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교복은 사줄 수 있지만, 녹지는 만들지 않으면 물려 줄 수 없다”

대원공원살리기 시민모임 고희영 준비위원장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7/08/10 [19:51]

“손자 교복은 사줄 수 있지만, 녹지는 만들지 않으면 물려 줄 수 없다”

대원공원살리기 시민모임 고희영 준비위원장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7/08/10 [19:51]

-2020년 도시공원일몰제 앞두고 공원녹지 사들일 예산 없어
-이재명 시장 7년 동안 ‘공원녹지조성기금’ 한 푼도 적립하지 않아
-중원구의 허파 ‘대원공원’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나섰다

   
▲ 도색한 차량을 이용해 대원공원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는 고희영 준비위원장.
[분당신문] 2020년 도시공원일몰제가 다가오면서 해제되는 자연공원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성남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시민사회 그리고 성남시민이 모여 ‘율동공원을 지키는 성남시민네트워크’를 창립했다.

이들은 2004년부터 위락단지, 축구전용구장, 종합레포츠영상단지, 미니랜드, 장금이랜드, 위락시설 개발, 골프연습장 확장, 오토캠핑장, 눈썰매장 등 지속적으로 개발 압력에 시달리고 율동공원을 지키고, 2020년 성남시 도시공원 일몰제에 공동 대응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정했다.

이런 와중에 기존시가지, 그 중에서 중원구 일대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대원공원’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모임이 생겨났다. 대원공원은 중원구의 성남동, 하대원동, 중앙동, 상대원동 일대의 녹지축을 아우르는 중요한 공원녹지다. 이곳의 난개발을 막고자 성남시는 이 일대를 공원부지로 묶었고, 하대원동 현대아파트 뒤편과 중원청소년수련관 뒤쪽 둔촌사당 등 일부만을 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 자신의 차량을 그래피터가 중원구의 허파' 대원공원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다.
그러나 워낙 방대한 탓에 대부분의 녹지를 공원으로 묶었을 뿐, 성남시는 부지 매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경 성남시의회가 이런 문제를 지적, 도시계획세의 일부를 ‘공원녹지조성기금’으로 조성해 300억 원을 조성을 약속했지만, 첫 해 고작 30억 원을 조성하는데 머물렀다. 이후 성남시는 ‘성남시 공원녹지 조성 기금 설치 및 운영 조례’에 의거 ‘도시계획세’ 폐지로 일반회계에서 발생하는 순세계잉여금 15% 이내로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성남시는 필수 경상비 및 계속 투자사업의 증가 등으로 기금 전출금을 배정하지 않았고, 향후 연차별 확보하겠다는 앵무새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300억 원의 목표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금은 34억 원에 머물고 있다. 2010년 들어선 민선 5기 이재명 성남시장 때부터는 7년 동안 공원녹지조성기금을 단 한 푼도 적립하지 않았다. 공원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공원기금은 조성하지 않았다. 선출직 시장에게는 표가 안되는 조성기금은 늘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2020년까지 성남시가 공원녹지로 묶어놓은 부지가 일몰제로 인해 대규모 해제가 불가피해졌고, 막대한 시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한 공원부지, 특히 도로변 녹지축의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한 이치였다. 환경 파괴는 물론, 도시의 난개발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공원녹지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시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율동공원에 이어 기존시가지에서도 ‘대원공원을 살리기 위한 시민모임’이 준비되고 있고, 자신의 차량을 직접 도색해 환경지킴이로 고희영(57) 준비위원장이 나섰다.  

   
▲ 2009년 시의원 당시 공원녹지조성기금을 강조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푼도 적립하지 않은 것에 분노하는 고희영 위원장.
“성남시는 대규모 공원 녹지 중 현재 밀레니엄 공원과 시청 앞 주말농장(피크닉공원) 정도만이 성남시 소유이고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사유지로 봐야 합니다. 현재 성남시의 공원녹지조성기금 상태와 자치단체장의 무관심 때문에 엄두도 못 낼 형편입니다. 이런 심각한 상태에서 중원구의 허파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대원공원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나섰습니다.”

고희영 위원장이 나선 계기는 선출직 성남시장이 보이는 실적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번번이 기금 조성이 밀리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고 위원장이 제5대 성남시의원을 지낼 당시 처음 기금 조성이 시작됐고, 2020년까지 공원지역으로 지정한 땅들을 사들여야 할 예산이 1천억 원에 육박, 미리 기금을 조성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조례까지 만들었다.

허사였다. 기금 조성 조례가 만들어진 첫 해부터 성남시는 조례를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푸른도시사업소장은 “예산 규모와 쓰임새를 볼 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어떤 설명하기 좀 난감합니다. 그렇게 이해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알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런 탓에 ‘공원녹지조성기금’이라는 조례는 예산은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의지를 봤을 때 현실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더 늦기 전에 시민의식을 높이고, 관심을 이끌어 대원공원이라도 살리기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성남시가 일몰제 이전에 0순위로 대원공원 예산을 세울 수 있도록 많은 시민과 함께 활동해 나갈 예정입니다. 먼 미래 손자 교복은 사줄 수 있지만, 녹지는 만들지 않으면 물려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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