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수족관 베루가 사망, 사인 밝히기 전에 “왜 가뒀나”, “누가 죽였나”를 먼저 밝혀라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9/10/20 [23:12]

롯데월드 수족관 베루가 사망, 사인 밝히기 전에 “왜 가뒀나”, “누가 죽였나”를 먼저 밝혀라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9/10/20 [23:12]
   
 

[분당신문] 지난 17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 한 마리가 폐사했다. 이로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는 벨루가 한 마리만 남게 됐다. 롯데월드는 벨루가의 사인을 밝히기에 앞서 벨루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을 밝혀야 한다.

지난 2016년 같은 수족관에서 사망한 벨루가의 사인은 패혈증이었다. 패혈증은 깨끗하지 않은 수질 등을 포함해 열악한 사육 환경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번 벨루가의 사망은 예견된 죽음이며,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벨루가 방류를 무시한 참담한 결과다.

2017년 제정된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족관의 기준은 ‘수조용량이 300㎥ 이상이거나 수조 바닥면적이 200㎡ 이상인 시설’에 불과하다. 이 같은 소위 ‘합법적’ 사육기준은 소음과 진동에 의한 보이지 않는 고통을 포함해, 벨루가와 같은 해양 포유류에게는 신체적 고통과 위험,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돌고래는 사회적인 동물로 가족 등 무리와 함께 시속 25km로 헤엄치며 수심 90m까지 오가며 자연환경에서 살아간다. 자연에서 벨루가의 평균수명은 최대 60~70년이지만, 수족관에서 수명은 보통 20년을 넘기지 못한다. 수족관에 갇힌 벨루가는 평균 수명의 반도 채 못 되는 삶을 외롭게 마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고래류의 포획, 전시, 공연은 금지하는 추세다. 30여개의 돌고래 수족관이 운영됐던 영국은 1993년에 마지막으로 남은 돌고래 수족관이 문을 닫았다. 프랑스, 칠레, 코스타리카, 인도, 미국 캘리포니아 주도 고래와 돌고래 사육을 금지했다. 올해는 이란과 캐나다가 고래류의 포획과 전시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어 동물보호와 생명존중 후진국임을 지속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2017년 9월 기준, 국내 7개 수족관에서 사육되는 고래는 벨루가 9마리, 일본 다이지와 제주 남방 등에서 포획된 고래들을 포함하여 총 40마리다. 이는 2011년 고래류 사육 숫자 27마리와 비교할 때 무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 고래들은 보호되지도 못했을 뿐더러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총 24마리의 고래류가 폐사했다.

녹색당 동물권위원회(준)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롯데월드 수족관 벨루가의 사망원인 규명과 함께 전국 수족관의 실태를 전수 조사하라.
2.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현재 갈 곳을 찾지 못해 미루고 있는 태지의 방류를 비롯하여 해양 포유류에 대한 방류 계획을 당장 수립하고 실시하라.
3.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동물원·수족관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하고 그 기준을 강화하라.
4.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고래류 사육을 전면 금지하고, 단계적인 폐쇄계획을 수립하라.
5. 롯데월드 수족관은 현재 홀로 남겨진 암컷 벨루가가 비참하게 죽기 전에 바다로 방류하거나 벨루가 바다쉼터로 보내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좁은 수족관에 갇힌 고래를 조롱하며 구경하는 것이 아니다. 녹색당 동물권위원회(준)은 고래들이 넓고 깨끗한 바다에서 함께 맘껏 헤엄치는 것을 멀리서 보며, 그 바다를 함께 즐기고 보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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