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교육감이 sns에 제시한 미래교육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라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김생수 기자 | 기사입력 2020/05/12 [07:44]

이재정 교육감이 sns에 제시한 미래교육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라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김생수 기자 | 입력 : 2020/05/12 [07:44]

- 유치원이 지역사회기관과 협동할 수 있는 ‘돌봄의 역할’이 무엇인지 밝혀야

 

▲ 5월 5일 이재정교육감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    

[분당신문] 지난 5월 5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어린이날을 기념하며 개인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많은 공립 유치원 교사들이 분노했다. 이재정 교육감이 올린 글은 유아교육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전제 하에 ‘6-3—3-4를 대체할 미래교육’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노조는 국공립 유치원 교사를 대표하여 이재정 교육감이 생각하는 미래교육이 무엇인지, 다음 내용에 대해 본인의 글을 바탕으로 명확하게 해명하길 바란다.

 

첫째, ‘어린이 교육이 현재의 유치원 교육에서 벗어나 초등학교 입학 전 2년을 초등학교 교육의 정규과정으로 전환하여야 한다’이다. 이 부분의 논지가 유아교육을 만3세 이하로 축소하고 초등학교 교육에 만4-5세 유아를 편입시켜야 한다는 것인지, 만4-5세 유아교육을 ‘의무교육 및 공교육화’ 해야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한다.

 

만약 전자라면, 초등교사가 ‘유아발달’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아교육을 떠맡게 되므로 학습자의 발달에 해를 끼칠 뿐 아니라 국공립유치원 교사를 ‘유아교육 전문가’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공립유치원 교사의 사기를 꺾는 잘못된 행위이다. 이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입학 전 2년의 학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구체적으로 개편될 것인지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둘째, ‘(학습자의) 사회성을 기르고 사회질서를 교육하는 것은 빠를수록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이다. 이 발언은 초등학교 교육과정 이전에는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정규교육과정이 없다고 해석될 수 있다.

 

‘놀이중심 교육과정’은 교육부에서 제정·고시한 정규교육과정이다. 이 교육과정은 학습자가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배우도록 구성되어 있어, 학습자는 유치원에서 발달단계에 맞는 사회성을 함양한 후 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성을 ‘초등교육 내’에서만 배울 수 있는 역량으로 본다면, 유치원 교육과정에 대한 무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재정 교육감이 ‘정규교육과정’을 ‘의무교육’과 동일한 의미로 제시했다면, 용어를 잘못 사용했다고 할 수 있다. 유치원 교육과정은 교육부가 제정한 ‘2019 개정 유치원 교육과정(놀이중심 교육과정)’으로서 ‘정규교육과정’은 맞지만‘의무교육’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정 교육감이 정규교육과정에 유치원 교육과정을 포함하지 않은 듯한 발언은 ‘정규교육과정’인 ‘유치원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삼아 전국 유아교육의 ‘의무교육화’를 바라는 모든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하다.


셋째, ‘유아교육이 교육과 돌봄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은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중략..) 지역과 함께 공동의 돌봄 체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이다.

 

이재정 교육감은 ‘돌봄’이 지역사회(보건복지부)단체로 이관되어야 한다는 의견인지, 유치원이 ‘돌봄의 주체’로 기능하며 초등돌봄과 유치원 돌봄을 동시에 맡아야 한다는 의견인지 밝혀야 한다. 후자의 해석을 우려하는 이유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초등돌봄을 운영할 유치원을 공모했던 사업이 추진될 뻔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국공립유치원이 생애 첫 ‘공교육기관’이며, ‘돌봄기관’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 따라서 이재정 교육감이 지향하는 ‘지역사회와 협동하여 유치원이 해야 할 돌봄의 역할’이 무엇인지 표명하길 바란다.


수업일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긴급돌봄’까지 도맡은 유치원 교사들은 다시 한번 교육감이 유치원 교육과정을 ‘정규교육과정’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에 굉장한 분노를 느꼈다. 유아교육과정의 내용은 초등교육과 같이 교과를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것이아니다. 유치원 교육과정이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혼란이라면, 교육부와 교육감은 유아교육을 ‘의무교육’화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결코 이를 ‘초등교육’의 부속 과정처럼 여겨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재정 교육감이 제시한 ‘미래교육’에 유치원 교육과정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유치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미래교육은 결코 ‘완성된’ 미래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학습자의 발달단계를 중요시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면, 놀이중심 교육에 적합한 발달단계인 만3-5세 유아가 책상에 앉아 교육을 받는 상황을 상상해서는 안된다.

 

유치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경솔한 발언이었다면, 이재정 교육감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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