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과 119

양광호 소방경(성남소방서 현장대응단)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18/05/14 [13:55]

선한 ‘사마리아인’과 119

양광호 소방경(성남소방서 현장대응단)

분당신문 | 입력 : 2018/05/14 [13:55]

   
▲ 양광호 소방경
[분당신문] 기독교의 경전 누가 복음에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강도를 만난 사람이 있었으나 제사장을 비롯한 당시 사회의 지도층인 사람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못 본체 지나치고 사회적으로 냉대를 받던 사마리아인이 그를 구하고 치료하였던 장면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너희도 이와 같이 행하라’는 당부로 이 부분의 설교는 마무리되는데 기독교인 사이에서는 매우 유명한 구절이다.

수십 년 동안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온 소방대원의 입장에서 이 부분이 특별히 생각나게 되는 것은 자칫 잃을 뻔 했던 생명을 극적으로 구하였을 때에 느끼는 희열과 감동은 말할 수 없이 크지만 1분 1초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미력했던 자식을 원망하며 눈물을 곱씹으며 돌아섰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119 소방대가 대체로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 발생을 인지하는 수단은 대부분 시민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재난 현장을 목격한 최초 신고자가 소방대가 도착할 때까지 응급조치를 성공적으로 한다면 피해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 것이고, 현장에서 발생한 환자에 대하여 기초적인 응급처치만 하더라도 사고를 당한 사람의 소생 가능성은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지금도 어디에선 가는 누군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생명이 있을 수 있다. 누구나 그런 현장을 발견하면 119로 전화를 할 것이고, 소방대원은 체증이 심한 거리를 비집고 달려갈 것이다. ICT 기술의 발달로 개인용 휴대전화기가 흔한 지금의 시대는 어느 구석진 곳에 있어서 간단하게 신고할 수 있는 체계는 완벽하게 갖춰진 셈이다.

신고 체계상으로 현장과 119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첨단 시대이지만, 119 차량이 현장으로 도달하는 과정은 너무도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우리 주변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위태로운 생명이 있을 때 119 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시민 스스로가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면 소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리하여 소방관서에서는 CPR(심폐소생술) 교육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인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을 만들기 위한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에 시민 스스로 참여하고  학교와 직장 그리고 지역사회에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119 소방대원의 힘만으로는 안전하고 쾌적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조그마한 참여와 119가 합쳐진다면 그야말로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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