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보이첵>, 10월 LG아트센터 '세계 초연'

김다현과 김수용, 보이첵으로 낙점되다!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4/06/30 [10:11]

뮤지컬 <보이첵>, 10월 LG아트센터 '세계 초연'

김다현과 김수용, 보이첵으로 낙점되다!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4/06/30 [10:11]

   
▲ 글로벌 프로젝트 뮤지컬 <보이첵>은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제작자이자 연출가 윤호진이 지난 8년간 준비한 작품이다.
[분당신문] LG아트센터와 ㈜에이콤인터내셔날이 공동 제작하는 뮤지컬 <보이첵>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오는 10월 9일부터 11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세계 초연되는 뮤지컬 <보이첵>은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제작자이자 연출가 윤호진이 지난 8년간 준비해 온 글로벌 프로젝트이자 LG아트센터가 처음으로 공동 제작에 나선 뮤지컬이다.

게오르그 뷔히너의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 로인스(Singing Loins)가 극본과 작곡을 담당했다. 독일의 천재 작가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 <보이첵>은 연극, 무용, 오페라 등 여러 장르로 다양하게 해석되어 공연되어왔지만 대형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이다. 작품의 주인공 ‘보이첵’ 역에는 뮤지컬 배우 김다현과 김수용이, 여주인공 ‘마리’ 역에는 김소향이, ‘군악대장’ 역에는 김법래가 각각 캐스팅됐다.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기 위한 8년간의 도전

뮤지컬 <보이첵>은 <명성황후>와 <영웅>을 통해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역사를 써내려 온 윤호진 연출의 첫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다. 윤 연출은 2003년 <명성황후> 북미 공연을 통해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만든 한국어 뮤지컬로는 해외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세계인과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뷔히너의 희곡 ‘보이첵’을 뮤지컬화하기로 결심한다. 

윤호진 연출은 "한국어 뮤지컬을 자막으로 보여주며 현지인을 공략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해외 스태프와 협업해서 그들의 아이디어와 감성을 투여한 ‘영어 뮤지컬’을 제작해야 했다"면서 "<보이첵>은 보편적이면서도 강렬한 드라마를 품고 있는 희곡임에도 아직 한 번도 대형 뮤지컬로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 이 작품이라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한다. 

윤 연출은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영국의 여러 극장과 프로듀서들을 접촉했고, 비영리 공연을 주로 제작해 온 유서 깊은 그리니치 극장(Greewich Theatre)에서 관심을 보였다. 2007년, 극장 측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오디션 형태로 창작진을 공모했고, 총 50여 팀이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이 중 1차로 선발된 세 팀은 <보이첵>의 극본과 메인 테마곡을 만들어 2차 심사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 로인즈(Singing Loins)’가 발탁되었다.

영국의 숨겨진 인디 밴드, ‘싱잉 로인스(Singing Loins)’의 발굴

‘싱잉 로인즈’(Singing Loins)는 영국 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에 가까운 인디 밴드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펍에서 노래를 부르는, 전형적인 노동자 계층으로 구성된 밴드였다. 하지만 정규 음악 교육 조차 받은 적이 없는 그들이 만든 음악에는 <보이첵>의 강렬한 정서가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소설과 시집을 발표할 정도로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유한 밴드의 리더 크리스 브로더릭(Chris Broderick)은 ‘보이첵’과 ‘마리’의 비극적인 헌신과 사랑을 중심으로 한 인상적인 대본을 집필했고, 밴드의 또 다른 멤버 롭 셰퍼드(Rob Sheperd)는 크리스와 함께 서정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음악을 완성해냈다. 이들이 만든 극본과 음악은 웨스트엔드의 유명 음악 감독 나이젤 릴리(Nigel Lilly)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두 차례의 런던 워크숍을 통해 완성도 높여

뮤지컬 <보이첵>은 런던에서 두 차례 워크숍을 통해 조금씩 숙성되어갔다. 2008년 5월 첫 번째 워크숍 공연 이후 수 차례의 수정 과정을 거쳐, 2012년 6월 29일 영국 런던 도심의 채링 크로스 극장에서 <루비 목걸이(Ruby Necklace)>라는 제목으로 2차 워크숍 공연을 가졌다. 2차 워크숍에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을 연출한 매트 라이언(Matt Ryan)과 음악감독 나이젤 릴리(Nigel Lilley) 등 유명 스태프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는데, 공연 후 웨스트엔드 프로듀서들로부터 신선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뮤지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2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장편 뮤지컬로의 가능성을 발견한 윤 연출은 본격적인 세계 시장 공략에 앞서 한국 관객들에게 <보이첵>을 먼저 선보이기로 계획한다. 이를 위해서 영어로 쓰여진 원작은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었고, <보이첵>에 적합한 한국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작품의 주인공 ‘보이첵’은 사랑하는 여인이 세상의 전부인 순수한 남자였지만, 생체 실험으로 서서히 황폐해가던 중 아내의 부정을 알고 분노와 처절함에 휩싸여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인물이다. 순수함과 광기를 모두 지닌 이중적인 캐릭터로, 극과 극을 오가는 보이첵의 미묘한 심리 전달은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보이첵’ 역에는 김다현과 김수용이 캐스팅되었다. 뮤지컬 <라카지>, <헤드윅>, <프리실라> 등에서 부드럽고 여성스런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아 왔던 배우 김다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 동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파격 변신이 기대된다. <햄릿>, <모차르트>, <영웅> 등을 통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 자리 매김한 김수용은 윤호진 연출에게 ‘보이첵 이미지 그 자체’라고 평가 받은 배우로, 이번 공연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외에도 여주인공 ‘마리’역에는 2013년 브로드웨이 <미스 사이공> 공연의 ‘지지’ 역으로 발탁되어 화제를 모았던 배우 김소향이 캐스팅되었고, ‘마리’를 유혹하는 ‘군악대장’ 역에는 <삼총사>, <보니앤클라이드> 등 대형 뮤지컬에 꾸준히 출연해 온 베테랑 배우 김법래가 출연한다.

뮤지컬 <보이첵>은 대한민국 최고의 공연장과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명장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만으로도 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그 동안 양정웅 연출의 <페르귄트>, 이자람의 <억척가>, 서재형 연출의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등 다수의 연극들을 세계 무대로 진출시킨 LG아트센터가 뮤지컬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개관 이후 처음이다. 2012년부터 한국 공연을 모색해 온 윤호진 연출은 연극으로 잘 알려진 <보이첵>의 초연은 그간 세계의 우수한 연극, 무용 등을 꾸준히 소개해온 LG아트센터에서 꼭 하고 싶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고, <보이첵>의 창작 과정을 지켜 보던 LG아트센터는 <보이첵> 원작이 가진 문학적 힘과 감각적인 음악을 바탕으로 잘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로의 가능성을 발견, 전격적으로 공동 제작을 결정하게 되었다.

세계 시장 공략을 노리는 뮤지컬 <보이첵>과 LG아트센터의 만남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증명해 보일 또 하나의 명작 뮤지컬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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