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말고 녹색전환, 지금 당장 기후정의

'2021 세계 기후행동의 날' 녹색당의 입장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1/09/27 [09:38]

녹색성장 말고 녹색전환, 지금 당장 기후정의

'2021 세계 기후행동의 날' 녹색당의 입장

분당신문 | 입력 : 2021/09/27 [09:38]

▲ 녹색당     

[분당신문] 등교를 거부한 청소년은 세계를 바꿨다. 스웨덴의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에 미온적인 정부와 국회에 ‘학교 파업’으로 맞섰다. 기후위기 탓에 미래가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학교에 나가 수업을 듣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은 전 세계에서 ‘기후 파업’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물결은 우리나라 역시 휩쓸었다. 청소년과 청년,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2년 전 9월 21일, 세계 기후행동의 날에는 대학로와 전국에서 만 명 가까운 이들이 모였다. 국회에서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이 채택되었으며,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 이어 대통령까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다시 세계 기후행동의 날을 맞은 우리는 참담하다. 문재인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면서 앞뒤가 다른 모습만 보이고 있다. 정부는 전국에 58기나 되는 탄소배출 주범 석탄화력발전소를 국내 7기, 해외 3기나 신규로 짓고 있다. 더 나아가 대규모 토건 사업, 특히 가덕도와 새만금을 비롯해 전국에 6개나 되는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e-fuel 등 개발 시점과 성공 여부조차 불확실한 미래 기술과 대기업에 의존한다.

 

더구나 화력발전,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기업들의 녹색분칠을 치켜세우고, 실질적인 탄소배출 규제에는 손을 놓고 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는 분리수거, 자전거 이용, 텀블러 사용 등 탄소중립을 위한 활동과 의무를 떠넘기고 강요하여 탄소중립의 주인공이 되라고 하고 있다. 이와같은 말과 행동의 불일치는 국회가 통과시킨 ‘녹색성장기본법’과 기후위기 막기에는 턱없이 낮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 명백하게 드러났다. 정부가 검토 중인 2030년 감축목표는 40% 언저리, 그나마도 해외 감축 분량이 들어간 꼼수로 채워넣은 수치이다.

 

게다가 전문가와 기업과 시민단체 대표, 정부관료로 구성된 탄소중립위원회’와 500명의 시민들로 구성한 ‘탄소중립시민회의’를 통해 엉터리 탄소중립시나리오를 관철시키고, ‘시민사회와의 합의를 통해 민주적으로 결정했다’는 명분만을 취하고 있다.

 

녹색당은 정부, 특히 산업부와 기재부가 산업계와 한통속이 되어, 과다한 탄소배출로 기후위기를 만든 장본인인 대기업들의 이익을 수호하면서, 당사자인 농어민, 비정규직 노동자, 도시 서민, 소상공인, 청(소)년, 돌봄노동자 및 이주민노동자들을 기후위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하는 정부와 국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전대미문의 기후위기 앞에서 산업계 소수만 배불리는 허울과 포장뿐인 가짜 탄소중립 정책, 녹색성장 정책을 철회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기후위기 당사자들인 광범위한 시민, 민중이 주체가 된 민주적 공론장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사회전환의 방향과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촉구한다.

 

2년 전 세계 기후행동의 날, 전국에 모인 우리는 한국 사회, 특히 정치권이 기후위기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하루바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어 사회 변화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두 해가 지난 지금,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허울뿐인 탄소중립 정책과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를 이어나가려는 세력과 싸워 이겨야 하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녹색당은 진실을 외면하는 거짓된 정치에 맞서 녹색과 생명, 존엄을 되찾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정부와 국회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폐기하라.

하나,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60% 이상으로 상향하라.

하나, 정부는 탄소 다배출 산업의 책임에 걸맞은 규제 정책을 시행하라.

하나, 정부는 탄소 다배출 산업의 전환 계획을 포함하여 총체적인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라.

하나, 정부는 불확실한 기술과 대기업에 의존하는 잘못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폐기하라. 

하나, 정부는 탄소중립위원회와 탄소중립시민회의를 통해 친기업적 엉터리 탄소중립 정책을 관철시키는 반민주적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정부는 농어민, 노동자, 지역 주민, 청소년, 청년 등 기후위기 당사자들을 주체로 한 진정한 민주적 공론장을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최우선으로 반영하라.

 

이상의 요구는 녹색당이 시민사회 및 진보정치세력과 함께 반드시 실현시키고자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녹색당은 이를 위해 기후정의의 편에 서는 모든 이들과 함께 연대하여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 이 글은 '2021 세계 기후행동의 날'을 맞아 9월 24일 밝힌 녹색당의 입장입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