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의 메카' 명성은 어디로?

비인기종목 설움 속에서 세계제패기념탑도 퇴출 위기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6/08/03 [10:56]

'하키의 메카' 명성은 어디로?

비인기종목 설움 속에서 세계제패기념탑도 퇴출 위기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6/08/03 [10:56]

   
▲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기념하고자 세운 기념탑이 구석에 처박혀 있다.
[분당신문] 성남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하키의 메카'라는 말이다. 이런 수식어가 붙게 된 까닭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성남종합운동장에서 86 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하키 종목이 펼쳐졌던 역사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응코자 성남시청 남자 하키부가 1992년 7월 창단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후 성남시청 남자 하키는 전국체전 4연패, 전국춘계 대회 10연패 등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성남시청 하키부가 곧 국가대표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였다. 바로 직전의 2012년 런던 올림픽은 11명,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는 남자 국가대표 16명중 8명이 성남시청 소속의 선수들이었다. 

성남종합운동장은 이런 하키의 메카를 만들어준 역사적 현장이다. 1986년 제10회 서울아시안게임에서 남녀모두 금메달을 따면서 성남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던 역사적인 장소다. 이어 2년 뒤인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여자 하키팀이 서독, 캐나다, 호주, 영국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지만, 아쉽게 호주에게 0:2로 패해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남자팀은 10위에 머물렀다.

   
▲ 30년전 세계제패를 이뤘던 필드하키는 이제 빛바랜 동상의 모습처럼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간직한 채 역사 속으로 묻히고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남자 하키팀은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5위)을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감격의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어2004년 아테네(8위), 2008년 베이징(6위), 2012년 런던(8위) 등 계속해서 올림픽에 출전했다. 하지만,  한국 남자 하키는 이번 리우 올림픽 진출에는 실패했다.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여자 하키는 1988년 은메달을 시작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4위), 1996년 아틀란타(2위), 2000년 시드니(9위), 2004년 아테네(7위), 2008년 베이징(9위), 2012년 런던(8위)에 이어 2016년 리우올림픽에 진출하면서 8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왜 갑자기 하키 이야기를 하는 걸까?

성남하면 하키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상황에서 언제부턴가 하키가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대중에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24년이 넘은 직장 운동부이지만 막상 인기 종목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성남종합운동장 인조잔디가 천연잔디로 바뀌고, 하키는 보조구장으로 밀렸다.

   
▲ 성남종합스포치센터 안내판 위로 하키스틱이 보여 비인기종목의 앞날을 이야기하고 있다.
종합운동장 출입구 오른쪽에는 성남시가 86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각종 세계대회에서 월등한 성적을 거둔 하키종목의 위업을 기리고 88서울올림픽대회에서도 영광을 재현하자는 기원을 담아 1988년 8월 남녀하키선수를 형상화하는 ‘하키세계제패 기념탑’을 세웠다. 그런데 이러한 30년 가치를 지닌 기념탑이 종합스포츠센터 건립으로 인해 한쪽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남녀하키선수가 하키스틱을 치켜 올리며 세계에 기상을 알리기보다 이제는 퇴물로 버려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인기를 쫓다보니 성남은 온통 축구 이야기로 가득해졌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각 동 주민자치센터에서도 여자 축구단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성남시장배 축구대회가 전야제까지 치루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다. 그 관심의 10/1만이라도 비인기종목에 관심을 가진다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하키를 비롯한 23개 종목에서 209명의 태극전사가 열심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올림픽 이후 우리에게는 ‘제2의 우생순’과 같은 기적이 아닌, 땀의 결실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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