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예측 불가능한 존재?

최충일 사회복지사

최충일 사회복지전문위원 | 기사입력 2020/09/01 [08:41]

장애인,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예측 불가능한 존재?

최충일 사회복지사

최충일 사회복지전문위원 | 입력 : 2020/09/01 [08:41]

“사람들 대부분이 보는 것은 몸짓의 어색함, 말의 어눌함,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거동 등이다. 그 뒤에 감춰진 것을 그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경련, 입 비죽거림, 균형 상실, 이런 현상들은 단호하고 가차 없는 판단 뒤에 소리 없이 숨어 있다. (중략) 이 첫인상을 바꾸기란 힘들다.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채로, 그렇게 축소된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건 고통스럽다. (중략) 이 흠집을 표현하는 데는 명사 딱 한마디로 족하다. '뇌성마비'라는 병명 그리스어 '아테토시스athetosis'에서 온 이 말은 그렇다면 일생 동안 나를 따라다닐까”

(알렉산드르 졸리앵, ‘인간이라는 직업’)

 

▲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    

 

[분당신문]  말할 때 마다 온몸에 힘을 주며 침 흘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1996년부터 특수학교를 다니던 6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친구들의 불규칙한 몸짓과 발음이었다. 한 마디 할 때마다 온 몸에 힘을 주며 말하다 보니 대화에서 주는 감정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친구들이 말을 걸면 항상 긴장하고 주의 깊게 들었다. 잠시라도 단어를 놓치면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것을 다시 물어보는 상황이 반복되니 나도 모르게 몰라도 이해한 척 넘어갔다.

 

6개월 정도 함께하면서 듣기가 열리기 시작했다. 입모양과 몸짓이 열리는 동시에 어떤 질문을 할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들은 경직된 근육으로 인해 마주 보고 대화할 때마다 얼굴에 침이 많이 날아온다. 친한 사이일수록 그런 나의 불편함을 자주 표현하곤 했는데 한 친구는 내게 "나랑 대화할 때는 손으로 막으면서 말해도 돼"라고 하면서 농담을 주고받으며 어울리던 기억이 있다.

 

물론 처음 본 사람에게 그 친구한테 했던 것처럼 행동한다면 굉장히 무례하고 비난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어린 시절은 서로에게 불편함보다 유쾌함과 추억으로 채워져 있다.

 

▲ 유튜버 ‘노래하는 민이’ 영상 캡쳐(2019, BBC뉴스)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혀끝에서 나오는 언어로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장애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표정, 미간, 발음 등 전체적인 몸짓을 함께 읽지 않으면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드라마에서 나의 기억들이 연출되었으면 한다. 시청자의 불편함을 보이는 것이 아닌, 의사소통의 다양성, 예측 불가능한 몸짓에서 오는 감정들을 시청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로 익숙해졌으면 한다. 장애인이 나오는 드라마는 그것이 없다. 예측 가능한 몸짓과 비장애인과 소통이 가능한 모습들만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오아시스'가 뇌병변 여성 장애인의 불편함, 현실과 환상을 오고 간 사랑이라면 드라마는 일상에서 만나는 장애인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배우 조인성처럼 매력적인 외모와 안정적인 신체, 대화 가능한 호감형의 장애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호감 장애인도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예측 불가능한 몸짓의 언어를 보여주는 장애인들은 다큐멘터리나 비상업적 영화에서나 볼 수 있으면 안 된다. 그들의 몸짓과 언어는 전혀 예술적이거나 심오하지 않다. 일상의 감정을 표현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 열풍에 장애인 유튜버들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래하는 민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활동하고 유튜버로 1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는 선천적 뇌병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말하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경직된 그의 얼굴에서 노래를 부르고 일상의 활동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단순히 그가 부르는 노래에서 음정이나 박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노래 가사와 얼굴 표정에서 보여주는 진정성과 열정을 보고 있다. 그것은 ‘장애’가 아닌 ‘매력’이다.

 

장애가 주는 ’불완전성’은 어찌 보면 그 동안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가 요구한 정상성, 완전성을 도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견고해 보였던 그것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분당신문>에서는 장애인식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충일(38) 사회복지사의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최충일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 인권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을 랩퍼다. 지난 2009년 월 25일 방영된  SBS '스타킹'에 출연해 국내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랩을 구사하는 '아웃사이더'와 함께 프리스타일 랩 실력을 발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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