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주 창안자, 건축운동가 류현수가 말하는 공동체건축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9/07/08 [11:02]

소행주 창안자, 건축운동가 류현수가 말하는 공동체건축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9/07/08 [11:02]

 - 도심 속 마을공동체로서 코하우징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서울시 공동체주택의 모델이 된 성미산마을 ‘소행주’

[분당신문] 건축가 류현수, (주)자담건설을 20년 경영하면서 최근 몇 년간 한국건축가연합의 ‘건축 명장’에 올랐으나 건축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낯선 이름일지 모른다. 그러나 공동육아와 대안주거에 관심 있는 사람들, 혹은 서울시의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성미산마을’ 그리고 ‘소행주’를 물으면 대번에 알 것이다.

2011년 마포구 성미산마을에 처음으로 세워진 ‘소행주’는 우리나라 1호 공동체주택으로, 이후 성미산마을에서만 7개(예정 포함), 그 외 지역에서 8개(예정 포함)가 등장하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동체주택 모델이 되었다. 소행주는 또한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도 꼽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임기 기간 동안 소행주를 두 번 방문하였으며 향후 서울시 주택 정책의 방향을 소행주의 사례를 가지고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건축가 류현수, 그는 박흥섭 대표와 함께 소행주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단지 건물을 세웠을 뿐 아니라, 건물에 사는 사람들과 그 이웃에 이르기까지 주거 공동체를 지어온 ‘커뮤니티’ 건축가이다. 소행주는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의 줄임말로, 이름 그대로 무엇보다 소통을 중요시한다. 그는 현대 대한민국 주거에서 사라진 마당의 개념을 되살림으로써 소통과 관계 맺기의 기쁨을 되살릴 수 있노라 말한다. 건축을 통해 소통하는 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한 마을과 사회가 가지고 있던 공동체의 개념을 재건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류현수는 자신을 그냥 건축가가 아닌 ‘건축운동가’라 칭한다.

사는 공간이 생활방식을 결정한다. 마을이 관계를 가져오고 마당이 소통을 이뤄준다. ... 마을에서 비자본적 삶을 넘어 탈자본주의적 삶으로 이행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물질적 빈곤, 관계의 단절, 노동착취와 불평등, 환경파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만성적 위기를 인식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더불어 힘을 모을 수 있는 참호가 마을이고 공동체라는 깨달음이다. -프롤로그(저자의 말) 중에서

류현수가 추구하는 공동체주택은 단순히 ‘같이 사는 집’에 머무르지 않는다. 공동육아로 출발한 성미산마을에서 시작되었던 소행주 운동은 이제 수유리 돌봄센타 및 성산동 돌봄 주택, 사회주택 등 노인과 사회적 약자계층을 위한 공동체주거, 지속가능한 대안 주거의 방식을 제안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으며 (주)소행주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여 그 성격을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

   
▲ 건축운동가 류현수의 소행주 이야기 <마을을 품은 집, 공동체를 짓다>

21세기 도시살이의 대안을 만들어온 건축가 류현수가 처음으로 직접 밝힌 공동체건축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삶과 사회를 변화시킬 건축운동 이야기

소행주에는 두 가지의 대표적인 특징이 있다. 커뮤니티실로 대표되는 공용공간, 그리고 한 채도 같은 모양이 없는 집들이다. 류현수가 지은 모든 소행주에는 ‘씨실’, ‘느티재’ 등 이름은 다르지만 반드시 커뮤니티실이 존재한다. 커뮤니티실은 입주민들이 모두 어울리는 공동부엌이자 공동거실이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가 놀러오면 자랑하고 싶은 공동 응접실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아파트나 빌라에서는 죽은 공간인 엘리베이터 홀, 계단실, 옥상 등도 소행주에서는 알뜰하게 사용되는 공용 공간이다. 소행주의 자투리 공용공간들은 작은 서재이자 함께 쓰는 수납공간이고, 옥상은 마당이며, 주차장은 아이들의 놀이터이다. 소행주 앞 평상이나 의자는 이웃들이 지나다 쉬어가는 지역주민들과의 공용 공간이기도 하다.

한편, 소행주에는 단 한 집도 같은 모양인 곳이 없다. 입주민들이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여 직접 자신들의 집을 디자인하는 데 참여한다. 공사 단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설계가 공사기간 중간에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류현수는 결코 불평하지 않는다. 그는 건축의 어려움은 잠깐이지만, 사는 이의 불편은 평생 간다고 생각한다. 입주민들의 가족 구성과 각자의 취향에 따라 모두 다른 집을 짓기에 같은 건물이라 해도 집마다 화장실이나 부엌의 위치가 제각각이며 다락이 있는 집도 존재한다. 건축의 편의성을 위하여 같은 평면을 쌓아올리는 적층구조에서 벗어나, 실제 살아갈 사람들에게 공간의 주체성을 돌려주는 것 또한 류현수가 추구하는 건축운동의 일부이다.

이처럼 그는 익명의 객체가 되어 부유하는 현대인들에게 ‘개성적인 삶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주거의 주체성을 되돌려주고, 이웃 그리고 지역과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오래도록 정주하는 안정적인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소행주와 그가 추구하는 공동체건축으로, 이 책은 류현수의 건축인생 30년을 맞이하여 그가 추구하는 건축운동의 원칙과 철학 그리고 노하우를 집약하였다. 성미산마을이 화제가 되며 소행주에 사는 입주민들이 책을 낸 적은 있었으나, 그간 소행주 운동을 창안한 류현수가 직접 쓴 책은 없었다. 이 책은 류현수가 자신의 건축인생을 집대성한 첫 번째 책이자, 소행주의 건축운동적 가치와 원칙을 공식적으로 밝힌 첫 책이기도 하다.

홍대 건축학과를 다녔으나 교정보다는 시위현장을 누비며 옥고를 겪기도 했던 젊은 시절부터, 우리건설에 입사하여 민중계층에 주거의 주체성을 돌려주는 건축운동에 눈뜬 일, 그리고 현재의 자담건설을 만들어 남원과 진안에서 생태주택 단지를 만들며 얻은 깨달음, 본격적으로 도시에서의 대안 주거를 위하여 성미산마을 등지에서 소행주 운동을 시작한 이야기 등 류현수의 지난 건축운동 역사와 철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마포 성미산마을을 벗어나 서울 다른 지역과 부천, 부산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소행주 운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소행주 건축의 원칙, 건축 현장과 관련된 실전 노하우, 독특한 마음 짓기 프로그램 등 입주자 공동체 형성을 위한 노하우 등도 담았다.

한편, 서울시가 공동체주택조례를 마련하며 목적별로 같은 특징의 사람끼리 거주하는 공동체주택을 모델로 내세움에 따라 각 시도와 지자체에서 토지임대부주택이나 사회주택, 공유주택 등의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 같은 서울시의 관련 주택 정책, 즉 토지임대부주택과 공동체주택 인증제 등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과 팁도 설명했다. 소행주 같은 마을 만들기, 이웃 만들기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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