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봄? 뇌혈관에도 ‘꽃샘추위’

극심한 온도 차 견디지 못해 터지거나 경색되면 ‘뇌졸중’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5/03/10 [07:32]

벌써 봄? 뇌혈관에도 ‘꽃샘추위’

극심한 온도 차 견디지 못해 터지거나 경색되면 ‘뇌졸중’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5/03/10 [07:32]

   
▲ 꽃샘추위가 시작되면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 가족력이나 병력이 있는 경우라도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뇌졸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사진제공: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분당신문] 가정주부 심명화(52) 씨는 최근 심각한 다리저림 증세로 인해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허벅지나 종아리가 뻣뻣하게 굳어 다리를 구부릴 수 없을 때도 있었다. 운동능력도 상당히 저하됐다. 겨우내 부족했던 운동량이 원인일 것으로 판단한 심 씨는 딸과 함께 조깅을 시작했다. 하지만 증세는 완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마비 증세가 낮 시간대까지 이어질 정도로 심화됐다. 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와 MRI 검사를 받은 결과 심 씨에게서는 경미한 뇌경색 증상이 나타났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돼 약물치료를 통해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지난 해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동향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사망률이 제일 높았던 시기는 12월로, 2만4천400명이 사망했다. 두번째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시기는 3월로 총 사망자 수는 2만4천300명으로 12월과 대동소이하다. 지난 해 단일질환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양산한 질환은 뇌혈관질환이었다.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12월이나 3월은 전월 대비 온도 저하가 극명한 시기다. 특히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3월의 사망률은 뇌혈관질환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뇌졸중센터 정세희 센터장은 “뇌졸중 질환자 내원율을 보면 겨울 발생 비율이 여름보다 4~5배 많다”며 “2월 들어 뜸해졌다가 3월 들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갑작스레 찾아오는 꽃샘추위 등 기후적인 요인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온이 급감하면 혈압은 높아진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있다면 이 같은 급격한 혈압 변화는 위험하다. 갑작스러운 혈류증가를 혈관이 버티지 못하고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뇌혈관이 막혀 산소나 혈액의 흐름이 끊기는 뇌경색, 뇌혈관이 터져 중풍 등 후유증을 발생시키는 뇌출혈 등을 합쳐 뇌졸중이라 일컫는데 전체 뇌혈관질환의 70% 이상이 이에 속한다.

뇌로 향하는 혈관인 경동맥이 손상되면 산소나 혈액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뇌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뇌는 일부만 손상되더라도 다양한 기능성이 소실될 위험에 처한다. 운동 기능을 상실하는 마비 증세나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감각 장애가 대표적이다. 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언어 장애(실어증), 정확한 발음이 어려워지는 발음 장애 등이 발생하기도 하며 시각이상이나 균형감각 상실을 겪을 수도 있다. 대체로 장기간의 치료를 요하며 치매 등의 후유증 발생을 배제할 수 없다.

조절 불가능한 인자 있다면 철저한 검사로 예방해야

꽃샘추위 때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급격한 기온 변화 때문이다. 외출 시에는 실내외의 온도차를 고려해 의상을 준비하고, 간단하게 몸을 풀어 체온을 향상시키는 것도 뇌졸중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산이나 들에서 야외활동을 즐기고 싶을 때는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해 주어야 한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액이 끈적해져 혈관이 더 쉽게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평소 뇌졸중 유발인자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뇌졸중을 유발하는 요인은 크게 ‘조절 가능한 인자’와 ‘조절 불가능한 인자’로 나눌 수 있다. 고혈압, 심혈관질환 병력, 당뇨, 흡연, 고도의 스트레스, 혈중지질이상, 비만, 폐경 후 호르몬치료 등은 개인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반면 가족력은 조절이 불가능하다. 뇌졸중 유병률을 보면 55세 이후부터 10년마다 두배씩 발생 건수가 증가하는데, 나이도 조절이 불가능한 대표적인 인자다. 여자에 비해 남자가, 동양인에 비해 서양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성별이나 인종 또한 조절 불가능 인자다. 

조절이 불가능한 뇌졸중 유발 인자를 갖고 있을 때는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뇌로 향하는 경동맥은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다. 초음파로 경동맥내중막두께(Intima-media thickness)를 측정해 지수가 높을수록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혈관 경직도를 파악할 수 있는 동맥맥파속도(arterial pulse wave velocity) 역시 지수가 높으면 위험하다.

정세희 센터장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약물로써 치료에 나설 수 있고, 심각한 경우에는 경동맥내막을 절제하거나 스텐트를 삽입하는 등의 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병력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고 해도 정기적으로 MRI 검사를 받는 등 뇌혈관질환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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