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 폭동, 봉기, 항거, 항쟁… '광주대단지사건' 공식 명칭 필요하다

김생수 기자 | 기사입력 2020/08/10 [09:07]

난동, 폭동, 봉기, 항거, 항쟁… '광주대단지사건' 공식 명칭 필요하다

김생수 기자 | 입력 : 2020/08/10 [09:07]

- 광주대단지사건 50주년 준비할 민ㆍ관 차원의 실무위원회(TF) 구성 시급

 

▲ 광주대단시사건을 다룬 뮤지컬 '황무지'가 10일 유튜브에 공개된다.   

 

[분당신문] "꿈같은 시간이였습니다.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내일(8일)이면 영상이 송출되네요. 정말 턱없이 짧은 기간에 열악한 상황속에서 함께 한 모든 분들이 하나가 되어 서로 손 붙잡아줘서 이뤄냈습니다."


"광주대단지사건은 이제 더 이상 옛날이야기가 아닌 현재에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기대해주고 격려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5일 광주대단지사건 관련 문화예술사업으로 비대면 영상촬영 공연을 가졌던 뮤지컬 '황무지'에서 정씨 역을 맡았던 정은란 배우의 독백이다. 그녀는 '황무지'가 끝난지 닷새가 지났어도 '먹을 것이 없어 쥐약을 잘못 먹어 죽어야 했던 딸, 혜자'를 끌어안고 목놓아 울었던 정씨의 역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997년부터 올렸던 무대 이후 그녀는 항상 '황무지'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런 탓인지 올해 무대에서 열연을 펼쳤던 정씨의 모습은 더욱 애잔했다.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응어리를 내뱉듯, 보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었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아픔 가슴을 쥐어짜며 광주대단지사건이 안겨준 슬픈 이주민의 아픔을 고스런히 무대에서 전했다. 

 
그리고, 오늘(8월 10일) 광주대단지사건이 일어난지 49주년을 맞이했다. 그 날, 주민 5만여 명은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에 반발하면서, '배가 고파서 더이상 참지 못해', '일자리를 위해' 투쟁을 선택한 날이기도 하다.

 

▲ 광주대단지사건과 신흥2동 재개발 현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난장이 마을'    

하지만, 이 사건은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오히려, '폭동' 또는 '난동'으로 기억하면서 성남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기억하기 싫은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사건이 1977년 <창작과 비평>에서 발표한 윤흥길 작가의 중편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1990년 이후 서서히 지역언론을 비롯한 학자들에 의해서 꾸준히 이 사건을 기념하고자 했고, 아무런 지원도 없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광주대단지사건의 의미를 되새겨왔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성남이라는 곳에 광주대단지사건이 많이 등장했다. 먼저, 문화예술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광주대단지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엎서 언급한 뮤지컬 '황무지'를 필두로, 미디어 아트 '움직이는 땅: 광주대단지사건'은 4인의 미디어 작가의 시선으로 도시개발과 자본 권력의 모순을 보여주었다.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는 '분리된 도시의 삶-광주대단지사건으로부터'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49년 전 광주대단시사건과 오늘날의 성남의 대화를 이끌어 가면서 성남을 만들어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난장이 마을'이 10일 오후 2시 롯데시네마 성남 중앙점 9관에서 상영된다. 이 작품은 문유심 PD가 연출했으며 2020년 5월 휴스톤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금상(골드 레미 어워드)을 수상하기도 했다.

 

풍성한듯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문화예술적 측면에서는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를 이룬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급조된 느낌이 너무나 많다.

 

이런 의심은 성남시가 조례를 만들면서 구성(2019년 11월)했던 광주대단지사건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단 한 차례의 회의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광주대단지사건 관련 문화예술사업에 대한 추인과 뜬끔없이 10억원 규모의 기념 조형물 설치 장소와 제작방향을 논의했다고 한다.

 

당장, 내년이면 사건 발생 50주년을 맞이함에도 아무런 준비모임도 구성하지 못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줄 학술용역도 올해 11월까지 기다려야 50주년에 대한 필요성과 추진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진다. 자칫, 졸속으로 50주년을 맞이할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다행히 지난 7월 초 민간 차원에서 '광주대단지사건 기념사업회'를 출범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기념사업회는 "2021년 광주대단지사건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시급히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출범했다고 밝혔다.

 

2019년 7월 15일 '성남시 광주대단지사건 기념사업 등 지원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지고, 첫번째로 시민단체가 응답한 중요한 사례이다.

 

이제는 광주대단지사건 50주년을 준비할 민ㆍ관 구성체가 만들어져 TF팀을 구성할 때다. 학술적으로 쌓아온 각종 자료에 대한 아카이브 구축과 그동안 보여준 문화예술 분야의 총체적 집대성, 그리고 의미를 되새길 구체적인 기념사업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광주대단지사건 50주년을 기점으로 '소요', '난동', '폭동', '봉기', '항거', '투쟁', '항쟁' 등의 의미 속에서 미래로 전해질 광주대단시사건의 중요한 공식 명칭을 정하는 것도 TF가 해야할 과제이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진 실무위원회 추진이 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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