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N수생 증가… ‘N수를 권하는 사회’ 어떻게 볼 것인가?

김종환 교육전문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9/27 [08:39]

대입 N수생 증가… ‘N수를 권하는 사회’ 어떻게 볼 것인가?

김종환 교육전문논설위원 | 입력 : 2021/09/27 [08:39]

- 경기도연구원, 대입 N수생의 삶과 문화 '연구보고서' 발간

 

▲ 경기도교육연구원은 '대입 N수생의 삶과 문화'(연구책임 부연구위원 엄수정)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분당신문] 출산율 감소로 인하여 수능 응시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입 N수생의 비율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능 응시자에서 졸업생(검정고시 등 포함)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학년도에 22.8%, 2020학년도에 25.9%이었고, 2021학년도에는 2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N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지역 및 경제적 배경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서울에서도 특히 강남권에 몰리고 있다. 2021학년도 수능에 응시원서를 접수한 전국의 N수생 비율은 27%로 집계됐다.

 

그 중 서울은 39%로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며, 지역별로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에는 2021학년도 수능 원서를 접수한 N수생 비율이 53%로 고등학교 재학생보다 졸업생 응시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원장 이수광)은 대입 N수 경험이 있는 연구 참여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분석한 '대입 N수생의 삶과 문화'(연구책임 부연구위원 엄수정)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N수 경험이 있는 19명의 연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1~2회의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 참여자들에 대해 N수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고, N수를 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며, N수생들의 삶과 문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대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N수를 선택했다고 보았으나, 그들의 선택은 온전히 자율적이고 독립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N수를 선택한 이유로는 능력주의 사회의 광적인 교육열, 교육에 대한 가족의 기대와 신념, 사회·경제적 지위, 대학 입시 체제, 교육 제도, 산업 구조, 노동 시장, 자본주의 체제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면서 사회가 ‘N수를 권하는 사회’임을 보여주었다.

 

▲ 연도별 4년째 대학 N수 입학생 입율(2010~2020)

 

연구 참여자들은 높은 순위의 대학, 그리고 안정적인 삶과 직결된다고 믿는 학과에 입학하기를 원했고, 이를 지향하면서 자기 삶을 관리하고 통제했다. 그 과정에서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경험했으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기꺼이 감내하고 있었고, 그 고통의 경험을 성장으로 이해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N수생들이 능력주의 지배담론의 주체임과 동시에 행위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이중적 움직임'은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포착됐다. 실제로 N수생들은 입시 정보와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능력주의 담론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생성하기도 했다. 또, 그들은 서로 관계를 맺으며 학벌과 안정을 향한 욕망을 키우기도 했고, 타인의 욕망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 대입 N수가 능력주의 사회의 ‘결과’이자 그것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대입 N수는 청년들이 능력주의 사회의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재단’하는 기간이면서, 동시에 사회가 특정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속적인 힘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대입 N수 증가 현상의 ‘진짜’ 문제는 코드화되어 특정 방향으로 흐르는 우리, 즉 사회 구성원들의 욕망"이라며 "하지만, 이것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는 시도가 아니기에 특정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려는 우리 욕망의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엄수정 부연구위원이 밝힌 대입 N수 증가라는 현상이 보여주는 사회 문제를 성찰하고 사회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3가지 제안. 

 

첫째, 특정한 방식의 삶을 지향하도록 우리 욕망의 방향성을 만드는 다양한 사회적 ‘장치’들을 면밀 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 능력주의 담론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일상적 실천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둘째, 다양한 가치, 사유와 삶의 방식을 가시화하기 위해서 대안담론을 교육의 장(場) 안으로 적극적으로 유입시켜야 한다.

 

셋째, ‘소수자 되기’를 향한 적극적인 교육적 시도가 필요하다. 동일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소외, 배제, 차별의 문제를 이해하고 사회 변혁적 실천 능력을 기르는 교육은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의 삶을 탈규범적, 탈관습적, 탈위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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