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전 금감원장 ‘더 좋은 경제’ 출간

한국 경제, 3대 위기 대비 못하면 제2 금융위기 우려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5/12/07 [20:51]

권혁세 전 금감원장 ‘더 좋은 경제’ 출간

한국 경제, 3대 위기 대비 못하면 제2 금융위기 우려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5/12/07 [20:51]

- 정치 혁신 통한 경제 개혁으로 돌파해야    
- 12월 10일 오후 2시3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출판기념회 

   
▲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기로에 선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진단하고 정치 혁신을 통한 경제 개혁만이 문제 해결의 정답이라고 역설한 '모두가 꿈꾸는 더 좋은 경제'를 펴냈다.
[분당신문] 한국 경제가 신흥국발 국제금융, 부동산발 가계금융, 제조업발 기업부실 등 3대 위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미국의 금리인상이 끝나는 2018년께는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정통 경제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지난 30여년간 우리 경제 현장의 최일선에서 기업·금융부문 구조조정 등 굵직굵직한 개혁을 이끌어온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기로에 선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진단하고 정치 혁신을 통한 경제 개혁만이 문제 해결의 정답이라고 역설한 '모두가 꿈꾸는 더 좋은 경제'를 펴냈다.

권 전 금감원장은 이 책에서 중국의 성장이 감속 추세로 돌아선 가운데 올해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3년쯤 후에는 3대 위기라는 거대한 삼각파도 쓰나미가 한국 경제를 덮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전 원장은 미국의 금리가 인상돼 세계 금융시장이 극도로 경색될 경우 경상수지와 외환사정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부터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도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는 재정 건정성이나 경상수지, 외환관리에도 불구하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거래활성화 대책과 규제완화 조치로 온기가 돌고 있지만 금리가 오르고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2년간 집중된 분양 공급물량의 입주가 본격화되고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2017년 말부터 침체가 심각해 질 수 있다. 1천1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서 내수·소비를 위축시키고 있고 자산 버블시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뇌관이 됐다. 

제조업도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없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 감소와 후발국의 추격, 비교우위에 있었던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과 중국과의 기술 경쟁력 상실, 인구구조 변화와 모바일 혁명에 따른 새로운 산업 출현에 대비한 준비 부족으로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경쟁력 약화 등으로 기업의 부실이 확대되면 금융위기로 이어질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권 전 원장은 우리 경제가 이같은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강력한 구조조정보다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지원으로 대응한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외환위기 때는 금융·기업·공공·노동 등 4대 개혁조치를 단행해 체질개선과 선진화에 성과를 거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손쉬운 방식으로 위기국면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10대 이슈인 △저출산·고령화 △부동산 △가계부채 △잠재성장률 하락 △청년실업 △신성장동력 발굴 △금융선진화 △재정건전성 △국가갈등 해결 시스템 △남북통일 등의 과제가 해결책을 강구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구조개혁 없이 현실에 안주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그는 IMF 외환위기로 2000년대 초반까지 추진했던 4대 개혁 이후 지지 부진한 구조조정으로 ‘잃어버린 10년’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은 각 부문의 구조개혁에 있다고 강조한다. 

먼저 예산과 공기업, 지방정부, 세제 및 세정분야를 아우르는 공공개혁은 조급하게 서두르기보다 긴 호흡으로 추진하되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이중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기업개혁은 좀비기업 정리와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 금융개혁은 관치금융과 규제의 철폐, 해외진출 강화, 핀테크 육성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교육개혁은 교육당국 및 대학의 기득권 포기와 시장에서 필요한 인력 육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개혁 과제가 이해집단 및 기득권층의 반발과 여야 간 대립·갈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후진적인 정치 문화와 규제 중심의 관료제도, 포퓰리즘으로 1990년대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부문은 과거의 일본 못지않게 구조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생·경제활성화 법안의 상당수가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이고 앞으로도 여야간 현격한 이견도 문제지만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처리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권 전 원장은 한국 경제가 바뀌려면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정책이 당리당략이 우선인 정쟁에 묶여있고 전문성과 도덕성 부족으로 포퓰리즘적 졸속입법과 과잉규제를 양산해 정책 일관성을 저해하고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낡고 후진적인 정치관행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싱크탱크를 육성하며 정경분리와 의원입법 제도의 개선, 상생과 타협의 정치, 희망과 칭찬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는 긴 안목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큰 정치를 할 때라는 것이다. 

정치 선진화가 이뤄지면 일본의 아베 내각과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변국의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개혁 정책에 힘이 실리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 개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정치 혁신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 전 원장은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세대·빈부·이념 갈등과 불신 및 쏠림 현상을 해소해 가는 사회통합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성세대의 기득권 포기와 성장과 분배의 조화, 시장경제 원칙 및 법치 준수, 공동체 의식과 희망의 사다리 회복 등이 더불어 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재창조하는 밑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권 전 원장은 지난 2013년에 펴낸 '성공하는 경제'에 이어 이번에 출간한 '더 좋은 경제'의 출판기념회를 오는 10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라온스퀘어(서현로 180번길 19)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저자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공직에 발을 디딘 이후 33년 동안 격동의 한국 경제를 현장에서 지키고 이끈 경제 전문가다. 특히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저축은행 사태를 몸으로 겪고 해결에 나서면서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지혜와 혜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과 재무부 세제국·증권보험국·이재국 등에서 근무했고, 재경부 재산소비세 국장,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금융·세제 분야를 두루 거치면서 보험시장 개방, 에너지 세제개편, 로또복권 도입 등 굵직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입안·추진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외국환 및 외국인투자제도 개편 작업단 총괄 반장으로 제도개혁을 주도했고 청와대 경제비서실에 근무하면서 대우 사태, 7개 업종 통폐합, 100여개에 달하는 중견·대기업 워크아웃 등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서민금융 지원 등 위기관리 대책을 총괄했고 금감원장 시절에는 부실저축은행 사태를 구조개혁을 통해 정면으로 돌파해 성공적으로 수습했다. 가계부채와 서민·소비자 보호 업무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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