 학교 환경의 생태학적 관점에서 학교-가정-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학생의 부적응문제나 생활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전문교육복지 분야”를 말한다.
 
낯선 이름, 학교사회복지사…
성남시는 ‘학교사회복지활성화 및 조원에 관한 조례’에 의하여 2010년 5월 분당구, 중원구, 수정구에 초등학교 10개교, 중학교 11개교 총 21개교에서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시작하였다.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 학교에서 사회복지사가 근무한다는 것이 학교에서 생소했을 것이며, 전적으로 환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우리 학교에도 학교사회복지보다는 돌봄 교실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도 계셨고, 학교사회복지실이 만들어지는 3주 동안 교무실에서 근무했던 나에 대한 존재를 모르시는 선생님도 계셨다. 

3주의 시간이 흐르고 다른 학교에 비해 우리 학교는 일찍 학교사회복지실을 개소 할 수 있었는데, 이는 학교사회복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크셨던 교장?감 선생님 그리고 부장님 덕분이었다. 공사기간 내내 아이들에게 안전한 공간과 사회복지사의 근무 환경을 확인을 하고자 여러모로 신경 써 주셨기 때문에 잘 정착할 수 있었다. 이는 곧 우리 학교에 근무 중인 교사, 학부모님에게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개소 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낙인감을 주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다솜터’라는 별칭을 소개하며 학교사회복지실 사업에 대한 가정안내문 발송과 교사연수 그리고 홍보 이벤트 활동이었다. 

일반 교실과는 다르게 파스텔 톤 페인트가 칠해진 교실 안에 보드게임과 책이 진열되어 있고, ‘학교사회복지실’이라는 문구 아래 “여기에서는 뭐해요?”, “여기에서 놀아도 돼요?”, “여기는 왜 교실이 이렇게 달라요?”라는 반응을 보이며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학교사회복지사업, 아이들이 있는 어느 곳이라면…
본교는 분당구 서현동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적인 특성으로 과연 이 사업이 필요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본인 역시도 풍족한 환경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만날수록 지역적인 특성, 환경을 떠나 아이들은 모두 다 똑같은 아이들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리 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80명이 넘는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서로 더 재미있는 게임을 하기 위해 달려오며, 친구관계 혹은 가족들과의 문제로 고민하며 상담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아이들. 이 모든 것들이 ‘지역이나 환경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학교사회복지실이 필요하구나’란 생각이 들게 해 주었다. 

또한 이 지역 안에서도 경제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정, 엄마 혹은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 역할을 필요로 하는 가정 그리고 일로 인해 아이를 돌볼 수 없어 보호자의 역할을 지지해 주기 바라는 가정 등 결손 및 지지가 필요한 가정들도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가정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곳이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경제적, 환경적으로 상대적인 이유로 그 문제들을 표출하지 못하고 더 끌어안고 가는 곳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면서 중원구, 수정구, 분당구에 관계없이 학교사회복지사업은 우리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가정-학교-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학교사회복지사업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거부감이나 낙인 없이 진행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생각하다가 학교사회복지사업의 가장 큰 특징인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학생-가정-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 학교에서 가장 크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란 생각을 하였다. 이에 학교사회복지사업의 목표 중 하나인 학교에 대한 교육적인 목표를 도우며, 아이들 스스로 자존감 향상을 위한 학습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역할모델을 제공 하기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한 이벤트 및 요리교실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또한 심리.정서적 안정을 통한 자존감과 대인관계 향상을 위한 미술심리활동, 나눔 실천을 위한 저학년 대상의 나눔 교육과 또래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고학년 대상의 또래 상담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 외에도 문화바우처와 연계하여 뮤지컬 관람, 지역에 위치한 수련관과 연계하여 영화관람 등의 지역사회 연계 활동 등을 진행하였다.

 2011년 3월…  
이렇게 지난 해 5월부터 2월까지 성남시 21개교에서는 학생, 학교,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를 연계한 학교사회복지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 학교사회복지사업에 대하여 성남시는 5월까지의 예산만을 학교에 배정해 준 상태이며, 5월 이후 사업에는 종결이라는 위기 앞에 놓여 있다.  그리고 어느 날 본교 6학년 아동이 학교사회복지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오늘 학급회의 시간에 안건으로 다솜터 유지하자는 의견 나왔어요.” 그리고 아이는 계속해서 말했다. “선생님 다솜터 없어지면 우리는 쉬는 시간에 어디서 놀아요? 우리가 고민이 생기면 어디서 말해요? 우리를 위해서 만들어 놓았다면서 왜 어른들 맘대로 없애요, 우리한텐 물어보지도 않고?” 아이의 말을 듣고 나는 멍한 상태로, ‘아,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남시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처음 시작된 것은 분명 아동과 청소년의 학교의 교육목표를 돕고자 하며, 심리?정서적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학생복지 제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성남시는 이를 조례로 제정하여 수원시, 용인시, 의왕시 보다 앞서 전국 최초라는 명예까지 얻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잠시 잠깐의 사탕을 주었다 맛을 봤으니 이제 뱉어내라는 격은 아닌지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나는 성남시의 학교사회복지사이고 싶다 
나는 성남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현재까지 이곳에서 보냈다. 그래서 성남시라는 지역적, 환경적인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라 생각하며 성남 시민으로서 꼭 필요한 학교사회복지사가 되고자 노력해 왔다. 또한 나를 제외한 20개교에서 일하는 학교사회복지사 모두 자신이 우선이 아닌 자신의 학교와 성남시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와 학부모,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21개교 학교사회복지사들은 사업 종결이라는 위기 앞에 “선생님 우리는 그러면 이제 어디로 가요?”라고 말하는 아이들과 이를 안타까와 하시는 학부모님을 대변해 우리는 “성남시의 학교사회복지사 되고 싶다”를 절절하게 외치고 싶다. 학생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학생복지에 대한 권리를 누군가 억지로 빼앗으려 한다는 것을 적극 알리려 한다. 주었다가 빼앗는 것이 얼마나 나쁜 결과를 초래할지 그들은 아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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