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에 구멍이? ‘망막박리’

근시 많은 젊을 때도 잘 생겨…최초로 한국인 망막박리 특징 밝혀내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3/12/19 [16:38]

망막에 구멍이? ‘망막박리’

근시 많은 젊을 때도 잘 생겨…최초로 한국인 망막박리 특징 밝혀내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3/12/19 [16:38]

   
▲ 분당서울대학교 안과 우세준 교수
[분당신문] 근시가 많은 한국인은 젊은 나이에 망막박리가 생길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나이와 비례해 발생률이 점점 높아지는 서양인과는 달리, 한국인의 망막박리는 20대에서 일시적으로 발생률이 높아지는 특징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팀과 서울의대 의학연구협력센터 최남경 교수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망막박리'는 망막에 구멍이 생겨 액체 상태의 유리체가 망막 아래로 흘러들어가 망막의 시세포가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분리되는 질환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며, 발생 직후 즉시 수술하지 않으면 대부분 실명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안과 질환이다.

우세준 교수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10.39명 꼴로 이러한 망막박리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64~69세(10만명 당 28.55명)와 20~29세(10만명 당 8.5명)의 두 연령대에서 발생률이 높아지는 양봉 분포의 양상을 보였다. 망막박리는 나이와 정비례하여 발생률이 증가하는 서양의 앞선 연구들과는 다른 결과다.

실제로 이번 연구와 비교했을 때 네덜란드(2012, Ophthalmology게재)의 경우에는 망막박리의 평균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 당 18.19명으로 우리나라보다 약 57% 높고, 64-69세의 발생률 또한 48.95명으로 약 2배 가량 높지만, 20-29세의 발생률은 약 3.5명으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 네덜란드와 한국의 망막박리 평균 발생률 비교표
이 같은 결과는 그간 망막박리가 근시와 관련이 깊을 것이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근시가 망막박리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은 계속 있어왔으나, 이를 뒷받침 해줄만한 연구 결과는 없었다.

우세준 교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젊은 층의 아시아인은 코카시안(백인)보다 근시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따라서 50~60대의 망막박리는 노화와 관련이 깊지만, 20대의 젊은 연령대에서 발생한 망막박리는 대부분 근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근시에 의해 이른 나이에 발생한 유리체 박리가 망막 열공이나 망막 박리를 유발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 교수는 이어 “만약 고도 근시를 앓고 있으면서 꾸준한 시력 저하가 있고, 망막박리의 전구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눈 앞이 번쩍 거리는 것(광시증) 혹은 먼지 같은 것이 보이는 증세(비문증)가 있다면 젊은 나이라도 방심하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안과를 찾아 세밀하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망막박리에 의한 실명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본 연구는 최근 보건 의료계의 큰 관심사로 떠오른 빅데이터가 실제로 질환의 위험인자 및 병인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서울의대 의학연구협력센터 최남경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심평원 의료 이용 자료 중 총 4799만 761건이라는 엄청난 수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이제까지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의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라는데 의미가 있다”며 “자료의 출처 또한 병원 기록이 아닌 국가 기관이라는 점에서 신뢰도 또한 높아, 향후 보건 의료 정책 수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를 주도한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와 서울의대 의학연구협력센터 최남경 교수는 서울대학교 빅데이터 포럼 보건의료분과에 참여, 한국인의 안과 질환의 역학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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