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

5.18 순직 경찰영웅 추모제…국립 서울현충원 경찰묘역

정락인( SNS시민동맹 대표) | 기사입력 2018/05/13 [10:46]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

5.18 순직 경찰영웅 추모제…국립 서울현충원 경찰묘역

정락인( SNS시민동맹 대표) | 입력 : 2018/05/13 [10:46]

   
▲ 정락인 SNS시민동맹 대표
[분당신문] 얼마 전 제 조카(누나 아들)가 경찰이 됐습니다. 좋은 직업 선택했다고 축하해 줬습니다. 저는 기자생활을 거의 사회부에서 했기 때문에 경찰과는 취재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때론 부딪치기도 하고, 때론 술잔을 기울이며 손을 맞잡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고 안병하 치안감 유족을 만나면서 명예회복을 위해 적극 도왔고, 이제 완전하게 명예회복이 됐습니다. 지난해 5.18 순직경찰관의 존재도 처음 알았습니다. 안병하 치안감이 생전에 순직 부하들을 챙기지 못한 것이 못내 한이 됐다는 얘기를 유족에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한을 풀어드리기로 했습니다. 5.18 순직 경찰관들은 비극적인 역사의 뒤안길에 있던 또 다른 비극적인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이분들의 명예도 회복하고, 또 세상이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처음 서울 현충원에서 추모식을 개최했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네 분 순직경찰관들의 눈물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날 37년 만에 경찰청장께서 추모화환을 보내셨습니다. 5.18단체에서도 추모화환을 보냈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서울본부장(서기관)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언론에서도 취재를 나와 보도했습니다.

이제 순직경찰관들은 더 이상 잊혀진 죽음이 아닙니다. 경찰청에서는 매년 추모식을 개최하고, 추모비도 건립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추모식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펜과 수첩을 꺼내 수도 없이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고, 가슴에 남는 추모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우리만의 추모식이 아닌 ‘모두의 추모식’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행사의 명칭을 ‘추모식’이 아닌 ‘추모제’로 정하고,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습니다. 먼저 안병하 치안감 모교인 광신정보산업고를 찾아갔습니다. 행사 기획안을 만들어 교장ㆍ교감을 만났습니다.

   
▲ 5.18 순직 경찰영웅 추모제가 14이 국립 서울현충원 경찰묘역에서 엄수된다.
행사를 함께 진행하자고 했습니다. 학교 측도 흔쾌히 동의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학교 측과 조율을 했고, 행사 사회를 저와 학생이 함께 보기로 했으며,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합창-상록수’를 학생들이 부르기로 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전담 교사를 지정해서 지난 두 달 동안 노래 한 곡을 부르기 위해 수업 이후 틈틈이 연습을 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추진하는데 경찰청이 참 잘 해줬습니다. 민간 주도의 행사인데도 경찰청 주도의 행사처럼 전폭적으로 지원해줬습니다. 현충원 관할 동작경찰서장을 비롯한 담당 정보관께서도 많은 신경을 써 주셨습니다.

순직 경찰관 네 분은 전남 함평경찰서 소속이었습니다. 경찰청에 함평서에서 ‘선배님 잊지않겠습니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정규열 서장께서 직접 참석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경찰청에서는 이철성 청장 대신 민갑룡 차장이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기자 대선배인 윤재걸 시인을 모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아일보 시절 5.18 광주를 취재했고, 1988년 5.18청문회를 앞두고 안 치안감을 취재했는데,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됐습니다. 전화해서 “선배님, 이번 추모제 때 추모시 낭송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했더니 마침 한겨레신문 창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오신다며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5월의 광주는 슬픈 역사의 단면이지만, 한편으로는 ‘희망’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푸른 5월에 어린이날이 있습니다. 이번 행사를 ‘추모’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희망’으로 승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녀 초등학생을 섭외했습니다. 부모님들이 흔쾌히 동의해 주셔서 어렵지 않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순직경찰관 유족들께서도 참석하십니다. 38년 동안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굴레 속에서 사셨을 유족들. 그 분들의 아픔과 상처, 고통이 이번 추모제를 통해 조금이라도 치유받기를 바랍니다.

이번 행사는 비록 제가 기획하고, 추진했지만 누구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경찰청, 대한민국경찰유가족협회, 무궁화클럽, 광신정보산업고등학교, SNS시민동맹 등 모두가 하나 된 행사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행사’인 것입니다.

5월 14일 오후 2시 국립 서울현충원 경찰묘역 앞에서는 모두가 감동하고, 평생 가슴에 남을 ‘아름다운 추모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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