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문화재단의 하극상(?)

대표이사 깎아내리기, 취임 전 징계까지 속전속결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1/10/29 [16:42]

성남문화재단의 하극상(?)

대표이사 깎아내리기, 취임 전 징계까지 속전속결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1/10/29 [16:42]

   
▲ 성남문화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안인기 대표이사를 '안인기씨'로 표현하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서 단체장 또는 기관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개념의 일환으로 기사를 가지고 말 그대로 ‘장난치는’ 방법이 하나있다. 기사를 쓸 때 이름 뒤에 직책을 붙여주는 것이 아니라, 직책을 앞에 쓰고 이름을 쓴 뒤 ‘씨’를 붙이는 방식이다. 형식에서는 아무런 하자는 없지만 읽은 독자들은 직책이 아니라 ‘000 씨’로 읽게 된다. 기자가 기사를 가지고 하는 소심한(?) 복수라고나 할까.

그런데 최근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에 대해 문화재단 홍보미디어실 담당자가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이 같은 유사한 형태의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첫 문장부터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안인기씨가 선임됐다’라고 적었다. 자신들이 근무하는 기관의 대표를 ‘씨’로 표현해 버렸다. 이후 문장들은 더 가관이다. 아예 대놓고 시작할 때마다 ‘안인기씨’를 열거하고 있다.

혹시 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이 후 보도자료를 쓸 때마다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안인기씨’란 직함을 계속해서 사용할지도 모를 상황이다. 문화재단 직원들은 취임도 하지 않은 대표이사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의 하나로 기자들이 사용하는 형식을 택했을지 모른다. 더구나 직위체계가 확실한 문화재단에서 이를 검토하고 결재한 간부 직원도 이를 묵인했을지도 모른다. 만일 신임 안인기 대표이사가 이를 읽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자신을 안인기씨로 표현한 직원과 이를 묵인한 간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11월 1일 취임을 앞둔 신임 안인기 대표이사의 위상이 깎아내린 사건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인사 문제다. 민선 4기에서 5기로 성남시장이 바뀔 때 당선자 신분이었던 이재명 시장이 가장 먼저 요구한 두 가지 사항이 ‘인사’와 ‘사업’의 중지였다. 자칫 전임 시장과 가까웠던 직원들이 기회가 남았을 때 승진하거나 영전되는 일을 막기 위함으로 이 시장은 인사에 대한 중지를 요구한 것이다. 사업의 중지 역시 이미 진행된 사업에 대해 예산을 퍼부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까 우려해서다. 그런 이유로 이는 매우 중요한 선언이었다.

이처럼 인사가 중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민선 5기 이재명 시장이 임명한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취임도 하기 전, 성남문화재단 간부 직원들은 중징계 인사를 해버렸다. 앞으로는 11월 1일 새 대표이사가 취임할 것이라고 홍보하면서, 뒤로는 직원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직위해제’라는 인사를 속전속결로 해치워 버렸다.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면 대사면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죄가 있더라도 경사스런 일에 누가 될까 이를 사면 또는 감면해주는 일을 하곤 한다. 그러나 성남문화재단이 벌인 일은 축하가 아니라 고춧가루를 뿌리는 행위다.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대표이사 취임하는 축하자리에 앞서 직원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인사를 강행했던 것일까. 새로 취임하는 대표이사에 대한 충정의 반로일까, 아니면 이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표이사를 무시해서 할 수 있었던 용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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