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 앞에 만들어진 계단은 장애인이 오르기에 너무나 가파르고, 휠체어는 아예 무대에 오르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
행사 시간이 왜 점심시간 즈음에 열린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이날 참석한 장애인들은 성남시청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12시부터는 공무원 식사 시간과 겹쳐 번잡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이날 장애인들은 오후 1시가 다되서야 비로소 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길게 줄지어진 구내식당에 힘들게 서 있어야 하는 고통을 인내해야 했다.
▲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정작 주인공인 장애인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무대와 떨어진 곳에서 물끄러미 공연을 보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들. |
40여 명에 가까운 지루한 내빈 소개에 이어 표창장 수여식이 있었다. 무대는 양쪽 계단으로 만들어져 올라오기 힘들고, 바깥쪽 무대로 연결되는 통로 역시 계단이었다. 결국,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장애인들은 표창을 받기 위해 청사 밖에 만들어진 무대 장치 들어오는 화물칸으로 출입해야 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주인공들은 10시가 채 되기도 전에 자리에 앉아서 행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를 축하해 주러 온 내빈들은 11시 40분 행사 시간 정각에 맞춰 나타났다. 평소에는 입만 열면 ‘장애인 정책’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1년에 한번뿐인 장애인의 날 행사 때 미리 와서 그들의 손을 먼저 잡아주는 배려 같은 것은 애당초 없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은 12시 정각에 밥을 먹어야 하고, 장애인들은 조금 늦게 먹어도 상관없다는 안일함이 작용했다. 최소한 장애인을 생각했다면, 오늘 만이라도 공무원들에게 일찍 식사를 하게 하거나, 조금 늦게 먹도록 하는 것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였으리라.
행사 장소도 그렇다. 매년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장애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을 때 잘못 했더라도 이를 시정하고, 최소한 임시라도 휠체어가 오를 수 있도록 했다면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1년에 단 하루라도 좋다. 장애인에 대한 ‘전시 행정’이란 말을 들어도 좋으니 제발 ‘장애인 먼저’를 실천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