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와 119

양광호 소방위(분당소방서)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13/10/09 [15:58]

승부차기와 119

양광호 소방위(분당소방서)

분당신문 | 입력 : 2013/10/09 [15:58]

   
▲ 양광호 소방위(분당소방서)
[독자 기고]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축구라고 하는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증가하고, 국내 축구 산업 또한 양적·질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대한축구협회(KFA) 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축구팀은 23만1천625개 팀이 활동 중이라 하니 가히 국민적 스포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의 묘미는 특별히 어려운 규칙이 없이 ‘골인’, ‘프리킥’, ‘코너킥’ 등의 몇 가지 용어만 이해한다면 어려움 없이 경기를 관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후반 90분을 다 뛰어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우에는 승부차기를 통하여 최종 승자를 가려야 하는 데 이 또한 관전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직접 치러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중압감이 되기도 한다.

한 선수의 발끝에서 혹은 손끝에서 팀의 승부가 결정되어 순간에 영웅이 되기도 하지만 실축한 선수는 동료와 펜들에 역적(?)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기억 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승부차기는 2002년도 한일 월드컵4강 문턱에서 치러진 스페인과의 경기라고 생각이 되는데, 당시에 양 팀의 마지막 키커의 결과에 따라 절망과 희망이 교차되는 시점에서 대한민국이 4강에 합류한 역사적인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현장에 투입된 119 대원이 느끼는 감정과 승부차기 선상에서 선 선수의 마음을 연관 짓는 것이 다소 엉뚱한 발상일지 모르지만, 20년 이상을 재난현장을 누비던 그런 순간들이 마치 골키퍼와 마주한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많이 겪었다고 하여도 그러한 순간들은 피할 수 있다면 정말로 피하고 싶었던 처절하고 숨 막히는 순간의 연속이며,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긴박한 현장에서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맡겨진 그러한 상황에서 성공을 한다면 모두의 환호를 받을 것이지만 순간의 실수는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를 초래하는 외줄곡예와도 같은 그런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아무리 승부차기 선상에 선 선수들의 마음처럼 견디기 어려운 중압감을 가진다 할지라도 골을 성공시켰을 때 얻어지는 그 환희와 희열만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승부차기 선상에 선다.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그 누군가가 있어 119 대원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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