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프로그램과 119

(분당소방서 양광호 소방위)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13/04/11 [07:59]

퀴즈프로그램과 119

(분당소방서 양광호 소방위)

분당신문 | 입력 : 2013/04/11 [07:59]

   
▲ 분당소방서 양광호 소방위.
[분당신문] 요즘 TV에서 특성화 된 퀴즈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편성 운영되어 인기를 얻고 있다. 세대를 초월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여 우리말, 시사상식, 전문지식을 겨루고 있다. 이젠 몇 년간 준비하여야만 겨우 예심을 통과하는 현실이다. 막상 방송에 출연하면 극도로 긴장하고 한 번만 읽어 주기 때문에 쉬운 문제라도 만만하지 않다고 한다.

필자는 일요일 저녁 때 방송되는 고교생들이 모교의 명예를 걸고 도전하는 퀴즈프로를 즐겨 시청한다. 그 이유는 중·고교학생 자식을 둔 부모로서 요즘 학습 수준도 궁금하고 꾸밈없이 보여 주는 ‘끼’와 성취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진행방식이 좋아서이다. 또한 가족과 모처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새로운 주를 맞이하는 편한 시간이기도 하다.

매번, 시청할 때마다 깜짝 놀라는 것은 학생들이 어려운 전문적인 문제의 정답을 거침없이 맞힌다는 사실이다. 지난 대학시절 교양시간이나 전공시간에 힘들게 배웠던 전문분야에 대하여 쉽게 답을 찾아내는 것을 보면 요즘 수준이 매우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론 기성세대로서 솔직히 전문지식을 습득한 정도와 비례하여 인성교육도 이루어 졌을까? 라는 의구심도 든다. 일부 비행 청소년이나 따돌림의 문제는 학업성취도의 부족에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주 평범하고 상식적인 문제를 허무할 정도로 틀린다는 것이다. 특히 한문에 취약하여 기초적인 사자성어를 틀린다. 우리나라와 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주변 강대국인 중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한자도 한글이다’라는 의식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일례로 천연자원이 부족하여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네덜란드의 국민은 몇 개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고 한다. 2002년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지낸 히딩크 감독은 5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한자실력 보다 더욱 형편없는 것은 안전분야에 대한 상식이다. 간혹 학교에서 소방안전교육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하는데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위급한 환자를 발견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옆집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묻는다. 그러면 대부분 “119에 신고해요” 라고 답한다. 그리고 “119신고 후 다음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하고 물으면 낙제수준의 대답을 쏟아 낸다. 가령,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고 방송국에 보낸다”, “바쁘니 가던 길을 간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낸다”는 식이다.

물론 119신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야 24시간 출동대기 중인 소방대가 와서 화재를 진압하거나 구조나 구급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 하지만 신고 후에 이루어지는 일 즉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한다든지, 호흡이 멈추거나 의식이 없는 환자에 대하여 기도를 확보하고 심폐소생술(CPR)이나 심장제세동기(AED)사용을 골든타임(5분 이내)에 하였다면 소생률이나 재산피해 감소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에 신고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릇 인간은 아는 만큼 인식하고 그 만큼 행동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단편적이거나 암기를 위한 지식 습득에 머물지 말고 모두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실사구시적인 실력이 갖춰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퀴즈프로에서 안전상식 문제를 많이 출제되었으면 한다.

아무쪼록 365일 생과 사를 넘나드는 재난현장에서 숱한 아픔을 보아 온 소방관으로서 전 국민이 가까운 소방관서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안전교육을 배우고 익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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